미디어오늘 1354호 사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 주최로 열린 전시회 ‘굿바이 시즌2’에 출품한 박찬우 작가의 ‘기자 캐리커처’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예술이 갖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또다른 폭력이며 언론탄압으로 규정짓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서울민예총은 “적폐 세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기자들을 국민들은 뭐라고 부르는지 잊었는가”라고 응수했다. 

전시 작품을 놓고 언론계와 예술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성명에 나온 핵심 주장을 보면, 언론계는 해당 작품이 기자 개인을 향한 부당한 공격으로 점철돼 있다고 본다. 반면 예술계는 기자 역시 비판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동안 왜곡을 저지른 기자에 대한 풍자는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 서울민예총이 6월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굿바이 시즌2’
▲ 서울민예총이 6월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굿바이 시즌2’

언론계는 이 작품이 기자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 이를 방치했을 때 언론의 자유까지 위협받는다고 보는 듯하다. 반면 예술계는 펜을 쥔 기자들의 왜곡 보도도 일종의 ‘폭력’이며 비판은 기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표현의 자유 논쟁에 더해 한국 언론 기자들에 대한 평가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서울민예총이 성명에서 ‘기레기’라는 단어를 피하면서도 “위키 백과에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대한민국에서 허위 사실과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린 기자’를 지칭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번 논쟁의 성격을 보여준다. 

하지만 박 작가 작품은 풍자로 보이지 않고 일방적 ‘심판’에 머물고 있다.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한 만평의 경우 때때로 표현의 자유 논쟁이 불거지고 명예훼손 시비가 일곤 하는데, 대부분 별 탈 없이 넘어가는 이유는 ‘작가의 풍자에 공익적 가치가 있다’는 대중의 공감에 있다.

왜곡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의 행태를 풍자하기 위해서라지만 이 작품을 봤을 땐 풍자 대상이 된 기자가 어떤 기사를 썼는지 그리고 그게 왜 사실 왜곡에 해당하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정파적 프레임에 갇혀 특정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내놨던 기자들을 캐리커처로 표현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가지 유추가 가능한 건 캐리커처 대상이 된 기자들 대부분이 한 아카이빙 사이트에서 왜곡을 일삼았다고 낙인 찍힌 기자들이라는 것이다. ‘리포트래시’는 ‘가짜 뉴스’, ‘악의적 제목’, ‘사실 왜곡’, ‘‘헛소리/선동’ 등과 같은 항목으로 기사를 제보 받아 기자를 박제해놓고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이 사이트 순위에 오른 기자들이 박 작가 캐리커처에 등장하는 기자들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 사이트는 공적 역할을 하는 기자들을 감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자의적 기준에 따라 ‘기레기’로 낙인 찍는다는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기자는 욕 먹어도 싸다’라는 식으론 한국 기자 사회를 바꿀 순 없다. 적대감만 표출시켜선 세상을 바꿀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우리편 언론’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순간 판단 기준은 진실과 사실이 아닌 ‘진영’이 되고 온전한 비평은 불가능해진다. 사실을 왜곡하는 문제적 언론과 기자에 대한 비평은 필요하다. 정교한 비평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아픈 법이다. 언론 역시 정치, 경제, 자본 권력에 대한 엄정한 감시·견제를 통해 추락한 언론 신뢰도를 제고해야 하며, 무엇보다 독자를 포함한 외부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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