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기 어려운 삶 드러낸다는 명분 하에 자극적 소비 우려
“주인공 모습과 함께 ‘한마디씩 얹는’ 패널도 감시해야”
기획부터 촬영, 자막 쓰는 연출진 인권 인식이 가장 중요
시청자도 인권 인식 함양해 피드백하고 콘텐츠 소비해야

지난해 10월부터 방영해 올 초까지 인기를 끈 MBN의 ‘돌싱글즈2’의 한 커플은 최근까지도 미디어에 오르내린다. 이 방송에 나와 결혼하게 된 ‘남기-다은’ 커플은 6월 채널A의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까지 출연했다. 프로가 끝났음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혼과 재혼뿐 아니라 재혼 가족의 아이 양육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돌싱글즈2’에서 남기는 다은의 아이를 보며 자꾸만 눈물을 흘리는데, 남기 자신의 부모님이 친부모가 아니었음을 성인이 되고 나서 알았던 사례다. 이 때문에 다은의 아이를,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처럼 키우겠다고 다짐한다. 이러한 장면은 많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줬다. MBN은 6월 말부터 ‘돌싱글즈3’을 안정적으로 시작했다.

[관련기사: 이혼한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 ‘찐’으로 다가왔다]

▲채널A '금쪽상담소' 화면 갈무리.
▲채널A '금쪽상담소' 화면 갈무리.

TV조선의 ‘우리 이혼했어요2’의 경우도 이혼과 한부모 가족, 황혼 이혼까지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이혼했어요1’도 파격적 소재로 인해 큰 관심을 끌었고 ‘우이혼2’의 경우도 최고 시청률 8.9% (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혼 가족이 겪었던 시부모와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거나, 이혼한 부부가 싸움을 하면서 오열하는 장면을 장시간 노출하는 등 다소 불필요한 사생활까지 끄집어낸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5월부터 티빙에서도 웹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를 공개했는데 부부가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 갈등하고 선택을 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MBN '고딩엄빠2' 화면 갈무리.
▲MBN '고딩엄빠2' 화면 갈무리.

6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MBN ’고딩엄빠2‘는 10대에 임신과 출산을 겪은 부모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소재로 주목받았다. 초반에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논쟁도 있었으나 청소년 부모나 미혼모 지원 정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프로그램 방영 중 10대 부부 사이 흉기 협박이 일어난 장면이 노출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존재하지만 가시화되지 않은 다양한 삶의 모습이 미디어에서 드러나고 있는 경향은 뚜렷하다.

7월부터는 OTT 웨이브 오리지널에서 ‘메리퀴어’와 ‘남의 연애’가 방영 예정인데,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메리 퀴어’는 국내 최초 ‘커밍아웃 로맨스’를 예고하면서 성소수자 커플을 다룰 것을 알렸다. ‘남의 연애’ 역시 남성들의 사랑을 다루는 연애 리얼리티다. 웨이브 측은 “‘메리퀴어’와 ‘남의 연애’는 평범하지만 매우 특별한 다양성 리얼리티로 정식 론칭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며 ”성소수자와 이성애자 모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사랑 이야기가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브 '메리퀴어' 예고편 화면.
▲웨이브 '메리퀴어' 예고편 화면.

드러내기 어려운 삶 드러낸다는 명분 하에 자극적 소비 우려

이혼, 황혼 이혼, 입양 가족, 10대 부모, 성소수자 커플 등 방송의 소재만으로 이들을 가시화하고 다양성을 확대했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동시에 방송이 소수자의 삶을 보여준다는 명분 하에 이들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다양한 가족의 양태를 소재로 가져왔을 때, 소재 자체에 대해서는 더 넓어졌다는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방송이 해당 소재에서 끌어낼 수 있는 자극성과 선정성을 부각했는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많은 방송에서 자극적 측면을 끌어내는 것에 치중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 평론가는 “예를들어 이혼 이후의 관계라는 소재를 가져온 것은 좋지만 이혼을 다룬다는 명목 하에 매우 내밀한 사적 갈등을 증폭해 보여주고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여주듯 요동치는 감정을 집중해서 편집한 경우도 있었다”며 “관계라는 것이 어떤 때는 요동치고, 어떤 때는 잠잠한 것인데 방송은 가장 요동치는 장면에 집중하고 일주일동안 시청자들이 소비를 이어갈만한 ‘장면’을 만들어내려 한다”고 전했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의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의 한 장면.

“주인공 모습과 함께 ‘한마디씩 얹는’ 패널들도 감시해야”

정 평론가는 관찰 카메라 속 주인공들의 모습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그들의 생활을 관찰하며 ‘한마디씩 얹는’ 구성원들의 역할도 함께 짚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정 평론가는 “관찰 예능에는 여러 관점을 대리해주는 역할로서의 스튜디오 구성원이 있는데 그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도 짚어야 한다”며 “전문가 등을 배치해 안전장치를 두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전문가 없이 연예인들만 두고 ‘수다’를 떠는 배치는 재미 요소만 강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최근 많은 프로그램들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문가 배치보다 재미를 끌어내려는 패널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결국 다양성 차원에서 가치를 둔 소재들이, 선정성이 짙고 자극적인 전개로 경도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전개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와, 높은 수위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도달할 수 있는 ‘게이트키핑’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방송을 만드는 이들의 인권 의식 함양과, 시청자들의 적절한 감시와 피드백이 다양성을 확대한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그려내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1차적으로 주인공들의 삶을 24시간 찍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연출자, 카메라 감독, 편집 인력에 의해 부각하려는 특정한 관점이 전달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한 관찰 프로그램에 아빠와 어린이가 하원을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아빠가 어린이에게 “아빠가 와서 좋아?”라고 묻자 어린이가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자막으로는 “사실 엄마가 오는 게 좋은데”라는 식의 설명이 달린 경우도 있었다. 김지학 소장은 이러한 예시를 들며 자막으로 성역할 고정관념 등을 강조하는 사례나 전문가를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전문가도 특정 사례에 대해선 완벽하지 못함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상담 전문가가 나오는 관찰 프로그램은 유용하다는 평도 있지만,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혼 가정에 대한 선입견이나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잘못된 솔루션을 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다양성 드러내는 방송, ‘소수자 가시화’인가 ‘소수자 소비’인가

김 소장은 “결론적으로 다양한 가족을 보여주는 방송들은 소수자를 가시화시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방송이 소수자를 가시화하는 것이냐, 소수자를 소비하는 것이냐에 대해 둘 중 하나로 가고 있다고 정확히 답변하긴 어렵다. 물론 방송은 결국 시청률이 나와야 돈을 버는 구조임으로 이들을 자극적으로 소비하고 싶은 욕구를 완전히 줄이기는 힘들 것”이라 전했다. 

▲JTBC '내가 키운다'의 한 장면.
▲JTBC '내가 키운다'의 한 장면.

김 소장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방영됐던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의 경우 이혼한 이후 부모 중 한 명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그려냈는데 이들의 힘든 점과 즐거운 점을 종합적으로 담아냈다고 전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왔던 사유리의 사례 역시 새로운 가족의 탄생과 성장을 다뤘다는 평이다.

김지학 소장은 “PD와 편집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연출자들의 인권이나 성평등에 관한 인식에 대해 계속 감시하고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한다”며 “이와 함께 시청자들도 충분한 인권 감성과 성평등 인식을 가지고 피드백을 하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연출자와 시청자 역량이 둘 다 함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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