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등장부터 성차별 논란 불러일으킨 김건희, 패션으로 여성성 주목…성차별 표현 ‘내조’ 강조하는 언론, 이용하는 김건희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시대착오적 관점의 기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적절한 지적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성차별적 시선을 동시에 담은 기사가 눈에 띈다. 자동차 정보 웹진 ‘더 드라이브(The Drive)’는 지난 8일 “[단독] 윤석열 거꾸로 입은 듯한 바지 화제...김건희 여사 내조 없나, 진실은?”이란 기사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윤 대통령이 바지를 거꾸로 입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는 “윤 대통령은 업무 도중 걸어가는 과정에서 배꼽 아래에 걸쳐진 바지가 축 늘어져 있다”며 “지퍼 라인이 보여야 할 부분이 엉덩이 부분처럼 민짜로 보이고 있고 바지에 앞 열림이 없어 바지를 거꾸로 입은 것 아니냐고 누리꾼들은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누리꾼들 의견이라며 “이른바 ‘배꼽 바지’가 골반까지 흘러내려 질질 끌고 다니는 듯한 행색인 탓에 ‘조용한 내조’를 선언한 김건희 여사에게 남편 옷 입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등 불똥이 튈 정도”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패션을 조롱하면서 김 여사가 내조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며 성차별적인 시선까지 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을 바지조차 제대로 못 입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 걸까? 진짜로 남자들은 배우자가 바지 방향까지 정해줘야 한다고 믿는 걸까? 이러한 온라인상 가십을 어떤 근거로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까? 윤 대통령 정장‘핏’에 대한 지적은 술자리 안줏거리에 지나지 않는 소재인데 [단독] 표기까지 달고 보도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 더드라이브 단독 보도
▲ 더드라이브 단독 보도

 

대선후보시절, 여성성으로 주목받은 김건희

김 여사는 ‘쥴리’ 논란에 대한 해명 인터뷰로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문제로 첫 모습을 선보인 이후 김 여사의 성차별적 시선은 끊이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김 여사 외모 품평(마이클잭슨 닮았다 등) 여론을 방송에서 공론화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 여사가 초래한 측면이 있지만 정치권과 언론은 김 여사에 대한 성차별 의견을 확대재생산했다. 

윤 대통령 측에선 김 여사의 주가조작과 허위경력 논란에 자숙하는 의미로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시대착오적이지만 언론에선 여기저기 ‘조용한 내조’를 강조하며 퍼트렸다. 내조는 여성을 집안일을 하는 사람, 즉 ‘안사람’으로 부르고 남성을 바깥일을 하는 사람, ‘바깥사람’ 또는 ‘바깥주인’ 등으로 부르던 관점에서 나온 말이다. 윤 대통령 패션이 이상할 경우 김 여사의 탓이라는 식의 주장이 ‘내조’가 성차별적인 이유다.

이 역시 해묵은 지적이다. 지난 2019년 2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성차별 호칭이나 표현을 개선하자며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 등을 ‘배우자’로, ‘내조’나 ‘외조’ 대신 ‘배우자의 지원, 도움’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YTN 보도 갈무리
▲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YTN 보도 갈무리

 

조용한 내조 강조하는 언론

언론에선 줄곧 ‘조용한 내조’를 강조하고 있다. 김 여사의 활발한 활동을 강조하기 위해, 왜 ‘조용한 내조’를 하지 않느냐는 비판 등 ‘조용한 내조’가 정치쟁점이 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조용한 내조’ 끝났다…프랑스 ‘영부인 모델’ 관심”(뉴스1 6월18일)
“‘조용한 내조’ 넘어선 김건희…野비판론 뚫고 광폭 이어가나”(연합뉴스 6월19일)
“김건희, 조용한 내조 끝?…‘첫 공개연설’ 이어 나토 외교무대 데뷔”(매일경제 6월25일)
“‘김건희 나토 순방 동행’ 댓글여론 ‘이게 조용한 내조?’”(빅터뉴스 7월4일)

대통령실이나 정치권에서 ‘조용한 내조’라는 표현을 썼으니 언론도 쓸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은 절반만 타당하다. 직접 인용이 아닌 경우 ‘조용한 내조’ 대신 ‘조용한 행보’ ‘조용한 일정수행’ 등 대체표현을 찾기에 무리가 없다. ‘내조’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가부장제의 고정관념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바지를 거꾸로 입었는데 김 여사를 탓하는 황당한 기사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조에 전념하겠다던 김건희, 尹 해외 첫 순방에 퍼스트레이디로 참석한다”(인사이트 6월22일)와 같은 기사를 보면 ‘내조’는 정말 모든 사회생활을 제외한 집안일을 뜻한다. 

이러한 관점은 타국 정상 간 회담을 전하는 기사에도 투영된다. 지난 5월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아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만찬을 가졌는데 기시다 부인이 기모노를 입고 차를 대접하는 사진이 보도됐다. ‘내조’라는 단어를 이미지화하면 나타날 수 있는 사진이었다. 일부 언론에선 ‘기모노 내조’라는 용어를 만들어 보도했다. 

일본에서도 내조 논란이 있었다. 2018년 12월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일본 아오모리현 고쇼가와라시에선 시 당국이 포상수상자의 아내에게 주는 ‘내조공로상’을 폐지하기로 했다. 수상자가 남성일 경우 여성 배우자에게 내조공로상을 주지만 수상자가 여성일 경우 남성 배우자에게는 주지 않아 왔다고 한다. 성차별이란 비판 끝에 관련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 김건희 여사 목걸이 가격 관련 보도
▲ 김건희 여사 목걸이 가격 관련 보도

 

부적절한 논란에 편승한 김건희 

물론 김 여사 측이 논란을 부르고 오히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한 측면도 있다. 김 여사 사진이 그의 팬클럽이나 김 여사 오빠를 통해 SNS나 일부 기자들에게 유포되거나, 김 여사가 입은 옷이나 액세서리가 얼마인지 구체적인 정보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김 여사의 패션은 김 여사의 ‘조용한 내조’와 함께 윤 대통령 관련 기사보다 주목받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말 나토 정상회의 순방 5일간 네이버 언론사별 많이본 뉴스 중 김 여사 관련 기사가 50%, 윤 대통령 관련 기사가 30%로 각각 나타났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후보시절부터 후보의 배우자라는 위치보다 고정관념 속 여성성으로 더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가 책임있는 행보를 보이는지, 대통령 배우자로서 내는 공적인 메시지가 가려지는 효과가 있다. 대통령 배우자 수행을 공적으로 맡는 제2부속실을 만들자는 여론에도 부속실을 만들지 않고,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과 일정을 수행하는 모습까지 비판을 받고 있다. 

급기야 김 여사가 강남구 청담동 한 사치품 매장에서 경호원을 대동하고 쇼핑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대통령실이 “허위”라며 해명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다. 대통령 배우자로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도 부족할 시기에 품평의 대상으로 스스로 전락하고 언론이 이에 동조하는 현상은 과거에 끝났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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