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 수신료 폐지 법안 통과…공영방송 재원 불안정
4월 프랑스 대선서 극우 정당 후보 뿐 아닌 마크롱 대통령도 공약
TV수신기보다 OTT로 콘텐츠 시청하고 ‘불공정한 세금’ 여론 확산
한국에서 다시 수신료 폐지 여론 형성하려는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프랑스 하원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 법안이 통과된 가운데, 한국 여당인 국민의힘도 수신료 폐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만들려 하고 있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도 신문 한 면을 통으로 쓰면서 수신료 폐지 기사를 내는 등 국내에도 영향이 미치는 모습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임한 후 프랑스 정부는 5월11일 TV수신료 폐지를 전격 발표했고 최근 7월23일 프랑스 하원은 수신료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겼다. 찬성은 170표, 반대는 57표였다. 프랑스 수신료는 연 138유로(약 18만5000원)이다. 월 1만5000원 수준의 수신료를 매년 가구별로 걷어 약 32억 유로(약 4조 3000억원)의 규모에 달했다. 2025년까지는 이를 국가 일반 예산에서 이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수신료는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지옹, 아르떼, 라디오프랑스, 프랑스메디아몽드, 프랑코포니 국제방송 테베쌩크몽드, 국립시청각센터에서 사용돼왔다.

▲ 지난해 5월 KBS에서 209명 국민참여단의 KBS 수신료 및 공적책무에 관한 숙의토론이 진행됐다. 사진=KBS
▲ 지난해 5월 KBS에서 209명 국민참여단의 KBS 수신료 및 공적책무에 관한 숙의토론이 진행됐다. 사진=KBS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내는 월간지 ‘신문과방송’ 7월호에 실린 최지선 파리2대학 박사의 ‘텔레비전 수신료 폐지 공영 미디어 재원 조달 방법 논의돼야’를 살펴보면, 이미 지난 4월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정당 후보 마린 르펜뿐 아니라 재임에 도전하는 마크롱 대통령 역시 ‘TV 수신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누가 되든 프랑스의 TV 수신료 폐지는 기정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이 다름에도 모두 ‘TV 수신료 폐지’를 내걸었다. 

최지선 파리2대학 박사는 “마크롱 정부의 TV수신료 폐지는 에너지 가격 및 물가 상승에 따라 국민의 구매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일종의 세금 폐지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2019년 공공회계부 장관이던 제럴드 다르마냉이 수신료 폐지를 제안했고 방송 정책 주무 부처인 문화부와 방송 규제 기관인 시청각최고위원회에서 모두 공영방송의 중요성과 재정 건정성을 내세우며 수신료 폐지를 강하게 반대했다”고 프랑스에서 수신료 논쟁이 계속돼왔다고 전했다.

TV수신기보다 OTT로 콘텐츠 시청, ‘불공정한 세금’ 여론 확산

최 박사는 프랑스의 수신료 폐지의 배경에 대해 △미디어 환경의 변화 △국민의 세금 부담 △정치적 이해관계를 꼽았다. 점점 TV수신기를 통해 방송을 이용하는 가정이 줄고 있고 OTT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한 다른 세금과 달리 모든 가구에 동일 요금으로 일괄 징수된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세금’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었던 점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선심성으로 수신료 폐지 공약을 하는 등 정치적 이해관계도 있었다. 프랑스 공영방송사 노조는 수신료 폐지로 인해 파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최 박사는 “마크롱 정부의 프랑스에서는 TV 수신료 폐지를 공영방송 무영론과 결부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극우 정당과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TV수신료 폐지를 공영방송의 존폐와 연결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오히려 마크롱 정부 대변인은 “허위 정보 시대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수신료 폐지를 위한 절차를 마치면 공영방송의 예산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다른 미디어나 공공영역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한국서 다시 수신료 폐지 여론 형성하려는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으로 분류되는 조선일보는 본격적으로 수신료 폐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관련 기사: 국민의힘 수신료 폐지주장에 “비전문가적 주장” 비판한 KBS노조]

▲25일 조선일보 4면. 한 면을 통으로 수신료에 관한 기사로 채웠다.
▲25일 조선일보 4면. 한 면을 통으로 수신료에 관한 기사로 채웠다.

공영방송 전문가인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수신료를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더라도, 국회에서 공영방송 예산을 정하기 때문에 공영방송은 정파성에 매우 취약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민영화가 된다면, 시민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경쟁 미디어 그룹들이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영방송이 민영화가 된다면 다른 미디어그룹들과 광고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데 다른 미디어 그룹 입장에서도 ‘광고 나눠먹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영화가 아닌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는 방식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기에 수신료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파성에 더 취약해진다. 한국의 경우 보수 언론들이 방송사도 소유하고 있다. 만약 공영방송이 민영화된다면 방송사를 가지고 있는 미디어 그룹 입장에서 과연 수신료 폐지가 이득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강형철 교수는 “한국에서 수신료 폐지를 하려면 방송법을 바꿔야 하는데 민주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당장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유럽 등에서 보수 정당과 보수적인 논조의 언론은 항상 수신료 폐지를 주장해왔다. 그들은 시장 경제를 중시하기 때문이며, 기본적으로 ‘공영’이라는 가치가 진보적 가치를 담는 방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국민의힘이 수신료 폐지를 주장하려면 근거가 되는 논리와 이후 세금으로 할 것인지 민영화를 할 것인지 등을 생각하고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정략적 차원의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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