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362호 사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가 주인공인데 고래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수족관에 갇혀 지낸 ‘범고래’는 지느러미가 휜다는 슬픔을 드라마 속 우영우는 알려준다. 드라마 열풍 때문인지 제주 연안에 사는 남방큰돌고래를 소개하고 고래 포획 금지의 역사를 다루는 등 고래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기후변화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한반도 해역에 고래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래 보호 여론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보도로도 이어졌다.

▲ 7월20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 7월20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팽나무도 드라마 소재로 등장한다. 도로 계획에 시골 마을길이 포함되면서 마을의 상징인 팽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실제 존재한 ‘우영우 팽나무’는 드라마 방영 이후 천연기념물 지정이 추진 중이다. 문화재청은 드라마 속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려는 이유에 대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노거수의 보호가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드라마 소재가 환경보호 인식을 높이면서 변화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 7월2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창원 북부리 팽나무’ 일대에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나무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비중 있게 등장했고, 온·오프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 연합뉴스
▲ 7월2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창원 북부리 팽나무’ 일대에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나무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비중 있게 등장했고, 온·오프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 연합뉴스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기후변화는 언론 보도의 주요 의제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2045년 지구 온도는 2도 상승이 예상된다. 온도가 2도 상승하면 생물종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문제이면서 미래 세대엔 생존의 문제다.

언론도 적극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겨레는 국내 최초로 지난 2020년 4월 기후변화팀을 만들어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의제를 보도 중이다. MBC는 ‘기후환경 리포트’ 코너를 통해 환경 문제를 심층 보도 중이다. 서울신문은 ‘기후변화 스코프’라는 이름으로 국제 환경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다룬다. 최근 국민일보는 ‘기후위기, 나무가 희망이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내고 있다. 이런 기획물 보도는 과거 국제뉴스로만 취급받았던 기후변화 문제를 우리 사회, 미래 세대의 문제라는 것을 적극 인식한 결과물이다.

▲ 7월22일 MBC 뉴스투데이 ‘[기후환경 리포트] 유럽이 불타는 이유… 미래 지구의 경고’ 보도 갈무리. 사진=MBC뉴스 유튜브
▲ 7월22일 MBC 뉴스투데이 ‘[기후환경 리포트] 유럽이 불타는 이유… 미래 지구의 경고’ 보도 갈무리. 사진=MBC뉴스 유튜브

기후변화 뉴스가 많이 보이는 건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경계해야 할 것들이 있다. 롭 닉스(프리스턴환경연구소 환경인문학 교수)는 환경 이슈에 관한 미디어 재현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미디어가 기후변화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을 ‘은밀한 폭력’으로 지칭하고 “스펙터클하지도 않고 순간적이지도 않다. 그 대신 점진적이며, 수년,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에 걸쳐 나타난다. 유독성 물질의 증가, 온실효과의 상승, 서식처의 파괴로 인해 멸종하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 등의 대재앙은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사상자는 길면 몇 세대에 걸쳐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2015년 사상 최고 온도를 기록했을 때 CNN은 기후변화보다 석유산업에 대한 보도가 다섯 배 이상 많았다. 여전히 기후변화 뉴스는 부족하고 주류 미디어에선 선정적이고 논란이 많은 이슈로만 다루면서 직접 인류에게 ‘일상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고 인식하는데 사실상 은폐하는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2015년 파리 기후 협정, 환경 보호국의 청정 발전계획, 프란치스코 교향이 내린 회칙 등 기후변화 이슈가 연달아 발생했지만 ABC, CBS, NBC, FOX 채널 방송 시간은 146분이었고, 대부분이 혹독한 기후를 조명했을 뿐 국가 안보나 건강 문제, 경제 성장 등 이슈를 연결하는 보도는 없었다고 한다(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가이드_더글라스 켈너·제프 셰어).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한 드라마의 열풍이 환경보호 인식을 일깨우면서 언론 보도로 이어진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언론은 미디어가 재현한 기후변화, 즉 환경 위기 문제가 구조적인 원인을 숨겨 불평등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직시해야 한다. 설령 흥미가 떨어지고 변화가 더디더라도 기후변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우리 사회 문제로 연결시키는 작업은 미래 세대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언론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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