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대중 무역적자 석 달 연속은 30년 만
언론들 '적자 구조 고착화' 우려, 장기 지속 가능성도
한경 "정부 상황 진단 의구심" 중앙 "위기감 느껴지지 않아"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대중 무역수지 또한 30년 만에 석 달 연속 적자다. 계속되는 적자 행진에 2일 아침신문은 일제히 ‘비상등’을 켰다. 정부 비판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국경제는 정부의 해명을 반박했고, 경향신문은 정부의 청사진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7월부터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경고했다.

2일 9개 주요 아침신문 중 동아일보와 한겨레를 제외한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1면에 무역적자 소식을 다뤘다. 연속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는 ‘에너지 대란’이 꼽혔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수입액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 8월 2일자 중앙일보 1면
▲ 8월 2일자 중앙일보 1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 ‘넉달 연속으로 무역수지 적자’에서 “7월 수출은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증가하며 전월(25억7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해 7월 배럴당 73달러 수준이던 두바이유는 지난달 103달러까지 올랐고,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14%, 174% 급등한 탓이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에너지 쇼크, 넉 달 연속 무역적자 수렁에’ 기사에서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결과다”며 “하지만 수출 증가율은 9.4%에 그쳤다. 지난 6월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하반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면 ‘넉달 내리 무역적자, 하반기가 더 걱정’에서 중앙일보는 “하반기가 더 걱정이다”며 “글로벌 경기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우리 수출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의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면서 증가세가 약화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인용했다.

언론들 ‘적자 고착화’ 우려 … 장기 지속 가능성도

언론들은 7월부터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일시적 요인이 아닌, 무역 지형 자체가 변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언론들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등 중국의 ‘경쟁력’에 주목했다.

▲ 7월 13일자 동아일보 사설
▲ 7월 13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사설에서 “지금의 대중 무역적자는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들여와 완제품을 만들어 제3국에 수출하는 수직적 분업과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술력 향상으로 자체적으로 부품 조달과 완제품 생산이 가능한 첨단 제조업 중심 국가로 바뀌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와 휴대전화 부품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감하며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고 전했다.

한국경제 역시 17일 사설 ‘中 0%대 성장 쇼크…무역의존도 못 낮추면 더 큰 충격 온다’에서 “문제는 대중 무역 균열이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며 “자동차부품 배터리 등 우리가 우위였던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졌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도 맹추격 중이다. 중국 경제가 회복하더라도 예전 같은 구도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2일 사설에서도 중국의 성장을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필요한 반도체의 70%를 자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은 미국 견제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를 뺀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 위탁생산에서 중국이 이미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무역적자에서 시작된 파열음은 30여 년간 유지된 한국의 수출 체제, 경제 전체의 수익구조에 탈이 났다는 신호다. 국제유가, 원자재 값이 내려 무역수지만 개선되면 멀쩡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며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 중심으로 짜여진 우리 경제의 수출·수입 시스템을 근본부터 뜯어고칠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 “에너지 가격 탓만 할건가” 중앙 “위기감 느껴지지 않아”

언론들은 예정된 적자에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계속 내고 있다. 정부의 청사진이 부재하고, 사태 파악을 정확하게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정부의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8월 2일자 한국경제 사설
▲ 8월 2일자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는 2일 사설에서 정부 해명을 반박했다. 한국경제는 ‘환율 1300원대에도 무역수지 적자…에너지 가격 탓만 할건가’에서 “4개월 내리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5월 16억달러, 6월 26억달러였던 적자가 7월 들어 46억7000만달러로 급증한 점도 당혹스러움을 키운다”며 “정부는 이번에도 높은 에너지·원자재가로 인한 수입액 급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최근 주요 원자재 가격이 내림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정부가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대중 무역적자 경고음이 울릴 당시인 7월에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칼럼을 냈다. 경향신문은 13일 특파원 칼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무역 다변화를 시도하더라도 굳이 불필요한 수사로 중국을 자극하거나 탈중국화를 서두르기보다는 대안을 마련하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며 “베이징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출범 두 달이 지난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것은 미국과의 경제안보 동맹 강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안미경미’(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로의 대외정책 기조 변화뿐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 7월 19일자 중앙일보 칼럼
▲ 7월 19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일보 또한 7월에 대중 무역적자를 미리 경고하며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19일 논설주간 기명 칼럼에서 “주목할 셋째 지표는 대중국 무역수지다. 다른 경제지표가 괜찮아도 경상적자가 쌓이면 무조건 위험 신호다. 1995~97년 3년간 경상적자가 455억 달러에 달했다. 결국 외환위기가 발생했다”며 “진짜 긴장해야 한다.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에 경제 워룸(비상경제상황실)을 차려놓고, 대통령이 퇴근을 반납하고 직접 챙겨도 시원찮을 판이다. 유감스럽게도 윤석열 정부에서 절체절명의 위기감이나 치열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건지 ‘큰 그림’도 안 보인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툭툭 던지는 말만으로는 이번 위기를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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