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365호 사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뒷배경에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듣는다’라고 쓰인 문구 취지와 정반대로 형식과 내용 모두 낙제점이었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가 일방 소통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을 포함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질문은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대해 “지지율 그 자체보다도 여론 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답변을 회피했고, 이어 “왜 인사가 가장 문제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는 말로 외면했다.

기자 질문 핵심은 국정운영 동력이 바닥을 드러난 지지율, 즉 싸늘한 국민 여론을 국정 책고 책임자가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에 방점이 찍혔지만 ‘앞으로 잘 하겠다’는 의미없는 선언적 답변만 반복한 것이다. 이런 걸 두고 일방 소통이라고 부른다.

▲ 지난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지난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둘째, 진솔한 사과도 전무했다. 대부분 언론이 기자회견에 혹평을 쏟아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당내 불화를 반영한 이준석 전 대표의 비판과 관련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었다는 답은 비겁하기 그지 없다. 당 원내대표에게 직접 보낸 ‘내부총질’라는 단어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자신이 쓴 표현조차도 솔직하게 입장을 밝히는 걸 거부했다. 책임지는 태도를 버리면서 일방 소통의 이미지가 강화됐다.

셋째, 100일 취임 기자회견의 무게를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이전 정부의 요란스러운 형식을 탈피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도어스테핑(출근길 질의응답)보다 조금 심층적인 회견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대통령 답변이 일방 소통으로 흐르다보니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느니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을 받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난 도어스테핑이 단순히 소통은 하고 있다는 알리바이가 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넷째, 이번 기자회견은 편향적 기준에 따라 질문자가 선정됐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30분이라는 짧은 질의응답 시간에 대변인이 임의로 질문자를 선정하면서 혹여 불편한 질문 기자를 피하려는 의도는 없었냐는 것이다. 실제 회견 참석 기자들 사이에선 매체의 성향을 선별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민감한 질문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변인이 제한된 시간을 강조하며 질문을 간단하게 해달라는 주문 역시 틀렸다. 오히려 기자들이 추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대통령의 심층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 8월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8월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다섯째, 이번 회견의 유일한 성과를 꼽자면 이젠 대놓고 짜놓은 각본에 따른 가짜 기자회견으로 회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전 정부보다 윤석열 정부가 낫다는 평가를 듣기 위해서라도 질 높은 기자회견을 마련해야하고 소통이 곧 정부 능력이라는 것을 체감케해야 한다. 100일 기자회견을 계기로 내용과 형식에서 보강할 점을 찾고 대국민 소통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기자회견을 ‘이벤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대통령 브리핑' 형식을 취하면서 횟수를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덧붙여 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국민을 대신하는 기자들이 ‘외람되지만’이나 ‘껄끄러운 질문일 수 있다’라는 사족을 달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건들릴 수 있을 정도의 질문을 던지는 게 국민을 대신한 대통령실 출입기자의 역할임을 새겨야 한다는 일침이다. 이를테면 김건희 여사의 회사가 주최한 전시회 인테리어를 맡았던 업체가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수의 계약으로 낙찰받았고, 그 대표는 김 여사 추천으로 대통령 취임식까지 초청받았던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대통령과 대통령실 입장을 캐물을 수 있어야 한다. 사적 인연의 인사가 어떻게 국가 중대사의 공적인 자리에 초대될 수 있었는지 상식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직접 물을 수 있는 ‘껄끄러운 기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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