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상위 수준 급여 받지만 “생활고” 주장 나와
조선일보 노동조합 “정신 자세만 강요하기 쉽지 않아”

‘1등 신문’이라는 조선일보 직원들의 자부심이 임금인상률 앞에 흔들리고 있다. 조선일보 직원들은 적은 임금으로 자괴감을 느끼고 있으며,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크레딧잡 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 평균연봉은 6875만 원(고용보험료 기준)으로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지난 25일 발행한 ‘조선노보’에서 조합원 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합원들은 현재 임금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A조합원은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근무시간에 비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잦은 야근에 비해 매우 비현실적인 야근 수당으로 굉장한 자괴감을 느낀다. 매년 2% 인상도 지키고 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조합원은 “돈이 없어 취재원과 잘 만나지 못하는 중”이라며 “매번 얻어먹기 미안해서. 2~3번 그쪽이 계산하면 1번은 내가 해야 도리인데, 그렇다고 대학생들 먹는 저렴한 식당으로 모시기도 뭐하니 약속 잡는 게 아주 소극적으로 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자부심이 생활고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힘들다”, “어떻게 한 번 집 사보겠다고 주식과 코인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어린 자식들하고 먹고살게는 좀 해주세요” 등 의견이 나왔다.

임금에 대한 불만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 하락으로 이어졌다. C조합원은 “1등 신문 이름 지키자며 업무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월급은 1등에서 멀어진 지 오래인 데서 오는 자괴감(이 있다)”이라고 토로했다. D조합원은 “‘1등 가는 사람을 데려다 1등 대우를 하는 것이 1등 신문의 비결’이라는 본사의 오래된 철학이 풍화하고 있다고 느낄 것 같다”고, E조합원은 “1등 신문이라는 자존심이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직을 고민하는 조합원도 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올해 임협에서 임금인상 수준이 중앙·동아보다 낮게 결정될 경우 심경은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업무 강도가 훨씬 낮은 곳으로 이직 많이 할 것 같다”, “이직하고 싶을 듯”, “자존감 하락 및 이직 고려”, “중앙이나 동아로 이직하고 싶어질 것 같다”, “진지하게 타 언론사 이직 고려”라는 답이 나왔다.

▲8월 25일 발행된 조선노보 지면 갈무리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고물가 시대를 탓하지 않더라도, 점점 더 많은 조합원들이 대기업·스타트업은 물론 의사·변호사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주위 또래들과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견줘보게 된다. 이는 물론 갈수록 척박해지는 언론 산업 생태계와 취재 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기자직을 둘러싼 녹록지 않은 사회 현실과 정치적 환경은 더 이상 조합원들에게 정신 자세만을 강요하기 쉽지 않은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많은 조합원들의 공통된 고민도 이러한 지점에서 비롯되고 있다. 생활에 치이고 환경에 눌려 처음 가졌던 ‘기자 정신’과 ‘사명감’이 마모되고 풍화되면 이를 다시 벼리는 조합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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