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 계기로 높아진 자폐인에 대한 관심과 현실 다뤄
“현실적 아픔 다룬다” 기획취지와 달리 ‘일부 당사자 발언 취사 선택’ 비판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계기로 미디어에서 자폐인 이야기가 활발해졌지만, 당사자 입장에서의 보도를 위해 극복할 한계들이 연이어 떠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자폐 당사자 단체인 ‘성인자폐(성)자조모임 estas’는 KBS 시사교양프로그램 ‘시사직격’ 방영을 앞두고 기대를 내비쳤다. 해당 프로그램이 자폐인 문제를 심층 취재했다고 소개한 이들은 “이번 출연은 결성 후 처음으로 estas 단위로 지상파TV에 첫 등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stas는 2013년 한국 최초의 자폐당사자 단체로 결성돼 국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방송이 나간 직후 이들의 반응은 분노로 바뀌었다. 시사직격이 ‘전형적인 자폐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8월26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갈무리
▲8월26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갈무리

이날 방송(‘우영우’ 신드롬-끝나지 않은 자폐인 이야기)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열풍, 실제 일부 영역에서 보통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 비장애인과 일상적 소통을 하거나 돌봄 지원 없이 살아가지 못하는 중증 자폐인과 가족의 어려움 등을 큰 줄기로 풀어갔다. 12세 어린이, 22세 성인 자폐인 모두 하루종일 돌봄이 이뤄지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 이런 부담을 떠안은 가족들의 어려움이 주를 이뤘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비속살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현실에서 실제 이를 시도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도 담겼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돌봄 책임을 강조했다. 이후 자폐성장애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구하면서 방송은 끝난다.

estas 측은 소위 ‘고인지’ 자폐인 또는 자폐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이들의 어려움이 모두 배제됐다고 지적한다. 윤은호 estas 공동조정자(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초빙교수)는 29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자폐당사자로서 살아가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저희가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지점에 대한 대화가 전부 보도에서 빠졌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진학·취업·삶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들이 가려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윤 조정자 등의 출연분은 방송 초반과 후반,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과 맺음말 부분에 등장했다.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와 개선점을 이야기하고자 출연했지만 “공론장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이는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표현처럼 다양한 유형의 자폐인들의 현실이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는 한계로 이어졌다. 방송에 출연한 자폐인들은 의사소통이 불가한 경우, 비장애인들과의 기본적인 소통을 어느 정도 수행하면서 반복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우, 특정 영역에서 평균보다 뛰어난 ‘서번트 신드롬’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혼재됐다.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은 중증 자폐인의 부모, 관련 분야 전문가(유아특수교육학과 교수)에 집중됐다.

▲8월26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갈무리
▲8월26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갈무리

윤 조정자는 “자폐당사자를 무시하는 언론 현실이 아직도 그대로임을 직시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됐다”면서 “(언론이) 최소한 자폐당사자들의 권리 향상에 대한 저희의 주장에도 물리적 중립이나마 취했으면 (바란다)”고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그는 “부모님들의 목소리 또한 중요하니 그분들의 목소리는 지우는 결과를 내서는 안 된다”면서 “그럼에도 저희는 미인식·미등록 당사자들의 목소리까지 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estas는 편집된 인터뷰 주요 내용을 뒤늦게라도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향후 해당 방영분을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위반 사례로 보고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CRPD 8조는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 및 유해한 관행을 근절할 노력을 기울이고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증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estas는 지난 4월 MBC ‘뉴스데스크’가 발달장애인 실종 대안으로 위치추적기 필요성을 제시한 보도 등 3건을 해당 조항 위반 사례로 보고했다. ‘시사직격’의 경우 자폐당사자에 대해 사회통합이 제한적이고 편견을 강화할 수 있으며, 당사자 권리 주장 부분이 대폭 삭제됐다는 이유로 추가 보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사직격’ 제작진은 30일 향후 유튜브를 통해 미방영된 대담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과정이야 어떻든 estas 측에서 방송내용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나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신다면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으며 행여 제작과정에서 쌓인 오해가 있다면 상호간의 대화를 통해 풀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두 시간 남짓 녹화로 진행된 토크에서 나온 이야기를 한정된 방송 시간 내 모두 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사직격’은 MC 임재성 변호사가 직접 토크에 참석해 진행하는 등 estas 자폐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노력했다”고 기획의도를 강조했다. 자폐인들이 흔히 겪는 민감반응을 전하고자 ‘VR’(가상체험)을 활용하고 오케스트라(하트하트), 사회적기업(베어베터), 여러 지역의 자폐인 등 다양한 사례자들을 만났다는 설명도 더했다.

▲8월26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갈무리
▲8월26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갈무리

제작진은 또한 “이번 편은 화제의 드라마 ‘우영우’ 이후 자폐성 장애인에 대해 커진 관심 속에서, 발달장애인들이 현실적으로 겪는 아픔에 대해 조금이라도 그분들의 입장에서 다루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는 기획의도를 강조했다. 이들은 “참가자들이 원한 만큼 반영되지 못했을지언정 그분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프로그램에서 누락되거나 왜곡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도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면 그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이러한 노력이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 사례로써 기록되는 것은 몹시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한동안 비공개 처리됐던 해당 방영분은 31일 다시 공개된 상태다. 앞서 제작진은 일부 출연자 측이 초상권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해소하는 대로 방영분을 다시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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