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367호 사설

▲ 사진=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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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속 기자들은 보통 조연이다. 기자 역할은 줄거리 전개상 보조적 장치로 활용되는데 대부분 부정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선악 구도에서 악의 편에 선 기자들이 많다는 건 극적 연출을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기자 사회 생리를 보여주는 대목을 보면 현실 속 기자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깊이 깔려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형사의 범인 추적기를 그린 드라마 ‘모범형사’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회부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한 기자는 광고국의 민원이 들어왔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편집과 경영이 분리돼 광고 등이 보도에 영향을 끼쳐선 안된다는 언론의 원칙은 깡그리 무시된다.

드라마에선 ‘산업부장이 꽃’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광고 수주 등 경영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보도를 통제하는 매체 산업부의 영향력을 드러낸 말이다. 일부 언론사의 일로 치부되지만 산업부장이라는 자리가 광고 영업부장으로 통한다는 말도 오래됐다. 편집회의에서까지 언급되는 건 각색된 드라마의 연출상 과장일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로 눈을 돌리면 오히려 더욱 극적이다.

▲ 드라마 ‘모범형사2’ 포스터. 사진=jtbc 제공
▲ 드라마 ‘모범형사2’ 포스터. 사진=jtbc 제공

미디어오늘에 찾아온 기업 인사가 있었다. 기존보다 광고지출액이 줄 수 있다고 ‘양해’를 구하자 기업 오너 실명 비판 보도를 쏟아낸 언론사가 있다고 제보했다. 그리고 며칠 후 사실 확인차 전화를 했더니 ‘오해’가 풀렸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광고를 매개로 한 기업과 언론의 관계는 결국 쌍방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를 보기 마련이다. 이런 일이 얼마나 숱하게 벌어질지 아득할 뿐이다.

소위 기업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놓고 광고를 받으면 기사를 삭제하는 일이 다반사다. 일방적으로 비판해놓고 상대 측이 사실관계를 따져 물으면 후속 보도를 하겠다고 위협하는 식으로 광고협상이 이뤄진다. 기업은 비판 기사를 삭제해 리스크를 줄이고 언론은 광고로 돈을 따먹는다.

드라마에서 일상적인 언론사의 풍경인 듯 담담히 풀어내고 있는 듯 하지만 산업부장이 꽃이라는 말을 돌이켜보면 공익적 목적의 보도가 사적 이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걸 응축적으로 표현한 풍자일지 모른다.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기자는 철저히 정치인의 매수 대상으로 그려진다. 영화 속 기자는 정치인의 비리를 캐고, 그 비리 내용을 돈을 주고 판다. 사이비 기자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최근 지역에서 선거 브로커 개입 의혹을 샀던 일간지 기자와 겹친다. 해당 기자는 전주시장 후보에게 선거 브로커와의 결탁을 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유튜브채널 ‘숏박스’가 제작한 ‘특종’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연예부 기자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로부터 항의성 전화가 오자 영상 속 기자는 “아차피 정정 기사 낼 거에요. 조회수 좀 빨다가”라며 “어차피 댓글도 막혀 있잖아요”라고 말한다. 보도 가치의 제1 순위는 조회수라는 점과 함께 인권 보호 차원에서 내린 포털의 댓글 제한 조치가 연예매체 보도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영상 속 기자는 인스타(SNS 인스타그램)을 ‘염탐’하는 것이 취재인양 당당히 말하고 눈동자를 확대해 비친 이미지를 ‘특종’이라고 생각한다. 맞춤법을 일부러 틀려서 ‘어그로’를 끌어 조회수를 높이는 ‘비결’도 공개한다. 관련 영상은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웃픈’ 현실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연예부 기자들은 매체의 조회수 높이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한 통신사의 연예부 소속 기자들은 별도의 공간에서 일하면서 ‘특공대’라고 불리운다고 한다. 데스크는 조회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기자 한명 당 보통 두자릿수에 가까운 기사를 쏟아낸다. 연예부 성적표는 매체 전체 조직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는 지표이기 때문에 임원진의 특별관리대상이라고 한다. 

최근 부쩍 늘어난 기자를 향한 풍자는 이렇듯 기자 사회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일부의 모습만 부각돼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시킬 위험성이 높다고 우려하지만 언론 전체 생태계가 바뀌지 않으면 기자는 계속해서 ‘조커’로만 남을 수 있다. 나쁜 기자는 있어도 나쁜 환경에 놓인 기자는 없도록 해야 한다. 대중 문화 속 기자의 이미지는 언론에 대한 사회적 평가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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