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부산'(BTS Yet to Come in BUSAN) 공연장이 끊임없는 우려와 논란 끝에 결국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변경됐다. 기존에 공지됐던 기장군 옛 한국유리 부지는 진출입로가 한 곳뿐인데다 그나마도 매우 협소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또, 배차 간격이 긴 도시철도와 몇 개의 버스노선만 있어 교통편이 부족하고, 공연장 인근에 화장실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어떻게 생각해도 10만 관객 방문이 예상된 대규모 공연을 치르기에 적절하지 않은 장소다. 결국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는 2일 “공연 취지를 보호하는 한편, 관객 여러분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보다 쾌적하고 원활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장소를 변경했다”고 공지한 것이다.

하지만 장소 변경이 공지되자 앞서 기장에서 발생했던 일이 반복됐다. 기장 인근 숙박업소들은 기존 숙박료보다 10배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이미 예약한 고객에게 ‘리모델링’, ‘내부사정’, ‘휴업’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예약 취소를 종용하기도 했다. 고객이 취소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한 후 가격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아시아드경기장으로 콘서트 장소가 변경되자 같은 일이 인근 숙박업소들에서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아시아드경기장은 교통이 용이해 부산 전역 숙소를 이용할 수 있어 기장보단 나은 수준이지만, 부산 전체적으로 숙박료가 크게 오른 것만은 분명하고, 그마저도 공연 당일인 15일은 대부분 매진이다. 이제 겨우 날짜와 장소만 공지됐을 뿐인 공연을 두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고작 10만 명이 찾는 행사를 치르면서도 이런데, 예상 관람객 규모가 5050만 명에 달한다는 엑스포를 어떻게 치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 오는 10월15일 열리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는 원래 부산시 기장군 일광 특설무대에서 개최한다고 했지만 지난 9월2일 급하게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변경됐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 오는 10월15일 열리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는 원래 부산시 기장군 일광 특설무대에서 개최한다고 했지만 지난 9월2일 급하게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변경됐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부산시가 유치하려는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빅 이벤트로 꼽힌다. 대전과 여수에서 열렸던 엑스포는 ‘인정 엑스포’고 부산이 유치하려는 ‘등록 엑스포’는 그 규모도 크고 위상도 높다. 개최지는 장소만 제공하고, 참가국은 각국의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각종 시설들을 설치하고 다 두고 가게 되는데, 이것들이 해당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파리의 에펠탑, 시카고의 대관람차도 다 엑스포가 남긴 유산이다.

하지만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은 2014년부터 시작됐음에도 국내에서조차 좀처럼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에 부산시는 방탄소년단을 홍보대사로 영입하기 위해 등 1년 넘게 공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출신 멤버인 지민과 정국의 부모까지 만나 설득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대한민국 기술력에 더해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K-팝과 K-콘텐츠의 성취를 부각해 경쟁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되어준다면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다만 부산시의 기대처럼,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인 170개국보다 많은 197개국의 BTS 팬클럽 아미가 부산엑스포 유치전의 천군만마가 되어줄지는 미지수다. 이번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한국 아미들에게 2019년 10월 열린 ‘BTS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함성 대면 콘서트다. 지난 3월에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함성을 지를 수 없었던 이른바 ‘박수 콘서트’였다. 여기에 맏형인 멤버 진이 연말 예정대로 군에 입대한다면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이 함께하는 다음 콘서트는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

아미들은 이렇게 소중한 공연 기회를 ‘부산엑스포 유치’라는 대의 앞에 양보한 셈이다. 그나마 공연 좌석 중 가장 좋은 3800석은 국제박람회기구 170개국 회원국 VIP들에게 배정될 예정이니 쓰린 속이 오죽할까. 하지만 부산의 숙박업소들은 대목에 눈이 멀어 팬들의 주머니를 털 생각에 혈안이 됐고, 부산시(혹은 하이브)는 공연장 부지를 선정하면서 공연장을 찾을 10만 아미들의 편의성과 안전은 우선순위로 고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저 아미들이 방탄소년단에 대한 무한 지지와 사랑으로 부산엑스포 홍보에까지 앞장서줄 거라 기대한다면 착각에 가깝다. K-팝 팬덤이라는 집단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7월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소속사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가 7월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소속사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형준 부산시장은 “각국의 유력한 의사결정자나 그 가족들이 BTS의 팬들인 경우가 대단히 많다”고 수차례 언급하고 있고, “올 7월 부산시와 외교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중남미 미래협력포럼’에 참석한 각국 외교장관과 그 부인 중 다수가 BTS의 공연에 초대만 해준다면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에 발 벗고 나설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는 후문”(부산일보)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각국의 유력 의사결정자들이 이렇게 중요한 투표권을, 이렇게 사적인 감정과 애정을 기반으로 행사한다는 것도 그저 의아할 뿐이다.

이번 유치전에서 방탄소년단의 활약과 역할은 분명하다. 하지만 부산의 100년 미래를 걸렸다는 엑스포 유치전인데, 현재로선 무기가 오로지 방탄소년단뿐인가 싶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공들여 섭외한 홍보대사를 야무지게 활용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주객은 전도됐고, 가장 큰 지원군이 되어주어야 할 아미들은 화가 났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부산엑스포 유치전의 화룡점정은 될 수 있을지언정, 천군만마는 될 수 없다. 유치전도 전쟁인데 전략을 이렇게 세워서야 어디 이길 수 있겠는가.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