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언론포커스]

상당히 많이 헷갈리기도 한다. 여 대 야의 구도가 개입하는 바람에 지금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고 있는 큰바람이 어디로 불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내로남불형 진영논리에 갇혀서 민주주의를 향한 새로운 기운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더 도약시킬 도도한 물결이 흘러가고 있음에도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다. 직업정치 분야에서 도드라지고 있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다양한 부문에서 일관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주요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아닌 민주 대 반민주 전쟁

▲ 1989년 1월, 5공 청산을 위해 야권 공조를 다짐하며 손을 맞잡는 3김. 김대중 평민당(가운데), 김영삼 민주당(왼쪽),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서울 가든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 연합뉴스
▲ 1989년 1월, 5공 청산을 위해 야권 공조를 다짐하며 손을 맞잡는 3김. 김대중 평민당(가운데), 김영삼 민주당(왼쪽),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서울 가든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 연합뉴스

이 물결은 민주화투쟁이다. 멀리는 1960년 4·19 독재타도 민주화투쟁으로부터 시작해 1970년대 3공화국 시절을 관통하는 반독재운동을 거쳐 1980년대 5·18과 6·10을 거치는 동안 제도적으로 많은 성과를 얻어낸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과거와 달라진 내용이 있다면 과거엔 권력을 쥔 여당과 이를 타도하려는 야당 사이 혹은 국민과 정권 사이 투쟁 양상이었다면 지금은 각 정당, 사회 각 부문 안에서의 민주화투쟁이라 할 수 있다. 화염병과 최루탄 없이 그러나 가히 도도하게 일어나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보면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만든 실마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작한 합당 정치라고 할 수 있겠다. 군부독재에 항거하여 싸운 민주 투사 김영삼이 집권 전략으로 군부 독재 세력과 합당을 채택함으로써 민주 대 독재(혹은 반민주)의 정당 구도가 옅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들 정당에 대항해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이른바 DJP연합으로 불리는 합당을 함으로써 3~5공화국 군부출신 인사와 민주투사였던 사람들이 함께 정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후 민주주의는 어느 정당의 전유물이 되기 어려웠다.

▲ 지난 2021년 5월11일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대선 예비후보들은 광주 5·18 묘역을 참배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원희룡(왼쪽부터), 유승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분향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지난 2021년 5월11일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대선 예비후보들은 광주 5·18 묘역을 참배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원희룡(왼쪽부터), 유승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분향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최근에는 여당 국민의힘이 5·18에 관련한 그간의 잘못된 언동을 사죄함으로써 거대 양당의 변별력이 더욱 낮아졌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당 지도부가 5·18묘역으로 가서 광주항쟁을 북한 지령을 받은 폭도들에 의한 무력행사라고 말했던 과거 행태에 대해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5월 기념행사에는 소속 의원들이 모두 내려가 그간 금기시하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소리 높여 제창하기도 했다.

상대 정당이 독재와 같은 절대 악과 결별한 상황에서는 ‘우리’의 결속을 ‘저들’의 악함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아무리 ‘저들’이 악하다고 우긴다고 해서 ‘우리’가 자동적으로 선한 연대체가 되긴 불가능하다. ‘우리’가 절대 선한 연대체가 되기 위해서는 토론과 논쟁, 연구를 통해 보편적 미래 가치를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보편적 미래 가치를 찾기 위한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제1공화국을 무너트린 4·19를 대한민국 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시즌 1의 투쟁이라면 1970~80년대 군부를 무너트린 움직임은 시즌 2의 투쟁이라고 명명해볼 수 있다. 지금 한국의 정당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보이는 내부 분열은 과거 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시즌 3의 투쟁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사의 연속선상에 있다.

시즌 3의 투쟁은 시즌 1과 2의 투쟁이 미완이어서 일어난 일이다. 이제는 특정 세력이 조직화하여 독재와 같은 절대 악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내 마음 속’ 반민주, 비민주와 싸우는 움직임이 한국의 완성된 민주화를 위해 전개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다양하게 보도되는 바람에 직업정치 세계만 두드러져 보이긴 하지만 교육, 경제, 가정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양대 정당의 지도체제에 대한 다양한 도전은 민주화투쟁

▲ 국회 전경.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자료사진
▲ 국회 전경.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자료사진

젊은이의 소리를 듣고자 파격적으로 젊은 사람을 대표로, 비대위원장으로 뽑아 놓고는 더는 못 들어주겠다며 내쫓는 식의 사고는 민주적이지 못하다. 고쳐야 한다. ‘여의도 문법’을 모르기 때문에 신선한 생각이 될 수 있을 터인데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거나 내부 총질이라며 내치는 일은 반민주적이다.

정보사회 이전 시기라면 나이는 곧 경험의 양이나 지식 축적도와 비례하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보기기 사용량이나 활용능력에 따라 젊거나 어려도 많은 정보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민주주의는 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한 한 표를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경륜을 가진 사람, 기존 문법을 몰라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사람, 현재 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 새로운 질서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 모두의 생각이 1표씩의 권리를 가진 채 숙의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민주주의는 완성될 수 있다.

자유롭고도 평등한 개인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는 완성될 수 없다. 정당 간 경쟁이 더 성숙하기 위해서도 자유롭고도 평등한 개인은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대한민국 양대 정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도체제에 대한 다양한 도전은 민주화투쟁임이 틀림없다. 한국의 언론은 이런 민주화투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민언련 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 주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