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b 슐레진저 사장의 즉시 해고 소식을 전하는 rbb. 홈페이지 상단에 ‘rbb의 위기(Krise im rbb)‘ 카테고리가 보인다-출처: rbb
▲rbb 슐레진저 사장의 즉시 해고 소식을 전하는 rbb. 홈페이지 상단에 ‘rbb의 위기(Krise im rbb)‘ 카테고리가 보인다. 출처=rbb

독일 공영방송이 사장 스캔들로 위기에 빠졌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공영방송(rbb) 사장이자 제1공영방송연합(ARD) 의장을 맡고 있는 파트리시아 슐레진저가 지난 8월 22일 해고됐다. 친인척 의혹으로 시작되어 시청료로 ‘호의호식‘을 했다는 의혹에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사건은 지난 6월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에서 시작됐다. 보도에 따르면 슐레진저의 남편인 게르하르트 스푀를은 베를린박람회 측과 여러 건에 걸쳐 14만 유로(약 1억9000만원) 상당의 미디어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이는 베를린박람회 감사에서 드러났는데, 입찰 공고 없이 진행된 계약이었다. 계약 과정에는 rbb 행정위원회 의장이자 베를린박람회 감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던 볼프-디터 볼프가 개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방송 사장을 통제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이, 사장의 남편에게 고액의 일감을 준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장 입장에서 ‘몰랐다‘고 회피할 수 있는 친인척 리스크였다. 하지만 슐레진저 사장 본인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면서 스캔들이 확대됐다. 지나친 연봉 인상, 사적 모임의 비용 처리, 고급 승용차 리스 및 업무 기사 동원, 호화로운 사무실 리모델링 등 매일 새로운 의혹이 나왔다. 슐레진저는 연봉 30만 유로를 받았는데 직전 연봉에 비해 16% 인상됐다. 보너스도 추가로 지급됐다. 다른 공영방송 사장에 비해 연봉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인상폭이 이례적이라는 점, 사장 임금의 결정권자가 슐레진저와 친분이 있는 볼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스캔들의 뇌관은 ‘저녁 식사‘였다. 슐레진저는 자택에서 진행한 사적 모임의 식사 비용을 rbb 경비로 처리했다. 인당 100유로 이상의 코스 만찬이었다. 당시 자리에 있던 인물과 마셨던 와인, 샴페인 이름과 가격까지 보도됐다. 대중들의 심기를 건드린 건 컨설팅 계약이나 임금보다 밥값 문제였다. rbb 경비는 곧 공영방송 수신료를 의미한다. 

2022년 기준 독일의 모든 가구는 공영방송 수신료로 월 18.36유로(약 2만4900원)를 의무적으로 지불한다. rbb의 경우 예산의 80% 이상을 수신료로 충당한다.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슐레진저가 공영방송 수신료 납부자들의 돈으로 자택에서 만찬을 주최했다“고 지적했다. 오랜 법정 투쟁 끝에 수신료를 지킨 공영방송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프레임이다. 

지난달 20일 rbb 방송위원회 의장이 직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틀 뒤 방송위는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며 슐레진저를 즉시 해고했다. 즉시 해고 시 조기 퇴직에 따른 퇴직금은 물론 퇴직연금, 유족연금 수령이 불가능해진다. rbb 방송위원회는 “수신료 납부자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베를린 검찰은 현재 배임 및 이익수수 혐의로 슐레진저를 조사하고 있다. 슐레진저는 “희생양을 만들기 위한 명백히 정치적인 (해임) 결정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이 사건은 사실관계가 전혀 파악되지 않았으며, 조사 또한 끝나지 않았다. 나는 조사 결과를 자신 있게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rbb의 위기를 가장 자세하게 보도한 곳은 rbb 방송사였다. rbb는 슐레진저 스캔들 이후 지금까지 ‘rbb의 위기‘를 첫 번째 이슈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소속 기자 4명이 전담팀을 꾸렸다. rbb는 “이들은 rbb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취재하고, 자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일하며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별 페이지를 통해 자사 압수수색 등 슐레진저 사건 진행 상황과 다른 공영방송 시스템과의 비교, 새로운 미디어 센터 건립 문제 등 심층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슐레진저의 스캔들은 아직 혐의일 뿐이다. 사장 직급에서 관행적인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공영방송의 개혁과 재탄생을 준비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수신료의 무게가 무겁다. rbb가 자사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수 있는 것도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기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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