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앞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하나는 협치, 하나는 정쟁의 길이다. 나는 현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칼럼에서 “작은 가능성이라도 살려보고 싶다”며 협치를 권해왔다.

▲ 윤석열 대통령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조선일보와 그 아류들은 정반대였다. 조선일보가 ‘전설’로 추앙하는 김대중은 두 차례 같은 제목의 칼럼(8월16일, 9월6일)에서 ‘윤 대통령 달라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첫 칼럼에서 “대장동 사건 등 사법 당국의 심판에 올라있는 불법들을 처리하지 않는(또는 못하는) 윤대통령”은 “큰 실수를 하는 것”이고 “민주당 세력과의 ‘협치’운운하는 데 뜻이 있는 것이라면 그들에게 말려드는 것”이라고 한껏 자극했다. 한가위를 앞둔 칼럼에선 “이제 야당과의 협치는 물 건너갔다. 의석수에서 절대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정석의 정치를 하려면 윤 대통령은 협치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장동·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법정에 불러내면서 민주당과의 협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썼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언구럭이다. 심지어 김대중은 “이 대표를 법정에 세우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단언한다. 가히 그 신문의 ‘전설’답다. 조선일보 안팎의 ‘김대중 아류’들이 곰비임비 어금버금한 논리를 펼쳤다.

▲ 8월16일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尹 대통령은 달라져야 한다’
▲ 8월16일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尹 대통령은 달라져야 한다’
▲ 9월6일 조선일보 金大中 칼럼 ‘윤 대통령 달라져야 한다’ Ⅱ
▲ 9월6일 조선일보 金大中 칼럼 ‘윤 대통령 달라져야 한다’ Ⅱ

윤 정부는 ‘이재명 기소’로 용춤 추며 ‘조선일보의 길’을 선택했다. 더러는 불법을 덮자는 말이냐고 눈 홉뜰 수 있겠다. 하지만 냉철할 일이다. 선거 패자에게 선거법 위반을 건 기소도 물색없거니와 그 ‘위반’ 혐의가 사뭇 주관적 표현들이다. 그리 따지면 당선자에겐 없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김건희 의혹’을 차단하려던 그의 안간힘 가운데 허위사실 유포로 볼 발언들을 스스로 짚어보기 바란다.

대선 과정에서 신문‧방송 복합체들은 이재명을 둘러싼 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의혹들을 악패듯 보도했다. 묻고 싶다. 그 의혹들에서 이재명이 돈이나 재단을 챙긴 혐의가 보이는가? 대선 초반에는 화천대유의 실소유자가 마치 이재명인 듯 각인했다. 물론 뇌물을 받았다면 단죄가 마땅하다. 의혹도 보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의혹’은 너무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부풀려왔다. 지금까지 보도된 의혹 대부분은 시차에 따라 판단이 필요한 행정상의 문제다. 그럼에도 이미 여론재판으로 대선 당락을 좌우한 신방복합체들은 대선이 끝나고도 거푸거푸 찔러댄다.

대선에서 이긴 대통령이 상대 후보를 수사한다? 더구나 검찰이 작심했다? 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 깜냥인가. 후보 시절 윤석열이 ‘인생의 책’으로 꼽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애쓰모글루는 9월8일 “한국의 진짜 문제는 정치 분열”이라고 우려했다. 대선에서 윤석열은 1639만여 표, 이재명은 1615만표를 얻었다. 0.7% 차이다. SBS가 9월11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수사와 김건희 특검법에 각각 50.3%와 5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렷한 정치 분열이 경제 위기와 민생 위협으로 이어질 길목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셈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8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2022 추석명절 귀성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8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2022 추석명절 귀성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재명에 표를 준 유권자들은 무지렁이가 아니다. 그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행정을 통해 지역화폐, 청년배당, 무상교복, 산후조리, 채무자 은행과 같은 민생 정책을 앞장서서 실험하고 구현하는 길을 걸어왔다. ‘검사 대통령’ 윤석열은 자신이 민생에 전념하고 있기에 검찰의 이재명 기소 따위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윤석열이 내세운 민생이 진정이라면 이재명과 협치 또는 ‘민생 경쟁’이 갈 길이다. 신방복합체와 그에 동조한 먹물들은 그가 협치 아닌 정쟁을 선택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여차하면 가장 먼저 돌 던질 자들이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정쟁의 길에서 되돌아와 협치의 길로 들어서라. 더 가면 돌아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정쟁의 길은 국가와 민생만 위기를 불러오지 않는다. 4년 8개월 뒤엔 자연인으로 돌아갈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도 그 길은 불행이다. 협치를 권하는 마지막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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