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 책 낭독 공연팀 ‘북텔러리스트’, 이진숙 연출·다수 KBS 성우·경인방송 아나운서 

책을 ‘읽는다’면서 사실은 다들 책을 ‘본다’. 

그러다 요즘 책을 소리 내 읽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물론 낭독 담론의 상당수는 학습 효과와 관련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면 독서에 대한 좋은 경험을 준다’, ‘글을 더 꼼꼼하게 읽을 수 있어서 기억에 잘 남는다’, ‘발표력뿐 아니라 글쓰기에 도움이 되고 특히 퇴고할 때 효과가 있다’, ‘뇌를 더 활성화해 학습 능력을 올린다’ 등이다. 문해력 논의가 ‘영상매체에 익숙한 10대에게 수능 점수를 올리기 위한 학습법’으로 축소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한쪽에선 문학계를 중심으로 낭독모임이 퍼지고 있다. 문학계를 넘어 셀럽(셀러브리티, 유명인) 반열에 오른 김영하 작가가 ‘책 읽는 시간’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낭독을 대중화한 것도 한몫했다. 이제 작가가 독자와의 만남에서 낭독하는 경우는 흔하고, 일반 독자들도 동네책방 등 소소한 책모임에서 함께 모여 또박또박 읽고 있다. 

낭독문화가 유럽에선 이미 익숙하며 학교에서도 강조한다는 소식은 낭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덩달아 오디오북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시가관 그랜드뷰리서치는 2019년 3조1000억 원 수준이던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18조 원으로 커진다고 전망했다.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2020년 기준 3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제 낭독은 공연의 소재가 됐다. 수년째 낭독으로 소통하는 방송인들이 있다. KBS 성우 출신 다수가 참여한 낭독공연팀 ‘북텔러리스트(이하 북텔러)’다. 이들은 더 잘 전달하기 위해 훈련하고, 탐구하는 프로들의 공연이다. 북텔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22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유일하게 ‘낭독공연’으로 참가한다. 미디어오늘은 공연 연습을 앞둔 북텔러를 지난 13일 서울 당산동에 위치한 그들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낭독공연팀은 언제, 어떻게 만들었나?

“2014년 2월에 만들었다. 난 2000년대 오디오북 회사에 다니며 연출 작업을 했다. 당시 유료 콘텐츠 스트리밍 개념이 없었고 출판사에서도 오디오북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2013년 겨울 구자형 성우를 만나 오디오북 얘기를 나눴다. ‘성우들은 즉각적으로 잘 읽는데 변화가 있거나 감성적인 부분은 아쉽다’고 했더니 구자형 성우가 ‘우리 성우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들려주겠다’고 해서 성우들과 만났다. 정말 잘 읽었지만 잘 전달하고 느껴지게 하기 위해 다시 읽고 녹음해보면서 1년을 함께했다. 그러면서 말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고, 다른 성우들에게도 공유했다. 후배 성우들을 (회원으로) 받으면서 매주 읽고 있다.”(이진숙, 상임 연출) 

구자형 성우는 1992년 KBS 성우극회 23기 성우 출신이다. 텔레토비와 뽀로로 내레이션, 외화 더빙에선 할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스브 역을 도맡았다. 2012년 한국방송대상 성우내레이션상을 받았다. 

▲ 2018년 북텔러리스트 9th 낭독공연 모습. 사진=블로그 'J 제이(satellite_jj)'
▲ 2018년 북텔러리스트 9th 낭독공연 모습. 사진=블로그 'J 제이(satellite_jj)'

 

-공연은 무료로 했나?

“공연장 대관 비용 정도 티켓값으로 충당하고, 출연료는 생각하지 못했다. 연습실에서 직접 포스터나 굿즈를 만들어가며 유지해왔다. 일부 낭독회는 무료로 진행했다.”(이진숙, 연출) 

-어떤 점 때문에 낭독을 계속하게 됐나?

“성우들은 기본적으로 내레이션을 한다. 목소리 연기자니까 라디오 드라마, 외화더빙, 연기를 기초로 하는데 이것들은 구어체라서 문어체와 다르다. 그래서 배우들 중에서도 내레이션을 하는 분들은 드물다. 내레이션을 잘하는 게 모든 성우들의 목표는 아니더라도 여러 장르 중에 내레이션이 있고,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낭독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다. 따옴표(“”) 안에는 연기도 해야 하지 않나. 어디서든 습득하는 길을 찾아야 했고 난 여기서 찾았다.”(조경아, 성우)  

조경아 성우(KBS 37기 성우)는 올해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KBS 라디오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지난해부터 오디오북으로 낭독했는데 올초 글로벌 오디오북 서비스 스토리텔에서 1위를 기록했다. 200명이 넘는 등장인물을 홀로 낭독한 그의 공이 크다. 보통 연기는 배우 한명이 하나의 배역만 맡지만 낭독은 다양한 배역과 내레이션까지 소화해서 구현해야 한다. 

▲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조경아 성우. 사진=윤유경 기자
▲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조경아 성우. 사진=윤유경 기자

 

-이번 인터뷰를 제안한 계기는 사전에 김경옥 경인방송 아나운서의 경험을 듣고서다. 김 아나운서가 책을 눈으로만 보다가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 소리 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경험을 공유했다. 

“처음 북텔러에 들어오면 3개월간 (초보자 교육용) 워크숍을 한다. 그전에 ‘어린왕자’를 여러 번 읽었지만 한 번도 슬픈 구석을 발견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진숙) 연출님이 어린왕자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됐고, 목적이 뭔지 등을 설명해주고 나서 낭독을 하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 어린왕자가 자기 별로 떠나며 이별하는 순간, 소중한 사람이 떠나는 장면인데 그때 아이가 떠올랐다. 내 아이만큼 이 사람에게도 어린왕자가 소중했겠다 싶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놓친다는 이야기에서 아이가 떠올라 울었다.”(김경옥, 아나운서)

-워크숍에서 낭독의 매력을 깨달은 것 같다. 

“라이브 방송하는데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낭독하는 경우도 있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공감하며 결국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확하게 읽어준다는 개념만이 아니라 책을 보면서 등장인물 자체, 풍경과 상황을 상상하며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니까 가능한 것이다. 내 새로운 감각적 체험이 되고 듣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상상하면서 똑같이 반응하게 된다. 과거에는 그냥 책을 봤다면 이제는 경험한다.”(이진숙, 연출)

▲ 북텔러리스트. 사진=북텔러리스트 인스타그램
▲ 북텔러리스트. 사진=북텔러리스트 인스타그램

 

-소설은 그 소설 속 세계를 경험하며 낭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총균쇠(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와 같이 정보성 글도 낭독하던데, 이건 어떻게 읽나?

“당시 8개월간 매주 녹음하고 연습하다가 한주만 쉬어가려고 ‘총균쇠’를 택했다. ‘총균쇠’는 정확하게 정보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고, 성우들이니 늘 방송에서 하던 거라 이 책을 하면 쉬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으니 제대로 귀에 안 들어왔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매주 하던 녹음을 그 주에는 못했고, 고민을 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람은 누굴까, 조류학자인 저자는 어떤 사람이고, 누구한테 이 말을 왜 하고 싶을까, ‘살아있는 말’로 그 사람이 말해주듯 내용을 따라갔다. 그때부터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재밌는 말이 됐다. 결국 모든 책은 누가, 왜, 누구한테 말하는지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총균쇠’를 낭독하며 깨달았다.”(이진숙, 연출)

-낭독하면서 좋은 점을 더 듣고 싶다. 

“일에서도 도움을 받지만 일상에서 책이 다르게 보인다. 그전에는 책을 읽어야 하니까 읽고, 독서목록에 한줄 더 남기려고 읽었다. 책 덮고 나면 기억 안 난다. 낭독을 시작한 초반에는 배우기 급급했다. 어느 순간 내가 재미를 느끼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 다음부터는 좋은 책을 찾아 계속 낭독하고 싶어졌다. 추석에 가족들 모였을 때도 같이 있기보다 낭독하고 싶어서 방에 들어가서 혼자 낭독했다. (일동 웃음, 옆에선 ‘낭독 중독 아니냐’는 반응) 처음엔 가족들도 과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김경옥, 아나운서)

김 아나운서는 라디오 방송 ‘뮤직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에서 매달 책 한권을 선정해 매주 수요일마다 직접 낭독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지는 기사에선 ‘낭독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북텔러의 모습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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