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 책 낭독 공연팀 ‘북텔러리스트’, “책 모임에서부터 느낌을 살려 낭독하는 문화 확산하길”

미디어오늘은 지난 13일 책 낭독 공연팀 ‘북텔러리스트(이하 북텔러)’ 구성원들을 만났다. 북텔러는 연극연출을 하던 이진숙 연출가를 중심으로 KBS 성우들과 경인방송 아나운서로 구성한 공연팀이다. 앞선 기사에선 낭독을 하는 이유와 낭독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북텔러 모임 말고 개인적으로 낭독공연을 하는 분도 있나?

“재즈 피아니스트와 함께 낭독 공연하겠다고 구립도서관에 제안서를 냈다. 북텔러에서 더 낭독을 잘하고 싶었다. 다른 분들은 성우 일을 해왔으니 내가 피해가 되면 안 되지 않나.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9년에 5번 정도 했고, 담당 사서가 다른 도서관으로 옮겨서 거기서도 했다. 처음 공연은 공연장이 아니라 자료실에서 책장 밀어놓고 좁은 공간에서 했는데 더 좋았다. 나중에는 커다란 신축 공연장에서 했는데 관객들과 거리가 멀어 덜 느꼈던 것 같다.”(김경옥, 아나운서)

이에 김현수 성우(KBS 38기)가 “가까이 있으면 낭독하며 호흡까지 느껴지고 멀면 목소리만 전달된다”고 덧붙였다. 조경아 성우(KBS 37기)도 “호흡에서 감정이 묻어나니까 호흡이 안 들리면 음성 문자만 전달돼 감정 교류가 떨어진다”며 “넓은 곳에서 하려면 호흡까지 내밀하게 들리는 좋은 마이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북텔러리스트 아지트(연습실)에서 낭독 연습하는 모습. 가운데가 이진숙 상임 연출. 사진=북텔러리스트 인스타그램
▲ 북텔러리스트 아지트(연습실)에서 낭독 연습하는 모습. 가운데가 이진숙 상임 연출. 사진=북텔러리스트 인스타그램

 

기술 발전으로 미디어도 진화했다. 소통의 도구가 고도화하며 넘쳐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더 멀리서도, 더 빨리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이런 세상에서 낭독공연은 어떤 미디어의 도움 없이 천천히 언어에 감정을 담아 전달하고 관객들은 가까이서 숨소리를 느끼는 과정이다. 어쩌면 가장 비문명적이면서 인간적인 소통이다. 문자 이전에 말이 있었듯 소통의 본질은 문자가 아니라 낭독과 경청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수익이 되지 않는 일을 8년 넘게 이어온 동력은 꾸준히 경청하는 관객들이 아닐까 싶다.

-낭독공연 온 분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낭독을 취미활동으로 3년째 2주마다 지방에서 오는 분이 있다. 낭독을 안 하면 일상에서 힘이 빠지고 낭독을 해야 행복해진다고 하더라. 초기에는 특정 성우의 팬이어서 오는 관객들도 있었다. ‘어린왕자’ 공연에 온 한 고등학생은 멀리 살아서 엄마랑 같이 왔다. 울면서 듣느라 엄마가 계속 휴지 챙겨주던 기억이 난다.”(이진숙, 상임연출)

북텔러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독자들 반응을 보면 공연자들과 비슷하다. “낭독만이 줄 수 있는 생생한 느낌과 감동에 빠지게 됐습니다. 먹먹해지기도 유쾌해지기도 또 늦은밤, 가끔 울 때도 있습니다”(엔티), “오늘도 어김없이 ‘힐링’하러 왔습니다”(봄봄), “지난 낭독공연 ‘빨간 머리 앤’을 듣고 바로 드라마를 다운 받아 봤습니다. 낭독공연 때 들은 내용과 드라마가 보여주는 영상이 빠르게 정리돼 낭독공연 때를 그립게 합니다.”(HUE)

최근 유튜브에는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오디오북 콘텐츠가 많다. 이진숙 연출가가 성우들과 북텔러를 처음 꾸렸을 때 ‘잘 읽었지만 한참 지나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연상된다. 같은 톤으로 읽어주면 잠이 오기 마련이다. 이 연출가는 “자려고 책을 읽는 건 진정한 의미의 독서는 아니고 그러한 오디오북도 그저 소리일 뿐”라며 “책이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듣게 되는 낭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정훈석 성우. 사진=윤유경 기자
▲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정훈석 성우. 사진=윤유경 기자

 

북텔러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낭독클럽을 ‘일반반’과 ‘심화반’으로 운영한다. 최근 3년간 정훈석 성우(KBS 25기)가 이끌었다.

-코로나19 시기를 이겨내며 낭독클럽을 이끈 동력이 무엇인가?

“(참석자들의) 변화가 보이니 좋다. 처음에는 한 페이지 넘어가는데 3시간씩 걸렸다. 이렇게 표현하는 건 좀 잘못된 것 같다 싶으면 다시 읽느라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나중에는 금방 읽고 넘어간다. 때론 성우들이 읽는 것보다 더 재밌다. 모임 참여하는 분들이 사람들과 대화할 때 호소력도 좋아졌다고 한다.”(정훈석, 성우)

북텔러의 바람은 ‘낭독문화’ 확산이다. 나인애 성우(KBS 43기)는 “독서모임에 가면 기억에 남는 구절을 읽기도 하는데 쑥스러우니 무미건조하게 읽지 않나”라며 “아쉬웠다”고 했다. 이어 “책을 좋아하는 모임에서부터 느낌을 살려서 낭독하는 캠페인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며 “더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각자 조금씩 원고를 썼고, 북텔러 이름으로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 2017년 북텔러리스트 낭독 공연 모습. 사진=유튜브 북텔러리스트 갈무리
▲ 2017년 북텔러리스트 낭독 공연 모습. 사진=유튜브 북텔러리스트 갈무리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2022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북텔러는 9월24일(오후 8시)과 29일(오후 7시30분)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에서 낭독공연을 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무엇인가?

“무대에서 낭독자 목소리만 들려주는 게 아니라 즉흥연주와 함께 하기도 하고, 시를 낭독하며 마임 공연도 한다. 재즈, 현대무용, 라이브 연주 등이 낭독과 같이 간다. 낭독 콘텐츠로 할 수 있는 가장 확장된 형태로 청각과 시각을 풍부하게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을 거다.”(이진숙, 연출)

이번 공연에 참석하는 북텔러 구성원은 김희선, 정훈석, 이용순, 조경아, 김경옥, 김현수, 문지영, 나인애, 장호비, 김두리 등 10명이고 유희경의 ‘마른 물’,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나오미 크리쳐의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 산티아고 감보아의 ‘밤기도’ 등의 작품 낭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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