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양형이유에서 신상정보 노출되는 직업 특성 감안
스토킹 경험한 기자 101명 달해…“여성기자 테러에 경종 울리는 사건”

‘101명’

특정인에게 지속적인 스토킹·공격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확인된 기자들의 수다. 얼굴과 이름이 외부에 알려졌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공격당하는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101명 중 22명은 회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법적 지원을 받은 기자는 7명에 불과했다. 한국기자협회·한국여성기자협회가 기자 54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조사한 결과다.

이와 관련해 기자를 향한 지속적인 공격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1심 재판부는 9월2일 A 조선일보 기자를 1년 이상 스토킹한 가해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양형이유에서 얼굴 등 신상정보가 외부로 노출되는 기자 직업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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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노동조합은 15일 발행한 ‘조선노보’에서 재판부 판결문 일부를 공개했다. 가해자는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A기자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14차례 올렸다. 재판부는 A기자의 신상정보가 외부에 공개돼 온라인 폭력에 취약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A기자는 기자 겸 작가로서 자신에 관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공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직업 특성상 감내하기 힘든 공포심과 불안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가해자가 A기자를 성적 대상화한 게시물을 온라인에 유포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가해자는 유튜브·일간베스트에서 A기자의 특정 신체 부위를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여성을 ‘출산’이라는 도구적 존재로 묘사했다.

가해자는 스토킹을 멈출 기회를 얻었지만 가해행위를 계속했다. A기자는 유튜브에 요청해 가해자 계정을 삭제했지만, 가해자는 도리어 A기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활동을 재개했다. 재판부는 “일련의 범행 경위를 살펴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며 “가해자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장난삼아 한 행동’이라며 사태의 원인을 A기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꾸짖었다. 가해자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여성 기자들이 온라인 스토킹·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기자는 “여성 기자들은 온라인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 여성을 상대로 마구잡이로 온라인 테러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기자가 고소를 결심하기까지 난관이 있었다. 무엇보다 고소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A기자는 “처음에는 회사에 보고할 생각도 없었다”며 “보고해도 되는 상황인지 몰랐다. 무엇보다 자칫 회사에서 ‘이래서 여성을 채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A기자는 “걱정과 달리 회사와 동료들이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줬다”고 밝혔다. 또한 추적단불꽃이 가해 증거 수집 등을 지원했다.

개인·개별 회사가 대처하는 것을 넘어 언론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A기자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성폭력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를 기자들과 연계해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면서 “기자들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하는 경우는 많은데, 스스로 고소하려 할 때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기자협회 등이 시스템을 마련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박국희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선일보 기자들은 앞으로도 기자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 모욕 등 각종 사이버 테러에 무관용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특히 일각에서 여성 기자들에 대한 성희롱 등 온라인 테러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변호사는 조선노보와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얼굴·가족 사진 등 신상 정보를 지속적으로 노출해 모욕적 표현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판단을 했다”며 “유사 사건 발생 시 의미있는 판례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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