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뉴스 기자들, 尹 40년지기 황하영 회장 취재 이후 사무실 직원에 고소…“퇴거 요구 없었어”
최근 기자들 재판 넘겨져 “특별한 적대감 없다면 기자 방문 정당한 행위, 검찰 무리한 기소”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황하영 전 동부산업(구 동부전기산업) 회장을 취재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들이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무실 직원에게 퇴거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몇 가지 질문만 했을 뿐인데 검찰이 이를 기소한 것에 대해 ‘비판언론 재갈물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 사건 담당 검사가 세번이나 바뀌거나 다른 주거침입 사건과 비교했을 때도 이례적인 기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4일 UPI뉴스 기자 2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들 기자는 지난해 10월말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동부산업 사무실을 방문해 사무실에 있는 직원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다. 당시 황 회장은 사무실에 없었고 UPI뉴스 기자들에 따르면 퇴거 요구나 질문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내는 일도 없었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동부산업 직원 A씨는 해당 기자 2명이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지난해 11월 기자들을 고소했다. 고소취지는 “동부산업에 무단침입”, 범죄사실은 “동부산업 사무실에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기자라고 이야기한 남자 2명이 무단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 고소 이유는 “무단침입에 대하여 처벌바람” 등 자필로 쓴 고소장 내용은 간단했다.

강원도 동해경찰서에서 촉탁해 기자들은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동해서는 해당 기자들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미디어오늘 취재에 대해 황 회장이나 동부산업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관련기사 : 윤석열 지인 '황 회장' 취재차 사무실 방문한 기자 주거침입죄?]

UPI뉴스 기자 입장에선 윤 대통령의 측근이자 검경 인맥을 자랑하는 황 회장을 취재한 것에 대한 탄압이라고 느낄 만한 정황이 있다

▲ UPI뉴스 로고
▲ UPI뉴스 로고

UPI뉴스는 대통령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측근’사무실엔 2m짜리 부적…무속·역술에 둘러싸인 윤석열”이란 기사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황 회장의 인연, 황 회장 사무실에 대형부적(혹은 미술품)이 걸려있는 점 등에 대해 보도했다. 현재 기소가 된 ‘사무실 방문’ 사건 당시 찍었던 부적(미술품)사진도 기사에 첨부했다.

UPI뉴스는 그 외에도 윤 대통령 부부와 깊은 인연을 맺은 무정스님(심아무개씨)과 황 회장과 인연, 황 회장 아들이 윤 대통령 수행 비서로 활동하는 사실 등을 함께 보도했다. 수행비서로 활동했던 황 회장 아들 황씨는 이후 대통령실에 근무하게 돼 ‘사적채용’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부산업은 윤 대통령 측과 인연이 있는 조남욱 회장의 삼부토건의 하청업체였다.

황 회장은 윤 대통령 부부와 인연뿐 아니라 직간접으로 검경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PI뉴스 측 법률대리인이 작성한 의견서를 보면 동해서에서 과거 근무한 한 인사가 동부산업에 재직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7일 이 사건은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이관됐고, 13일 형사2부에 배치됐다. 지난 2월에 담당검사가 한 차례 교체됐고 지난 5월 UPI뉴스 기자 2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6월과 7월 추가로 두번 검사가 교체됐다. 네 번째 검사가 배정된 이후인 지난 14일 검찰은 해당 기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 검찰. ⓒ연합뉴스
▲ 검찰. ⓒ연합뉴스

UPI뉴스 기자 측 법률대리인은 과거 대법원 판례 중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현재하는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을 의견서에 인용해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쟁점은 기자들이 검찰 판단처럼 무단으로 사무실에 들어갔는지 여부다. UPI뉴스 기자들은 당일 오전 11시40여분 경 1차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계십니까’라는 소리를 들은 뒤 사무실에 들어갔다. 안에서 식사 중이던 직원과 대화를 나눴지만,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지 않아 곧장 나왔다. 10여 분 뒤 황 전 대표와 관련해 추가질문 하기 위해 다시 동부산업 사무실을 찾았다. 이 때 사무실 문은 열려 있었기에 기자들은 10여분 전에 이미 인사를 했고, 문 옆 화장실에 사람이 있기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사무실에 들어가 기다렸다. 그런 다음 정상적인 방식으로 질문한 뒤 사무실에서 나온 점 등을 이유로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파일도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했다.

또한 의견서에서 “사무실은 인적·물적 설비에 의한 통제 없이 쉽게 출입이 가능한 장소였고 외부인 출입을 금하는 어떠한 표시나 설비도 없고, 방문객으로부터 출입을 통제하는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정당한 취재활동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20년 8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무단 침입한 혐의를 받는 서울의소리 기자들은 지난 5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해당 기자들은 방문 목적을 숨기고 아파트 보안담당직원에게 ‘부동산 매매 목적으로 입주민을 만나러왔다’고 거짓말한 뒤 윤 당선자를 만났다. 서울의소리 기자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신분을 밝힌 UPI뉴스 기자들에게도 약식기소가 아닌 정식기소한 것은 사실상 ‘언론 재갈물리기’가 아니냐는 주장이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도 기소가 무리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들은 직업적인 소명으로 어디든 방문하는 게 직업윤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에 (사무실 방문은) 정당한 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특별히 혼란을 야기하거나 적대감을 주지 않았다면 정당한 행위”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헌법에서 말하는 언론의 자유, 취재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언론 탄압의 측면이 있다”며 “약간이라도 비판적인 내용을 다룰 땐 사무실에 못 들어가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고소하고, 앞으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 검찰 기소는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담당검사 교체는 정기인사 등 부서조정이었고 증거에 따른 합당한 기소라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오늘에 “담당검사가 수회 바뀐 것은 정기인사 등에 따른 부서 조정이 있었던 사유이며 이례적이거나 다른 특이한 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해당 관계자는 “기자들이 사무실 출입 및 사무실 내부 사진 촬영에 대해 직원에게 승낙을 구한 사실이 없고 승낙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직원이 보지 않거나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허락 없이 사무실에 2회 들어간 것으로서 증거관계 및 법리검토를 통해 기소했다”고 했다.

※ 기사 보강 : 2022년 9월21일 오후 17시 / 미디어오늘은 보도 이후 서울남부지검 측에서 입장을 밝혀와 추가했습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