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독자 2명인 지국에서 260명 작업도”
“목표 부수 정하면 그대로 나올 수 있어”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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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일간지 경영기획실 소속 이영호(가명)씨는 2018년 ABC협회 신문부수 공사 당시 전국의 신문지국을 다니며 부수를 조작한 ‘내부자’였다. 이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회사에서 목표 부수를 정해 놓으면 그대로 (공사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면서 “이 일을 하면서 언론계에 너무 큰 자괴감을 느껴 퇴사했다”고 털어놨다. 직접 조작에 참여했던 신문사 본사 직원의 증언을 기사화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 지난 7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부수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씨는 자신의 증언이 수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문사 부수 인증은 신문사가 협회에 ‘지난해 우리는 몇 부입니다’라고 통보하면, ABC협회 공사원들이 표본지국을 20~30여 곳 정해 돌며 실제 통보한 수치가 맞는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영호씨는 협회로부터 10월 실사 통보를 받고 9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두 달 넘게 전국을 돌며 모텔에서 지냈다.  

“다음 주에 실사가 잡히면 이번 주에 알려준다. 실사하는 신문지국까지 알려준다. 그럼 지난해 회사가 ABC협회에 신고했던 대로 수치를 맞춘다. 하락 방지를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다. 회사에서 유가율 목표도 잡는다.” 유가율은 발송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인데, 이씨의 증언에 의하면 이 수치를 신문사가 마음먹은 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고 했다. 

부수 조작은 어떻게 이뤄질까. 독자 관리 프로그램에 들어가 ①해당 지역 유력 일간지와 세트지를 치거나 ②구독을 중단했던 독자를 살리거나 ③경쟁지 독자를 우리 신문 독자로 바꿔버린다. 이씨는 “ABC 공사원이 오기 전 미리 작업해놓고, 공사원이 다녀가면 원상태로 돌려놓는다”고 말했다. 세트지는 일간지를 보면 주는 일종의 서비스지 개념으로, ABC협회가 업계 어려움을 감안해 세트지도 유료부수로 인증해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트지 작업은 프로그램의 비고란을 이용하는데, 유력 일간지 비고란에 우리 신문사 이름을 입력해 놓는 식이었다.  

이영호씨가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녹음파일에는 당시 조작 과정이 담겨 있다. ㄱ신문지국장은 조작을 위해 지국을 찾아온 이씨 일행을 향해 “발송이 280개요? 독자가 260개요? 그럼 거의 (유가율) 90%에요?”라며 웃는다. 유가율 90%는 현실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ㄱ지국에선 실제 돈 내고 보는 유료독자가 2명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신고한 유료독자는 260명이었고, 세트지는 48부였다. 210부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ㄱ신문지국장은 이씨 일행이 부수를 조작하는 동안 다른 유력 신문사의 조작 과정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일보는 ABC 전화가 오니까요, (본사) 직원이 3명이 와요. 컴퓨터 싹 조회하고, 통장입금 내역 싹 뽑아달래요. 주면 그걸 맞춰서 본사 프로그램 연결해서 모텔 하나 잡아서 2~3일 밤을 새나 봐요. 그거 보고 어떻게 하더라구요. 지국장은 손을 못 대게 해요. 자기들이 알아서 해요. 실사 당일 되잖아요? 팀장급이 내려와요. 그럼 여기 지국에 ○○만 4명이 있어요. ABC 직원은 2명.(웃음) 성실률(보고한 부수와 실사부수의 차이) 적게 나오니까 왜 적게 나오냐고 막, 거의 하루 종일 해요. 그리고 ABC 끝나니까 몇 달 뒤에 ○○일보 본사에서 선물도 보내줘요. 협조해줘서 고맙다고.”

가짜 독자들의 경우 표시를 해놓는다. “중지해 놓은 건 세모 표시 해줘요. 그래야 나중에 취소하면 다시 살아나. 세모 표시만 잘 해주세요.” “동그라미 친 거만 만든 거고, 안 친 건 안 만든 거고?” ㄱ지국장의 당부와 확인 과정이 이어진다. 이윽고 조작이 끝나고, ㄱ지국장은 말한다. “애쓰셨네요.”

신문지국장들이 늘 협조적인 것은 아니다. 이씨 일행은 ㄴ지국장에게 “160부 받는데 잔지는 10% 정도 남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 세트 많이 넣었다고만 말씀 해주세요”라고 부탁한다. ㄴ지국장은 “10% 정도 남는다고 얘기하고, 남는 것들은 중지하시려는 분들께 설득해서 보내드리는 걸로 하라는 거에요?”라고 확인한 뒤 “제가 지금 그렇게 대답해 줄 상황은 아닌 거 아시죠?”라고 되묻었다.

ㄴ지국장은 본사에 내야 하는 지대(신문값)가 너무 많다고 강조하며 “어쨌든 간에 같이 먹고 살아야되니까 해드리긴 하는데, 이건 진짜 심각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ㄷ지국장은 “가판이 금액도 많지 않지만, 알 수가 없어”라며 새로운 조작 방식을 제안하지만, 이씨 일행은 “그렇게 되면, 작업이 더 커져요”라고 말하는 대목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씨는 “여러 일간지에 세트지를 배분하는 식으로 작전을 잘 짜야 했다. 보통은 2~3일 전에 세팅하는데, 공사원 오기 바로 직전까지 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에 갔을 때는 실사 일정이 겹쳐서 ○○신문에서 직원 세 명이 나왔는데 우리가 먼저 치고 원상태로 하겠다고 협의하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매년 ABC협회 실사마다 벌어지는 신문업계의 씁쓸한 장면이었다.

이씨가 전한 ABC협회 공사원들의 검증작업은 간단했다. “10분 만에 끝난 적도 있었다. 실제 신문 대금 납입 여부보다, 마지막 총액만 맞으면 인정해줬다. 독자가 언제 납부했고, 미수금이 얼마인지는 안 따진다. 하나의 독자 프로그램에서 몇 개 지국을 돌리는데 다른 지국 납입금까지 실사 지국에 보내주는 식으로 작업했다. 통장 확인도 안 한다. 젊은 공사원들 중에는 컴퓨터를 열어보지 않고 인터뷰만으로 실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ABC 실사 당일에는 늘 공사원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 공사원과는 대체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공사원들과 같이 밥 먹을 때도 있었는데, 식사는 당연히 우리가 대접했다. 역까지 태워줄 때도 있었다”고 했다. 

이영호씨는 “유가율은 타사를 참고해서 적당한 선을 회사가 맞춘다. 갑자기 한 곳이 튀어버리면 서로의 룰이 깨지기 때문에 서로 순위를 뒤집을 정도로는 (조작을) 안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비춰보면 신문사들이 각자의 목표치를 사전에 공유하고 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씨는 “입사 전에는 신문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다른 일간지도 마찬가지였다”며 이 같은 부수 조작이 업계에 만연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언젠가 ○○지국 앞에서 신문사 직원 10여명이 ABC협회가 실사 중인 신문지국 앞을 서성거렸다. 그 상황이 허무했다”고 떠올렸다. 

이씨는 “만나본 신문지국장들은 유가율이 그래도 50%는 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 많은 거다. 순수독자로 구성된 종합일간지 유가율은 많이 잡아야 25%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씨의 내부 증언이 실행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녹취록상 부수조작 지시 정황이 짙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씨는 자신이 특정될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해 익명 처리했다. 

앞서 ABC협회의 2020년(2019년도분) 공사결과 조선일보 유가율은 95.94%였으며, 2019년도(2018년도분) 한겨레 유가율은 93.26%였다. 이에 ABC협회 내부에서 2020년 “협회가 현실에서 발생할 수 없는 공사결과를 버젓이 발표하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문체부는 이듬해 내부 조사 등을 거쳐 ABC협회 부수공사결과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했다. 

지난해 3월 민생경제연구소 등은 조선일보와 ABC협회를 국가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으며, 같은 달 더불어민주당 의원 30여명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조선일보와 ABC협회를 사기·업무방해·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해 현재까지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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