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명 개인정보 넘긴 방송, ‘과징금’ 받았으나 담당자 ‘경고’에 그쳐
EBS “26억 협찬금 유치 과정서 발생, 징계하면 위축될 것”

EBS ‘머니톡’ 방송으로 시청자 개인정보 3만여건이 보험사에 넘겨졌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EBS로부터 제출 받은 ‘머니톡’ 관련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재무설계와 보험상담을 빙자해 시청자 개인정보를 보험대리점업체에 넘긴 담당자 및 관리자들에게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경고’ 처분에 그쳤다.

EBS ‘머니톡’은 보험대리점업체 키움에셋플래너로부터 26억 원의 협찬금을 받고 제작된 보험 판촉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드러났다. EBS는 홈페이지, 방송 중 전화번호 안내 자막을 통해 ‘무료 상담’을 받으며 개인정보를 키움에셋플래너에 넘기고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이후 EBS는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각각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방통위에 따르면 3만381건의 시청자 정보가 키움에셋플래너에 제공됐다.

▲ EBS 머니톡 갈무리. 해당 연락처는 EBS 머니톡 콜센터가 아닌 키움에셋플래너의 번호였다.
▲ EBS 머니톡 갈무리. 해당 연락처는 EBS 머니톡 콜센터가 아닌 키움에셋플래너의 번호였다.

EBS는 지난 7월4일 협찬사 관리 담당자에 ‘협찬사 관리 소홀’ 등 책임을 물어 ‘경고’를 결정했다. 이어 21일 콘텐츠사업부장과 스마트사업센터장에게 ‘부하직원 관리 소홀’ 등 책임을 물어 ‘경고’를 결정했다.

‘경고’는 징계가 아닌 ‘문책’ 조치에 해당한다. ‘경고’는 ‘감봉’ ‘정직’ ‘직위해제’ 등 징계와 달리 담당자에게 ‘경고’만 하는 조치로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다. EBS ‘머니톡’ 방송으로 시청자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됐지만 책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셈이다. 

정필모 의원실에 따르면 EBS는 징계의결서를 통해 담당 부장과 센터장에게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에 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과 관련 법률 검토와 후속 조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등 관리 책임 소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EBS는 7500만 원의 과징금을 언급하며 이들 직원이 “공사측에 금전적 손실을 발생시켰다”고 판단했고, 이를 ‘성실의무 위반’ ‘지시 불이행’ ‘징계 규정상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공사에 손실을 끼쳤을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EBS는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하나, 고의성이 없었고 공사의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26억 원이라는 협찬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한다며 “징계처분을 한다면 징계대상자들을 오히려 더 위축시킬뿐 과오를 반성하고 자숙하도록 계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고, ‘성실하고 능동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과실로 인하여 생긴 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협찬 담당자 징계의결서 역시 대동소이했다. EBS는 “협찬 계약 체결 당시 개인정보가 협찬업체에 전달되는 구조임을 알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수집 및 제 3자 제공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 채 면밀한 검토 없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등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역시 ‘성실하고 능동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과실로 인하여 생긴 점’에 해당한다며 경고를 결정했다.

즉, 중대한 과실로 과징금을 물게 하는 등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26억 원의 협찬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정상 참작하겠다는 것이다. 징계 논의 과정에서 시청자 개인정보를 기만적으로 수집해 보험사에 넘긴 책임을 강하게 묻는 대목은 없었다.

 

▲ EBS 사옥 로고
▲ EBS 사옥 로고

정필모 의원은 “EBS의 조치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 가볍다”며 ”관련자들에게 내려진 징계 사항은 인사상의 불이익도 없는 경고 조치에 불과하다. 이 사안에 대해 아직도 EBS가 자기반성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EBS는 “시청자 개인정보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해 고발한 단체를 방문해 사과를 하고, 개인정보보호 등 소비자권리 증진을 위해 상호소통하기로 했다”며 “징계위원회를 통한 관계자 문책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한편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는 EBS ‘머니톡’ 방송에 대한 행정 처분은 이뤄졌으나 피해 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EBS 형사고발에 나섰다. 안산소비자단체 협의회는 피해 소송인단을 모집해 공익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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