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 잠정조치 4호 기각사유 질의에 법무부 차관·경찰청 차장 모두 “모른다”
용혜인 “피해자, 피의자에게 불법촬영 신고로 협박”…“교통공사, 가해자 조치 부실”

스토킹 범죄 가해자를 유치장에 가두는 잠정조치 4호 기각 비율이 55%를 기록하는 가운데 법무부 차관과 경찰청 차장이 모두 기각 사유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했다. 신당역에서 벌어진 ‘스토킹 살인’ 피의자 전주환씨가 구속되지 않은 채 범죄를 이어간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무부와 경찰이 스토킹 범죄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20일 오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우종수 경찰청 차장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에게 “잠정조치 4호 기각되는 게 더 많아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피해자 보호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며 “기각 사유를 알고 있나”라고 질의했다. 우 차장은 “반성하고 있다든가 그런”이라며 말을 흐렸다. 이 차관은 “기각사유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용 의원이 경찰청과 법무부에서 받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잠정조치 신청 결과’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청된 잠정조치 4호 500건 중 승인된 건은 225건(45%), 기각된 건은 275건(55%)로 나타났다. 

스토킹 범죄 등의 잠정조치는 사건 경중에 따라 1호 서면경고, 2호 피해자·주거지 등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4호 최대 한달 간 가해자 유치장 또는 구치소 수감 등으로 구분한다. 잠정조치 4호는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등 피해자 보호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잠정조치는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경찰이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으로 영장 발부 절차와 같다. 

용 의원은 “이렇게 높은 비율로 기각되고 있다면 사유에 대해 통계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조치 기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 차관은 “재발 위험성을 가지고 보는데 판단에 차이가 있지 않나”라며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왼쪽)과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사진=YTN 갈무리
▲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왼쪽)과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사진=YTN 갈무리

 

한편 이번 사건 피해자가 직장인 서울교통공사 내에 신고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평소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용 의원은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향해 “(앞선 질의에서 회사는) 피해자가 누군지 몰랐다고 답했는데 공공기관들은 신고센터 설치가 의무화했지만 몰랐다는 것은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신고를 하지 못한 이유가 짐작이 가느냐”고 물었다. 김 사장이 “안 했는지 못했는지 (알수 없다)”고 답하자 용 의원은 “피해자가 신고센터를 활용하지 못한 이유, 서울교통공사의 조건 등에 대해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 의원은 “유족의 인터뷰를 보면 피의자가 역 구내에서 불법촬영을 했고 피해자가 최초로 발견해서 신고했다고 하는데 이 사안을 알고 있었나”라고 하자 김 사장은 “몰랐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피해자 유족은 “같은 역에서 근무할 때 피의자가 여자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했는데 그걸 조카(피해자)가 최초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했다”며 “역 구내에서 일어난 불법촬영물로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서울교통공사 내 불법촬영 사건이 있고 공사 직원들도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은 사건인데 (피의자에 대한) 직위해제 이외의 조치가 있었어야 했다”며 “서울교통공사가 성폭력 사건이나 직장내 괴롭힘 등에 단호하게,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직이었다면 직장 내 신고센터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을 텐데 이뤄지지 않았던 점에 대해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성폭력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부실하지 않았나”라며 “성폭력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성폭력 사건 대응 매뉴얼 자료를 의원실로 보내달라”고 덧붙였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