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 등 27일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윤 대통령, 진상규명 운운하며 언론탄압 획책말라” 강력 비판 

▲9월26일 윤석열 대통령. ⓒMBC 보도화면 갈무리
▲9월26일 윤석열 대통령. ⓒMBC 보도화면 갈무리

“사실과 다른 보도로써 이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9월26일 윤석열 대통령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현장 실언을 ‘진실 공방’으로 돌리며 언론 탓을 했다. 국민의힘은 MBC 고발에 나선 가운데 이번 사태가 MBC 탓이라며 ‘물타기’에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는 “진상규명 운운하며 언론탄압 획책말라”며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대통령답게 처신하라고 충고했다. 

이들 언론현업단체는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방에 동행한 영상기자들이 발언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한 때 이뤄진 대통령실의 비보도 요청, 욕설은 미 의회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 제1야당을 지칭한 것이라는 15시간 만의 해명, 그러다가 미 대통령을 언급한 사실이 없고 심지어는 욕설과 비속어 따위는 애시당초 없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면서 “발언의 진위를 미궁 속으로 빠뜨린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실”이라고 비판했다. 

언론현업6단체는 “이 영상은 짜깁기나 왜곡된 것이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국민의힘은 특정 방송사가 특정 정당과 담합 해 영상을 사전 유출하고 자극적 자막을 내보냈다며 무리한 공격을 펼치지만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각자의 판단에 따라 동일한 자막을 방송한 보수 종편과 여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도 못하면서 특정 방송사만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진상 조사’를 주문하니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사 항의 방문과 국감 이슈화 등 총공세를 예고했다. 자신들의 실책과 치부를 언론 탓으로 돌려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의 불쏘시개로 삼아보려는 얕은 계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면서 “국익을 해치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대통령의 거친 언사이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 윤석열 대통령 욕설 비속어 논란 책임 전가 규탄 언론현업단체 공동 기자회견. ⓒ전국언론노동조합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 윤석열 대통령 욕설 비속어 논란 책임 전가 규탄 언론현업단체 공동 기자회견. ⓒ전국언론노동조합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갖고 기자회견을 하는 이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말문을 연 뒤 “기자들이 프레스센터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상한 조짐이 보였다. 갑자기 대외협력실 공무원들이 영상기자실로 찾아와 어떤 문제가 된 영상이 있으니 모니터해 볼 수 있느냐고 했고, 협조해주니 어떻게 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은 “영상 취재내용을 취재원에 의해 지우거나 보도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언론사 자체 판단에 의해 엠바고 해제 이후 보도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 파악으론 오전 8시경부터 국내 기자들 사이에서 이 발언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전한 뒤 “현장 기자들이 영상을 조작‧왜곡할 상황이 아니다. 이걸 잘 아는 사람들이 홍보수석실 사람들인데 영상의 진위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 건 정말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윤 대통령 발언을 들으며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대통령이 이런 사고를 쳐놓고 책임을 언론에 전가하는 예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보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윤 위원장은 “(바이든으로 보도한) 언론사가 140여곳이다. 이 언론사들이 작당을 해서 동맹 훼손을 시도했다? 이게 말이냐 막걸리냐. 말장난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고 꼬집은 뒤 “(정부여당은) 이걸 정쟁의 한 복판에 집어넣고 특정 언론사를 표적 삼고 방송장악 구실로 삼겠다는 뻔한 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이제는 (대통령실에서) 이 새끼 저 새끼 욕설도 안 했다고 한다. 홍보수석 발언을 대통령실이 뒤집었다. 조금 더 하면 대통령은 미국에 간 바 없다는 말도 나올 것 같다”고 개탄한 뒤 윤 대통령을 향해 “언론인들과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사과해라.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는 분이 언론 자유를 노골적으로 유린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겠다는거냐”고 충고했다.

▲기자회견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전국언론노동조합
▲기자회견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정부가 국민을 우습게 보고 사과 한 마디면 될 일을 사과하지 않는다. 우리 언론을 장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한 뒤 윤석열 정부를 향해 “그들의 주특기가 수사다. 죄 없는 사람 별건으로 수사해 기소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MBC를 고발했다. 적반하장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의 격에 맞게 본인의 입부터 단속하라”고 충고한 뒤 “대통령 실언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정부여당에 항전의 각오로 맞서겠다”고 예고했다. 

언론현업6단체는 “계속 언론 탓하며 재갈을 물리려 든다면 우리도 더 이상 참아낼 재간이 없다. 물가와 환율, 금리폭등 속에 도탄에 빠진 민생을 뒷전에 내팽개친 채 한가한 말장난으로 잘못을 덮으려는 권력의 처신은 더 큰 화를 자초할 뿐”이라고 지적한 뒤 “사태를 수습하는 유일한 방책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일”이라고 재차 충고했다. 이들 단체는 “이를 외면한 채 ‘언론’을 문제의 화근으로 좌표 찍고 무분별한 탄압과 장악의 역사를 재연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앞길은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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