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사 통해 MBC 비판, 논란 의미 축소…‘색깔론’까지
TV조선은 첫 보도에서 “바이든”…영상기자단 입장문에도 참여

조선일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논란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국익 우선론과 색깔론도 등장했다. 대통령에게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 TV조선과 대비된다.

조선일보는 27일 지면에 ‘비속어 논란’과 관련된 사설·칼럼을 3건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들리지 않는 대통령 말을 자막으로 보도한 MBC, 근거 밝혀야’에서 “앞뒤 문맥상으로도 ‘바이든’이라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MBC는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대통령실에 확인하지 않았다. 신중한 보도를 해달라는 당부도 무시했다”고 썼다.

▲9월27일자 조선일보 사설, 칼럼 모음. 모두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과 관련이 있다.
▲9월27일자 조선일보 사설, 칼럼 모음. 모두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과 관련이 있다.

또한 조선일보는 칼럼 ‘[만물상] 들리는 소리, 안 들리는 소리’를 내고 “MBC는 ‘XX’와 ‘바이든’이란 자막을 달아 해당 화면을 내보냈다”며 “미국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눈은 리얼리스트이지만 귀는 믿고 창조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방송 자막조차 귀만큼이나 못 믿을 게 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는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김씨는 칼럼에서 “공석(公席)이 아닌 사석에서 자기들(참모들)끼리 그런 표현 쓴 것이 그렇게 공노(共怒)할 일인가”라며 “‘말꼬리 잡기’의 진정한 내막은 좌파 언론과 좌파 세력의 ‘윤석열 타도 총공세’의 합작품이라는 데 있다. 민주당과 좌파 세력은 이제 국회 다수 의석을 등에 업고 윤 대통령 찍어 내리기에 나섰다. ‘광우병 사태’ 등 과거 보수·우파 정권을 무너뜨린 노하우를 최대한 되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영상기자단 입장문 일부만 발췌해 제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27일 4면 ‘尹발언 영상, 엠바고 해제 전 유포…기자단 “진상 규명을”’ 기사를 통해 관련 영상 촬영·유포 경위를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영상기자단 입장문 일부를 기사 마지막에서 짧게 소개하고,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문장을 제목에 사용했다. 영상기자단 입장문의 핵심은 ‘진상 규명’이 아니라 여권의 “짜깁기·왜곡”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언론사가 ‘국익 우선론’을 이야기하는 이색적인 모습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26일 사설 ‘들어보면 확실치도 않은 발언 놓고 난장판 싸움, 지금 이럴 땐가’에서 “환율과 금리, 물가가 폭등하면서 경제 위기의 파고가 몰아닥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과 북핵 위협으로 안보 위기도 커지고 있다”면서 “내용도 불확실한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놓고 이렇게 이전투구를 벌일 때인가. 윤 대통령은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상황을 빨리 수습해야 한다. 야당도 무조건적인 대통령 때리기와 선동 정치를 멈추고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며 양비론으로 접근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불거진 초기부터 진화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23일 ‘바이든 “개자식” 부시 “멍청이”… 정상들 아찔한 ‘핫 마이크’ 사고’ 기사에서 각국 정상·고위 관료·유명인들의 실언 사례를 소개했다. 해외에서는 비속어 논란이 종종 있는 일이라는 것.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실언을 ‘무심코 내뱉은 말’로 포장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 ‘한미, 한일 정상 외교가 남긴 개운치 않은 문제들’을 내고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 의회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행원들과 사적으로 한 얘기가 우연히 TV 카메라에 찍힌 것으로 다른 나라 정상들도 자주 겪는 가십성 얘기이기는 하다”고 했다. 이번 논란의 파급력을 애써 줄이려는 모양새다.

조선일보의 인터넷 대응 자회사 조선NS는 23일 소리 전문가 인터뷰를 소개했다. 조선NS는 ‘바이든? 날리면?… 尹 발언, 소리전문가는 어떻게 들었을까’ 기사를 통해 속기사·음성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조선NS는 ‘바이든’이라고 언급된 MBC 첫 방송 자막 때문에 각인효과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TV조선, 첫 보도에서 “바이든”…대통령 비판·사과 요구도

TV조선은 조선일보와 논조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TV조선 뉴스9은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난 22일 ‘“외교 참사” 맹공…한덕수 “비판 동의 못 해”’ 보도에서 “대통령이 비속어를 사용해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논란 역시 이번 방문의 의미를 크게 훼손시킨 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로 소개했다. ‘쪽팔려서’를 ‘X팔려서’라고 바꾼 것을 제외하면 MBC의 첫 영상 자막과 똑같다.

▲9월22일 TV조선 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9월22일 TV조선 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은 다음날인 23일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국회에서 승인을 안 해주고 날리면 면이 안 설 것’이란 뜻이었다”고 해명했는데, 신동욱 앵커는 ‘앵커의 시선’에서 “대통령실 설명을 들어보면 우리 야당을 겨냥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듯하다. 윤 대통령이 ‘우리 국회의 적극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올린 메시지도 그런 추론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다만 신동욱 앵커는 대통령이 표현을 신중히 하고, 잘못한 점에 대해선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 앵커는 “야당을 모욕한 데 대한 유감이나 사과가 없었다”며 “이번 일로 말과 처신의 무거움을 절실히 새길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잘못 전달된 게 있다면 서둘러 바로 잡고 야당에 대한 사과도 더 미루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TV조선은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이 26일 ‘비속어 발언이 왜곡 보도됐다’는 여권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할 때 함께 참여했다. TV조선은 영상기자단 소속 매체다. 영상기자단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TV조선을 포함한 모든 소속 매체가 입장문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영상기자단은 대통령실 대외협력실이 영상 확인을 요청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인지할 수 있었고, 대통령실이 영상 보도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줄 수 없냐’고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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