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구글 반기에 크리에이터들 ‘가세’, 이재명·정청래 재검토 시사
본질은 발신자종량제, 이례적 규제에 일방적 논의 이뤄진 건 사실

‘망사용료’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해외 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가세하면서 이용자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이슈로 전환됐다. 오픈넷이 진행 중인 서명운동 참여자가 급증해 16만 명을 넘어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망사용료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면서 통신사의 논리가 주된 담론이었던 상황에서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의 주장처럼 ‘통신사 이익만을 위한 규제’로 보기는 힘들지만, 그간의 논의가 균형적이지 않았던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트위치의 ‘반기’, 크리에이터 나서자 이용자 관심 높아져

결정적 계기는 트위치의 화질 변경이다. 게임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국내 영상 시청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한 단계 낮춘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됐다.

[관련기사 : “망사용료 역차별은 성립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오픈넷이 진행 중인 망사용료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광고를 페이스북 등에 게재했다. 유튜브는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그러한 기업들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며 망사용료 부담이 늘면 국내 투자가 어렵고, 크리에이터 수익도 줄이는 등 시청 피해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했다.

트위치의 화질 변경을 전후해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잇따라 망사용료 법안을 다루며 문제를 짚었다. 경제 크리에이터 슈카, 게임 크리에이터 김성회·대도서관 등이 망사용료 이슈를 다뤘다. 경제매체인 삼프로TV는 망사용로 논쟁을 해설하면서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대형 콘텐츠 사업자 때문에 통신사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돈을 받겠다고 하면 국제적 인터넷 망의 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유튜브(구글코리아)가 페이스북에 낸 망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 촉구 광고
▲ 유튜브(구글코리아)가 페이스북에 낸 망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 촉구 광고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의 반발에 적지 않은 이용자가 공감하는 모양새다. 오픈넷의 망사용료 입법 반대 청원은 4일 오전 9시 기준 16만 명이 참여했다. 오픈넷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의 광고, 트위치의 화질 변경과 크리에이터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참여자가 급증했다. 이전의 망사용료 논쟁이 업계 내부의 논쟁이었다면, 크리에이터들의 설명과 화질 변경 등이 맞물리면서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현안으로 바뀐 것이다. 

대세였던 망사용료 징수 논의 엎어지나?

이용자들의 집단 반발에 국회도 놀란 분위기다. 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온라인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국회의원실에 관련 항의성 민원을 집단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망사용료 규제 도입에 공감대를 보여온 상황인데 ‘재검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 오픈넷 서명운동 페이지(4일 오전 10시 기준)
▲ 오픈넷 서명운동 페이지(4일 오전 10시 기준)

국회에는 망사용료 징수 법안 7건이 발의돼있다. 해외 사업자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할 경우 국내 통신사(ISP)들과 망사용료 계약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급작스러운 이용자의 반발에 야권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망사용료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며 “잘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소관 상임위원장인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딴지일보 게시판에 “소수의 국내 ISP(통신사)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특히, K-콘텐츠 경쟁력이 강한 K-CP의 재앙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망사용료를 반대하는 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열겠다”고 했다. 

아직까지 야권 내 ‘교통정리’는 안 된 분위기다. 과방위에서 그동안 여러차례 망사용료 징수를 골자로 한 논의를 추진해온 상황에서 지도부와 상임위원장이 ‘반대 목소리’를 갑자기 냈기 때문이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전에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가 된 사안인데, 갑자기 다른 입장이 나오고, 재검토론까지 등장해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당 차원에서 정리된 건 없다”고 전했다. 

망사용료 논쟁 기울어졌던 건 사실

최근 논란이 불거졌지만 망사용료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상호접속고시(발신자 종량제)를 채택하면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CP)들에게 불리한 환경이었다. 발신자 종량제는 통신사 간 데이터를 주고 받을 때 데이터를 발생시킨 사업자에 비용을 물리는 제도다. 예를 들어 KT가 SK텔레콤 망으로 데이터를 넘길 때 KT가 계약을 맺은 A사업자가 트래픽을 다량으로 발생시키면 KT의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망 비용 부담이 늘어난 통신사들은 망을 이용하는 대가를 ‘접속 양’에 비례해 징수하기 시작했다. 

▲ 슈카월드(위)와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갈무리. 두 크리에이터는 망사용료 논쟁을 여러 측면에서 다뤘다.
▲ 슈카월드(위)와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갈무리. 두 크리에이터는 망사용료 논쟁을 여러 측면에서 다뤘다.

여기에 ‘해외사업자의 동영상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해외 사업자도 망이용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과거와 달리 동영상 소비 보편화로 막대한 트래픽 비용이 발생하면서 비용의 분담을 놓고 망을 관리하는 통신사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사업자 간 분쟁 국면에 돌입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논쟁 과정 전반에서 ‘망사용료 징수’ 담론이 지배적으로 작동했다. 통신사 입장에선 이익이 되는 주장이었고, 네이버 같은 국내 사업자들은 ‘역차별’ 프레임을 꺼내들며 망사용료 징수에 힘을 실었다. 2017년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2016년에만 734억 원의 망사용료를 지불했다”며 “구글이 국내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는 망사용료는 얼마인지 공개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개 질의한 대목은 상징적이다. 구글과 같은 해외 사업자들은 ‘공공의 적’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통신사’와 국내 CP사업자, 국회까지 나서 ‘망사용료 징수’를 강조하는 사이 정작 ‘망사용료’라는 프레임이 본질을 호도한다는 지적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픈넷은 전부터 ‘망사용료’라는 용어 자체가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해왔다. 네이버와 구글을 비교하면서 ‘비용을 적게 낸다’고 하기엔 지불하는 비용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통신사에 지불하는 비용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대가인 망접속료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은 이미 해당 국가에서 망접속료를 내고 있는데 한국에 별도의 망사용료를 내는 건 부당한 통행세 징수라고 보고 있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해외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받지 않고 접속료를 받는다. 제대로 받으려면 상호접속고시를 통한 발신자종량제라는 유일무이한 제도를 없앤 다음 양자가 직접 접속료를 협상해야 한다”며 “발신자종량제가 있는 한 국내CP든 해외CP든 데이터를 보내는 만큼 돈을 내게 되어 망이용대가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망사용료 징수를 추진해온 입장도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대대적으로 대관을 하는데 망사용료 문제도 자주 거론했던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통신사 이익을 위해 국회가 움직인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해외 사업자가 국내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문제의 연장선으로 대응이 논의되곤 했다”고 했다. 해외 사례가 없더라도 인앱결제 방지법처럼 한국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선제적 규제를 마련하는 식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사업자가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인 망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wikipedia
▲ 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사업자가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인 망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wikipedia

통신사들은 ‘비용 부담’을 강조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측은 “압도적으로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기업이, 다른 기업들이 투자해 구축한 인터넷 자산을 무료로 이용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외사업자 망사용료 징수가 통신사 숙원 사업인 건 사실이지만, ‘발신자 종량제’를 적용하고 있는 현행 제도에서 통신사 비용 부담이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 10월~12월 국내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사업자의 트래픽 양을 분석한 결과 구글이 국내 트래픽 양의 27.1%를, 넷플릭스가 7.2%를 차지했다. 

누군가를 절대적인 ‘을’로 볼 사안은 아니다. 국내 통신사뿐 아니라 구글과 같은 해외 사업자 역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망사용료 징수 여부로 인해 특정 기업이 문을 닫을 정도로 피해를 볼 사안은 아니다. 구글과 트위치가 국내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용자를 ‘볼모’로 시위에 나선 점은 비판 받을 소지가 있다.

다만 최근 일어난 이용자의 집단 반발은 오랜 논쟁에서 정작 중요한 ‘이용자’의 입장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여론수렴을 전제한 차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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