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범죄 사건 보도에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 언급한 MBC, KNN, KBS춘천·원주·강릉, 연합뉴스TV 의견진술

‘조현병 40대, 동거녀 살해 뒤 자수’(KNN ‘뉴스아이’ 6월19일 보도 제목)

‘“날 무시해 살해”…조현병 치료·관리 필요’(KBS ‘뉴스7 강원’ 7월6일 보도 제목) 

살인 등의 범죄가 피의자의 정신질환 때문이라고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신질환이 마치 범죄원인인 것처럼 보도해도 될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4일 범죄사건을 보도하며 해당 범죄와의 인과성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피의자가 정신질환 치료 또는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고 언급한 MBC, KNN, KBS춘천·원주·강릉, 연합뉴스TV 등 방송사 제작진들의 소명(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3조(범죄사건 보도 등) 제5항을 보면, 방송은 범죄사건 가해자의 정신건강 관련 정보 공개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객관적 근거 없이 정신질환을 범죄행위의 원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6월17일 ‘‘망상’때문에 장애 아들에 ‘흉기’’라는 제목으로 50대 여성이 흉기를 휘둘러 초등학생 아들을 다치게 한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앵커는 “여성은 ‘아들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 됐다”며 “수 년째 정신 질환 치료를 받아왔고, 아들도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고 했다. 기자는 “아버지마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데, 최근 증세가 악화돼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고 했다. 

▲ MBC ‘뉴스데스크’ 6월17일 방송화면 갈무리.
▲ MBC ‘뉴스데스크’ 6월17일 방송화면 갈무리.

이어진 보도에서 MBC는 40대 엄마가 발달장애인인 8살 아들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아들 살해한 엄마 ‘선처의 이유’’라고 제목을 붙였다. 앵커는 “초등학교 입학식날, 발달장애가 있는 8살 아들을 살해한 40대 엄마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며 “재판부는 반인륜적인 범죄라면서도, 공동체의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을 지적하면서 권고 형량보다 가벼운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 MBC ‘뉴스데스크’ 6월17일 방송화면 갈무리.
▲ MBC ‘뉴스데스크’ 6월17일 방송화면 갈무리.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정신질환이라는 근거로 방송이 벌써 엄마의 입장에서 ‘선처’를 언급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정신질환 환자에게 편견을 줄 수 있는 보도여서 안건이 올라왔는데, 들여다보면 사실 경찰이 피해사실을 이야기하는대로 쓰는 언론의 관행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유사한 사안으로 이날 방송소위에 상정된 안건은 MBC ‘뉴스데스크’를 포함해 총 7건이었다. 

KNN ‘뉴스아이’는 6월19일 ‘조현병 40대, 동거녀 살해 뒤 자수’라는 제목으로 40대 남성이 동거중이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앵커는 “지난 2005년부터 조현병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아오던 A씨는 어젯밤 11시쯤 경남 진주시 본인의 주거지에서 동거중이던 4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라고 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연합뉴스TV도 ‘뉴스오늘’ 6월20일자 방송에서 ‘경남 진주 정신질환 40대, 동거녀 살해 뒤 자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 연합뉴스TV ‘뉴스오늘’ 6월20일 방송화면 갈무리.
▲ 연합뉴스TV ‘뉴스오늘’ 6월20일 방송화면 갈무리.

‘KBS 뉴스7 강원’은 7월6일 ‘“날 무시해 살해”…조현병 치료·관리 필요’, KBS ‘뉴스광장’은 7월7일 ‘방치되는 조현병 환자…관리 대책 시급’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해당 보도는 강릉 도심에서 흉기로 여성 한 명을 살해하고 또 다른 여성을 다치게 한 60대 남성이 정신질환인 조현병 환자로 확인됐으며,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 생활이 가능한 조현병이지만 해당 남성은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윤성옥 위원은 “KNN 보도의 경우 추정이지만 동거녀 살인의 원인이 교제살인에 가깝다고 느껴지는데, 조현병으로 연결시켰다. 조현병 환자의 편견을 조장하는 것을 넘어서 재판도 받기 전에 방송이 앞장서서 교제살인의 가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KBS 보도에 대해서도 “남성이 ‘여성이 나를 무시한다’고 하면서 여성 두 명에게 폭력을 가하고 살인까지 저질러진 사안이다. 여성혐오에 기반한 범죄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그런데 방송이 무슨 근거로 조현병으로 단정 짓고 더 나아가서 조현병의 치료 관리까지 언급하냐. 가해자가 ‘나를 무시해서’라고 했다고 그대로 전달하면 되는데 왜 조현병 환자라는 것으로 확대해석하고 포커스를 맞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 ‘KBS 뉴스7 강원’ 7월6일 방송화면 갈무리.
▲ ‘KBS 뉴스7 강원’ 7월6일 방송화면 갈무리.

이광복 소위원장(국회의장 추천)도 “생각을 좁혀버리고 단정적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들을 방송에서 조심해야한다”며 “‘조현병 치료 관리’라는 식으로 몰고가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단정적으로 본인들이 원하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유사한 안건 7건 중 6건은 심의위원 4인 중 3인이 ‘의견진술’ 의견을 내 추후 방송소위에서 제작진의 소명을 듣기로 했다.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앞선 MBC 보도와 같은 사건에 대해 ‘11살 발달장애 아들 흉기로 살해하려 한 친모’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연합뉴스TV에 대해서는 ‘의견제시’가 의결됐다. 연합뉴스TV ‘라이브 투데이’는 6월17일 방송에서 앵커가 “발달장애가 있는 11살 친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한 50대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며 “조현병을 앓고 있는 A씨는 피해자가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성옥 위원은 “연합뉴스TV는 MBC와 동일한 사안인데 중립적인 제목으로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했다”며 “하지만 보도 내용에서 ‘조현병 앓고 있는 A씨’라는 표현만 빼면되는데 굳이 넣음으로써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줄 수 있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석 국민의힘 추천 위원, “MBC·TBS 관련 민원, 시의적절 대응 필요”

한편 이날 심의 중 김우석 위원은 “여당에서 MBC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고 하면서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보도자료까지 낸 상황인데, 우리 위원회 방침은 어떻게 되냐”며 “시의적절하게 대응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또, “TBS는 매주 몇 건씩 올라오다가 2주째 (안건이) 안올라오고 있는데 다 처리가 된 것이냐”며 “일부에서는 국정감사때문에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것이 아닌가하는 얘기가 있다. 그런 오해를 받지 않게끔 시의적절하게 잘 (처리)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방심위 사무처는 “민원 접수 순, 방송일자 순대로 현재까지 방송사의 안건을 처리해왔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며 “TBS 관련 안건은 계속 상정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