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재임 내내 ‘구조적 성차별’ 해명해야 할 것…비판적 감시 지속돼야”

윤석열 대통령실은 유독 젠더·성차별 사안에 있어 일부 내용을 숨기거나 설명을 번복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에서 윤 대통령을 접견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내 성평등을 언급한 사실을 대통령실이 뒤늦게 인정한 것도 일례다. 이럴 때마다 대선 기간 “더 이상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인터뷰가 소환된다. 그가 당선되기까지 다수 언론이 이 발언의 문제를 충분히 검증하거나 집중하지 않았다는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은 지난달 2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언론은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다루었나’ 발표회에서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윤석열 당시 후보가 한국일보와 관련 인터뷰를 한 2월7일부터 당선·취임 후 주요 인사가 이뤄진 5월31일까지 18개 매체(종합일간지11·경제일간지7)가 보도한 기사 478건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데이터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구조적 성차별’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 중 직접적 관련이 없는 기사를 제외했다.

먼저 기사량 상위 3개 매체는 경향신문 79건(16.5%), 한국일보 64건(13.4%), 한겨레 51건(10.7%) 순이었다. 이들 매체의 기사 총량이 전체의 40.6%에 달한다. 이어 아시아경제 37건(7.7%), 세계일보 36건(7.5%), 서울신문 33건(6.9%), 중앙일보·헤럴드경제 각 28건(5.9%), 서울경제 21건(4.4%), 조선일보 20건(4.2%), 국민일보 18건(3.8%), 동아일보 17건(3.5%), 머니투데이 15건(3.1%), 한국경제 11건(2.3%), 아주경제 7건(1.5%), 매일경제 6건(1.3%), 문화일보 4건(0.8%), 내일신문 3건(0.6%) 순이었다.

▲2022년 2월7일~5월31일 18개 종합·경제일간지 매체별 '구조적 성차별' 관련 기사량과 비중. 자료=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2022년 2월7일~5월31일 18개 종합·경제일간지 매체별 '구조적 성차별' 관련 기사량과 비중. 자료=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구조적 성차별’ 기사의 74.3%(355건)는 사실관계 전달 위주인 ‘스트레이트’ 유형으로 나타났다. 사설·칼럼·논평은 14.6%(70건), 기획·연재·해설은 9.2%(44건), 인터뷰는 1.9%(9건) 등으로 가치 판단을 담거나 심층적 분석이 담긴 기사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다.특히 동아일보(17건), 문화일보(4건), 매일경제(6건), 머니투데이(15건), 아시아경제(37건), 한국경제(11건) 등 6개 매체 기사는 전부 스트레이트 유형이었다. 

보도량 상위 매체들은 사설·칼럼·논평 및 기획·연재·해설 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컸다. 두 유형의 기사 114건 중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기사가 70.2%(80건)를 차지했다. 이들 매체는 평소 젠더 담당 기자나 젠더 데스크를 두는 등 성평등 보도를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선거 보도에서도 이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인터뷰 기사의 경우 5개 중 4개 매체(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겨레)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발언에 비판적인 인물을 다뤘다. 반면 조선일보는 윤 후보 입장에 동의하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인터뷰했다.

▲2022년 2월7일~5월31일 18개 종합·경제일간지 매체별 '구조적 성차별' 관련 기사의 유형별 비중. 자료=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2022년 2월7일~5월31일 18개 종합·경제일간지 매체별 '구조적 성차별' 관련 기사의 유형별 비중. 자료=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보도의 양이나 형식에서 나아가 ‘프레임’을 기준으로 분석하자 ‘정쟁 구도화’ 프레임이 42.3%(202건)로 절반에 육박했다. 다른 프레임은 ‘반페미니즘 및 차별·혐오 비판’ 32.0%(153건), ‘성평등 전담 부처 강화’ 15.5%(74건), ‘윤석열 후보·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치 행보’ 5.2%(25건), ‘윤석열·국민의힘 해명 및 비호’ 5.0%(24건) 순으로 나타났다.

‘반페미니즘 및 차별·혐오 비판’ 프레임은 유일하게 사설·칼럼·논평 기사가 많았고, 그 비중도 전체 기사의 88.6%에 이르렀다. ‘정쟁 구도화’(54.9%), ‘성평등 전담부처 강화’(17.8%), ‘윤석열·국민의힘의 해명·비호’(5.6%), ‘윤석열 후보·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치 행보’(5.4%) 프레임은 모두 스트레이트 비중이 가장 높은 것과 대비된다.

매체별 차이도 주목할 부분이다. 동아일보는 ‘정쟁 구도화’ 프레임이 전체 기사의 76.5%로 압도적이었다. 경향신문(53.2%), 내일신문(66.7%), 서울신문(54.6%), 한겨레(54.9%), 한국일보(46.9%) 등은 ‘반페미니즘 및 차별·혐오 비판’ 기사 비중이 크다. ‘후보·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치 행보’ 프레임 기사의 비중은 한국일보(32.0%), 아시아경제(24.0%)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2022년 2월7일~5월31일 18개 종합·경제일간지 매체별 '구조적 성차별' 관련 기사를 5개 프레임에 따라 분류한 건수 및 비율. 자료=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2022년 2월7일~5월31일 18개 종합·경제일간지 매체별 '구조적 성차별' 관련 기사를 5개 프레임에 따라 분류한 건수 및 비율. 자료=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동아일보는 스트레이트 유형, 정쟁 구도화 프레임에 치우친 데서 나아가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 발언 문제를 다룬 기사가 분석 기간 동안 1건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를 무보도한 것은 유권자에게 윤석열 후보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이라며 “반복적인 무보도는 언론 이용자들의 인식 속에 각인되고 있는 현실인식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도록 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국민의힘 해명 및 비호’ 프레임 보도는 일방적 주장에 집중된 특징이 있다. 세계일보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제목을 썼다. △尹이 “수명 다했다”고 지적한 여가부, 20여년 만에 해체될 듯(3월10일) △해체냐 개편이냐 여가부, 수술대 오르는 첫 정부 부처 된다(3월11일) △윤석열 당선인 “여가부, 역사적 소명 다해” 폐지 재확인(3월13일) 등이다. 이는 서울신문 ‘여심 이탈에 논란 尹당선인, 여가부 폐지할 수 있을까(3월11일)’ 등의 기사들과 대비된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인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인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연구팀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당시 후보의 발언을 드러내놓고 동의했던 언론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적극적 비판 기조를 유지하지 않은 언론의 경우에도 이를 ‘정쟁 구도화’ 프레임으로 다루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본질을 회피하였을 뿐 이를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두둔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며 “그만큼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발언이 무책임하고 명분이 없는 주장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윤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입장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할 것이다. 그 질문을 던지는 역할에는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언론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사회의 비판적 감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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