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드 올리비에 전 프랑스 하원의원·알렉신 솔리스 성매매 경험당사자 활동가
“성평등 모델법 제안 당시 끔찍한 반응, 여론의 힘에 통과…부족하지만 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성구매자·알선자 처벌에 집중하는 ‘성평등 모델법’, 이른바 노르딕 모델을 통과시킨 모드 올리비에 전 사회당 하원의원과 알렉신 솔리스 활동가는 성매매를 단지 성적인 방식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자유로운 성매매 여성’의 대표”라고 밝힌 솔리스는 “월세가 두려워 19세에 성매매를 시작했다”고 했다. 올리비에 전 의원은 “성매매는 강요된 관계다. 그 ‘강요’는 바로 생계와 경제적 문제”라고 단언했다.

2016년 성평등 모델법 입법을 시작으로 프랑스 언론은 성매매를 ‘필요악’으로 보도하던 데에서 한발 나아갔다. 포주와 알선 범죄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미성년자 성매매 문제도 적극 보도한다. 그러나 다수 언론이 성평등 모델법을 성적 자유 침해로 규정하고, 진보 언론도 ‘찬반 인터뷰’를 배치하는 등 성평등 모델법을 바라보는 여론은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다.

미디어오늘은 올리비에 전 의원과 솔리스 성매매 경험 당사자 활동가를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만났다. 한국의 경우 2004년 3월 성매매 처벌법이 제정돼 성매매 여성이 위계, 위력 등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했다고 입증해야만 처벌을 면하도록 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을 성 구매자와 알선자, 업주 등와 함께 공범으로 보는 셈이다. 인터뷰는 이들을 한국에 초청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모드 올리비에 전 사회당 하원의원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모드 올리비에 전 사회당 하원의원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 프랑스에서 성 매수자를 처벌하는 성평등 모델 법이 통과될 때 언론의 역할은 어땠나.
올리비에=
프랑스 사회는 성매매가 ‘필요악’이라 여겨왔다. 언론도 마찬가지로 보도했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선 ‘일하기 싫어하고, 성매매로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오해가 있었다. 2011년 좌파 하원의원 한 명, 우파 하원의원 한 명이 프랑스의 성매매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부터 인식이 달라졌다. 이후 좌파 정권이 들어섰고, 나도 하원의원이 돼 보고서를 업데이트하고 법안으로 발전시키게 됐다.

법안을 만든 뒤 언론 반응은 끔찍했다. 온갖 모욕과 조롱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 언론은 주로 ‘그 여자들이 원해서 성매매를 한다’, ‘사회의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매매를 금지하면 강간이 늘어난다고도 했다. 언론은 특히 법안 내용 중 ‘구매자 처벌’에 크게 반대했는데 ‘성적 자유 침해’가 이유다. 성매매 여성이 아닌 구매자의 자유만을 가리킨 말이다. 

당시 많은 남성이 언론에 기고했는데, 그 중 ‘내 창녀를 건드리지 마’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역효과’를 일으켰다. 그 때 몇몇 진보 언론이 반응해줬다. 진보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Le Nouvel Observateur)가 노르딕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의 한 기자는 ‘이 법은 사형제에 반대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이라고 말했다. SNS에서도 여성 단체들이 적극적 목소리를 내 큰 역할을 했다.

- 프랑스 언론은 성매매를 어떤 관점으로 다루나.

올리비에= 사실 진보 매체도 성평등 모델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를 테면 리베라시옹은 성평등모델에 반대하고, 자유를 침해하는 법이라고 얘기한다. 법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사회당을 지지하는 언론 ‘뤼마니떼’(사회당 기관지)의 경우 성평등 모델법을 완전히 지지한다.
솔리스= 경험 당사자로 리베라시옹의 기자와 인터뷰한 적 있다. 성매매를 옹호하는 당사자와 나의 인터뷰를 양쪽에 나란히 싣더라. 두 입장을 동시에 그대로 제공하는 게 저널리즘인지 모르겠다. 언론이 성매매를 다루는 일이 쉽지는 않다. 성매매 여성들은 얼굴 공개를 꺼리며 프랑스의 경우 대부분이 미등록 이주민이다.
언론과 SNS에서 성매매를 조장하는 표현을 많이 본다. 예를 들어 성매매 여성들을 두고 ‘성 노동자’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포주와 성구매자들까지 성산업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성 노동자’라 칭한다. 이 표현이 혼란을 야기한다고 생각해 좋아하지 않는다. 성매매를 성노동이라고 말하는 것은 성매매를 으레 해야 하는 일로 만든다. 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사거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모든 여성에게 이것을 기대하게 한다. 나 자신도 성매매 유입 당시 남성이 원할 때 여성은 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기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알렉신 솔리스 성착취 반대 활동가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알렉신 솔리스 성착취 반대 활동가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프랑스 미디어에서 성매매는 ‘풍경’…유입에 영향

- 솔리스 활동가가 성매매에 유입될 때도 미디어 영향이 있었나. 탈성매매 계기는.

솔리스= 음악과 영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어떤 문학, 영화, 언론,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도 성매매가 풍경처럼 당연하게 묘사된다. 낭만적이고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나는 ‘여자는 어머니가 되거나 성매매 여성이 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성매매를 하면서 남성들이 요구하는 것을 싫다고 말할 수 없었다. 피임 문제조차도. 어느 순간 성병에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다 ‘고객’ 한 명이 ‘나 클라미디아(박테리아성 성병)에 걸렸으니 너도 검사하라’고 말했다. 2년 동안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무덤덤했는데 이 일을 계기로 그만뒀다. 성매매 중단을 말하자 ‘고객’은 내 영상을 퍼뜨린다고 협박했다. 그 때문에 두 번이나 핸드폰 번호를 바꿨다. 
나는 포주의 강요를 받지 않고 혼자 성매매를 했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로운 성매매 여성’의 대표라 할 수 있다(웃음). 그러나 성매매가 성생활이 될 수 없고 성폭력이자 경제적 폭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 왜 경제적 폭력인가.

솔리스= 19살에 성매매를 시작했다. 월세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집 계약이 끝나는데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것이 겁이 났다. 사실 그해 여름 딱 두달 만 하려고 했고 당시엔 ‘이건 섹스다, 돈을 받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2년이나 하게 됐다.
올리비에= 경제적인 폭력이라는 데 한 마디 덧붙이겠다. 하루에 10~15번 혹은 그 이상의 성관계를 쾌락 때문에 맺고 싶어 하는 이는 없다고 본다. 이 관계는 절대 동의에 의한 것이 아니며 강요에 의한 것이다. 그 ‘강요’는 바로 경제적인 문제, 생계다.

- 성평등모델법이 통과된 뒤 언론의 성매매를 다루는 방식은 달라졌나.

올리비에= 언론이 간간히 포주나 알선 조직이 체포된 사실을 다루는 등 성매매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 특히 최근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성매매’가 프랑스에서 문제다. 이들 대부분은 문제 가정에서 성매매를 탈출구로 여기게 되거나, 남자친구가 성매매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은 성매매가 아닌 그저 ‘용돈 벌기’라 생각한다. 언론이 이 현상을 다루며 인식을 바꾸고 있다.

▲모드 올리비에 전 프랑스 하원의원과 알렉신 솔리스 성착취 반대 활동가가 통역가를 통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모드 올리비에 전 프랑스 하원의원과 알렉신 솔리스 성착취 반대 활동가가 통역가를 통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 법이 통과된 뒤에도 미성년자 성매매 유입이 프랑스 사회 문제다. 현행법에 허점은.

올리비에= 가장 큰 문제는 법이 있는데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랑스에는 2016년 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미성년자 성매매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이 존재했다. 그러나 적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성교육이 중요하다. 전 세계 아이들에게 ‘내 몸은 파는 것이 아니다’, ‘너의 몸은 너의 것이고, 너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나의 몸을 보호하고 존중하듯이 타인의 몸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교육해야 한다.

- 프랑스의 성매수자 처벌법이 미투 캠페인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궁금하다.

올리비에= 우리의 법이 미투 운동에 대해 선구자적인 법이다. 이 법은 2016년 통과됐지만 2013년 작성됐다. 미투는 이 법의 통과를 돕기도 했다. 여성이 겪는 폭력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성매매가 폭력’이란 인식이 확실히 자리잡은 건 아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도 이런 폭력을 겪어선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시간이 지나며 공권력도 이런 시각을 받아들였다.
언론계 미투 캠페인도 진행됐다. 20년 동안 뉴스를 진행한 유명한 프랑스 기자 ‘파트리크 푸아브르 다르보’(Patrick Poivre d'Arvor)가 미투의 지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총 15명의 여성이 해당 기자의 성추행, 성폭행에 대해 TV 토크쇼에서 폭로했다. 대부분 사건이 공소시효가 지나 공론화됐지만 최근 새 사건이 고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통역= 이지현 통역가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프랑스 ‘성평등 모델법’은 

프랑스 내 시민단체의 검증을 거친 경찰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내 성매매자는 3만~4만 명이다. 이 중 6000~1만 명은 미성년자다. 성매매 된 사람 85%는 여성, 15%는 남성이다. 구매자 99%는 남성이다. 성매매여성의 90%는 루마니아, 불가리아, 나이지리아, 브라질, 중국 출신의 이주여성이다.

모드 올리비에 전 의원의 강연록에 따르면 프랑스의 성평등 모델법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4가지 방침’ 아래 관련 조항을 마련했다. 방침은 △성매매 알선과 인신매매 척결 △탈성매매를 원하는 여성 지원과 대안 보장 △성과 신체에 대한 존중 교육 △성구매자 처벌 등이다.

이에 따라 법 제정 뒤 프랑스는 호객행위 경범죄 조항을 폐지했다. 탈성매매를 원하는 여성에는 피해 회복을 위한 쉼터와 사회·직업적 자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마다 적극성이 달라 지원 정도도 갈리는 실정이다. 지원기금은 정부 예산과 성매매 알선과 인신매매 조직 몰수 재산, 벌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올리비에 전 의원은 밝혔다. 이주여성의 경우 6개월의 임시체류증을 발급 허가한다.

해당 법에 따르면 성구매자는 1500유로, 재범은 3750유로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성매매를 요구하는 행위도 범죄로 성립된다. 스웨덴의 경우 소득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거나 징역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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