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국민의 힘이 MBC를 상대로 대통령의 명예와 국격을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사건은 정치가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들어내 충격을 준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 대통령 풍자화를 수상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공모전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를 취한 것도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재단하려는 색안경 정치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기간 동안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고) (바이든/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에 대한 보도에 대해 MBC만 제소했다. 국민의힘이 동일한 보도를 여러 방송사가 했는데도 MBC만을 꼭 집어 ‘방송조작’ ‘가짜뉴스’라며 몰아세우는 것은 MBC의 취재 과정과 대통령, 대통령실의 부적절한 대응 과정 등을 송두리째 외면한 부적절한 행위로 공당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MBC는 보도에 앞서 대통령 발언에 대한 확인 조치를 대통령실을 상대로 취했기 때문에 MBC가 문제될 이유는 취재 관행에 비춰 전무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방송사 출신이 포함되어 있어 취재의 필수 과정에 대해 모를 리 없을 것인데 소동을 피우는 것은 국내외적인 수치라 하겠다.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 제공 행위이며 대통령실의 MBC 확인 요구에 부적절하게 대응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국민의힘이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MBC가 아니라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정치적 계산만 앞세워 언론사를 겁박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 하겠다.

국민의힘이 MBC를 형사고발까지 한 행위가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MBC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보도하기 전에 대통령실에 확인을 요구하지 않았어야 한다. 그러나 MBC에 따르면 보도이전에 대통령실에 확인을 요구했을 때 대통령실은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정 또는 부인하는 식의 해명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MBC의 최초 보도가 나간 이후 10시간 가까이 대통령실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대통령은 최대의 뉴스 메이커이고 문제의 발언이 가져올 파장은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날리면’으로 밝힌 시점은 첫 방송보도 후 10 여 시간이 지나버린 상황이어서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바이든’으로 기정사실화되고 외교 논란으로 비화되었다.

대통령실은 미국을 의식한 듯 '국회에서 이 xx들‘이라고 한 부분은 국내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이 또한 3권 분립이라는 차원이나 대통령의 직접 발언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 이번 사태를 MBC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평지풍파’를 일으키면서 덮어버리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사회의 목탁이요 소금인 제 4부 언론과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태도이며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와 같은 불상사의 재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차분하게 그 과정을 짚어보면 여권이 앞장선 MBC 겁박과 희생양삼기 시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자명해진다. 먼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최대의 공복으로 그의 언행은 언론의 최대 관심사가 되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대통령 취임 반년이 가까운 시점에서도 몰랐다고 한다면 이 또한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은 자신의 비속어 발언이 보도되었을 때 즉각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중이라 보도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면 그렇게 만든 보좌진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중대한 과오를 범한 꼴이 된다. 더욱이 외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해외순방 중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대통령은 10시간이 넘도록 침묵했다. 이는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국격과 동맹훼손의 원인 제공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금처럼 MBC만을 표적삼아 몰아세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몰상식을 넘어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인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인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다음은 대통령실의 문제다. 언론은 보도에 앞서 진위 여부를 가리는 확인 작업을 필수적 취재과정의 하나로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실은 충족을 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MBC가 대통령 비속어 발언을 보도하기 전에 대통령실의 해명 등을 요구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무한책임을 져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그가 대표하는 국가의 이해관계나 명예 등이 직결된 사안에 대해 방송사의 요구에 확실하게 교통정리를 해주어야 했다.

대통령실이 진위 여부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은 채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보도 자제만을 요구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대통령 육성이 담긴 영상이라는 점을 대통령실은 십분 고려해서 명쾌하게 대응해야 했다. 더욱이 다수의 방송사 기자들이 애매한 부분에 대해 중지를 모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는 것은 중차대한 과오를 범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에게 직접 어떤 말을 했는지를 확인해서 MBC에게 답변을 주는 것이 그 존재의미를 충족시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조직이다. 세계가 관심을 가질만한 매우 중대한 사안에 대해 그 발설자인 대통령에게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그 정답을 언론사에 제공해야 마땅했다. 대통령실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언론사를 넘어 국민 전체에 대해 제 소임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대통령실은 한 발 더 나가 해당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면서 여당의 무리수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 또한 제 허물을 감추려고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과오를 저지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또한 국민의 상식을 무시하는 막가파식 정치행위라는 비판을 자초하는데 첫 단추를 잘못 꿰고 부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떻게 치졸한 모습으로 연출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문제의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해외순방 당시도 그랬지만 오늘날까지 자신이 무슨 발언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으며 자신의 발언으로 빚어진 소동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언론을 탓하고 그에 대한 강력 대처방안을 제시하는 발언을 했을 뿐이다. 이는 대통령실이 문제인 것보다 더욱 심각한 정치적 태도라 하겠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언행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자세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민의힘이 취하고 있는 MBC와 전체 언론에 대한 겁박과 통제 태도를 멈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세금 낭비를 줄이는 정치를 선도한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MBC 등에 대해 취하고 있는 부적절한 정치행위를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원인 제공자가 솔직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사태 해결의 지름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행동해야 할 가장 빠른 시간이라는 점을 대통령은 알아야 할 것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가 정치적인 주제를 다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엄중 경고” 조치를 취한 것도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으로 야기된 정권의 표현의 자유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것 같아 유감이다.

▲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문체부가 진흥원에 보낸 경고 내용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문체부는 공문에서 ‘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 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 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해당 작품이 정치적인 주제로 학생의 만화창작 욕구 고취에 역행한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시대에 중고등학생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달받은 정보에 대해 성인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영역으로 꼬리표를 달아 인식하게 되는지를 살펴볼 일이다. 정치를 전체 문화현상의 일부분으로 볼 수도 있는 것으로 이는 해당 정보를 접한 수용자가 판단할 일이다. 더욱이 중고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행사가 아닌가 말이다.

중고등 학생의 현실 인식을 정치권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그것이 정치적인 주제라 해서 부정적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광의의 표현의 자유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체부는 K-POP 등으로 한국 문화가 지구촌의 관심사라는 점을 알고 있다면 청소년 문화에 대한 구시대적 가치관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걸 맞는 문화의식을 가져야 할 부처가 권위주의 시대의 잣대를 휘두르는 것은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으로 초래된 시대착오적 혼란을 부추길 것 같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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