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 엄중경고” 사태에 웹툰협회 성명까지
“본래 만화의 기본 속성은 현실 풍자와 묘사”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다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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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문화체육관광부가 고교생이 그린 ‘윤석열차’를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향해 “행사 취지에 어긋나게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며, 신속히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검열이란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해당 작품은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을 받았는데, 문체부는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차’를 직접 관람한 박순찬 전 경향신문 화백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은 장기 독재의 영향으로 정치 풍자가 소위 시사만화나 만평이라고 불리는 신문 연재만화만의 역할로 인식되고 만화 전반에서의 풍자가 차단되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본래 만화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풍자에서 출발했고, 만화의 기본 속성 역시 현실 풍자와 묘사”라면서 “이러한 만화가 수상작이라는 게 놀랍고 반가웠다. 만화에 대한 인식의 진보가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박순찬 전 화백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바탕이 될 때 판타지물이든 SF물이든 대중의 공감을 얻는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한 뒤 “‘윤석열차’가 SNS에서 찬사를 받은 것은 현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원인이다. 이걸 언론은 ‘논란’이라 보도하고, 언론 보도 민감증에 걸려있는 공무원들은 엄중 경고한다며 요란을 떨고 있다”며 “고등학생보다 못한 현실 인식을 가진 어른들이 미몽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웹툰협회도 4일 밤 입장을 내고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다. 해당 수상작은 카툰 부문 수상작이다. 이보다 더 행사 취지에 맞을 수 있나”라고 되물은 뒤 “문체부는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께서 ‘정치 풍자는 문화예술인들의 권리’라는 발언도 하신 바 있다. 문체부는 행정부 수반인 윤 대통령의 소신과 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반기를 드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입장 철회 및 사과를 요구했다.  

웹툰협회는 이번 문체부의 ‘경고 입장’을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행태를 아예 대놓고 거리낌 없이 저지르겠다는 소신발언”이라고 정의하며 “주무부처가 백주대낮에 보도자료를 통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와 통제의 차원에서 국민 세금을 제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예술인들의 모임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5일 성명에서 이번 ‘윤석열차’ 사건을 두고 “예술인과 예술작품을 검열과 지원배제로 탄압한 블랙리스트 사건과 다르지 않다. 블랙리스트에 가담했던 수많은 공직자들은 면죄부를 받은 채, 여전히 문화예술행정 요직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블랙리스트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로 제기된 소송은 총 14건이며, 국가가 문화예술인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약 67억 원이다. 배상금은 모두 세금으로 부담한다. 전재수 의원은 “블랙리스트로 인한 문화예술인의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이어 국민 혈세까지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발 방지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지시·실행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제도보완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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