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국감장서 퇴행적 언론관 드러내
영상기자협회장 “80년대 언론관, 디지털 시대 역행하는 발상”
‘언론이 대통령 걱정하고 심기경호나 해주는 곳인가’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영상 첫 보도를 두고 “정상적인 경우라면 대통령이 실수했나 그러면 큰 일이라고 걱정해야 하는데 외신에 퍼뜨렸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다. 언론을 국가원수의 심기나 경호해주는 곳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영상기자협회장은 “1980년대 언론관을 드러냈다”며 “디지털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밤 속개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를 첫 방송한 MBC를 두고 “대통령이 바이든을 만나고 나오면서 주변에 있는 수행원들에게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혼자 말씀을 했고, 주변에 외신이나 다른 사람이 없었다”며 “그런데 우리 언론이 그것을 캐치해서 밖에 퍼뜨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정상적인 경우라면 ‘혹시 우리 대통령께서 실수하셨나 그러면 큰 일인데’(라고) 걱정을 해야 하는데, 이걸 그냥 외신에다 갖다 퍼뜨리면서 전혀 얼토당토않은 미국, 의회, 바이든(과 같이) 없는 말을 자막에서 만들어서 붙여서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김석기 의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 MBC는 외교 참사를 우려하는 게 아니고 외교 참사를 바라고 있었던지, (또는) 이걸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MBC가 백악관에 메일을 보내 ‘미국 대통령에 비하 표현을 쓴 데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했다면서 “미 대통령을 비하한 적이 없는데, 일부러 미국 대통령을 비하했다고 단정하면서 이메일을 백악관에 보냈다. 이걸 우려했다면 메일을 보내기 전에 대통령실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 확인 절차도 없이 보내서 ‘바이든을 욕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건 무슨 의도가 없으면 이렇게 할 수 없다”며 “백악관에서 ‘대한민국과 미국은 관계 끈끈하다’고 회신을 보냈는데 이건 보도를 안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느냐. 여기에(MBC)”라고 비난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저녁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관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이 실수하면 우리 언론이 걱정해야지 외신에다 퍼뜨리냐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저녁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관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이 실수하면 우리 언론이 걱정해야지 외신에다 퍼뜨리냐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이 같은 주장에 언론이 대통령의 실언을 걱정해줘야 하는 거냐, 심기 경호를 해줘야 하는 거냐는 의문이 나온다. 80년대 식 언론관이라는 비판이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6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디지털 미디어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나 회장은 “12개 방송사가 똑같은 영상을 확보해 각자 판단으로 제작 과정을 통해 방송한 것을 거기에 국익을 들이댈 문제이냐”며 “오히려 그런 발언이 있었는데, 얘기하지 않고, (대통령실) 요청하는 대로 ‘문제 되니 없앱시다’라고 하면서 삭제하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나 회장은 “오히려 언론인의 윤리를 못 지켰다고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며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나 회장은 김 의원의 언론관을 두고 “우리 국민들이 40년 가까이 민주화를 일으켜오고 언론자유를 발전시켜온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자신들에 맞춰서 따라오라는 것 자체가 80년대 90년대 초 언론관으로 21세기 언론 환경과 민주주의 상황을 바라보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폭스 뉴스 기자에 욕설을 퍼부은 것을 방송하고 보도한 미국 언론을 들어 나 회장은 “그럼 미국언론도 국익을 걱정 안하는 사람들이냐”며 “대통령이나 수상이나 다 실수할 수 있고, 그걸 보도하거나 가십으로 다룰 수도 있다. 모두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지 봉쇄한다고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MBC가 지난 22일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순방시 발생한 비속어 영상 보도를 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MBC가 지난 22일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순방시 발생한 비속어 영상 보도를 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또한 언론 보도를 막는다고 해도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나 회장은 오히려 보도를 하지 않았을 경우 더 큰 불신을 낳는다면서 “제한과 검열로 보도하지 않는 순간 다른 대안 매체와 시민 공간에 의해 다른 형태의 보도가 나올테고, 한국 미디어는 신뢰도와 경쟁력 모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에 허위의 질문으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주장과 관련해 MBC 이기주 기자는 지난달 29일 ‘뉴스데스크’ 스튜디오에 출연해 “MBC 워싱턴 특파원이 백악관과 국무부에 질의한 시간은 22일 밤 9시 반 쯤으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지 13시간 뒤였다”며 “미 NSC가 ‘윤 대통령의 이른바 핫 마이크 발언에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미국 언론에 밝힌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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