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요 일간신문은 물론 경제신문·영자신문까지…3년간 88건
책임소재 불분명, 인천공항·언론재단 신문사 법적대응 여부 확답 안 해

국내 주요 신문사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김경욱, 이하 인천공항)의 정부광고를 지면에 싣지 않고, 기업·부동산·타 공공기관 광고를 게재한 사실이 적발됐다. 광고를 지면에 게재하지 않고 광고비만 챙기는 ‘정부광고 바꿔치기’ 논란이 불거졌는데 자료 분석 결과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광고 바꿔치기가 확인된 신문사는 18곳에 달한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경향신문 등 종합일간지는 물론 경제신문·영자신문도 포함된다. 광고비는 14억 1212만 원(한국언론진흥재단 수수료 10% 포함)에 달한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이들 신문사에 집행된 광고가 100억여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광고비 10% 이상이 지면에 실리지 않은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태는 심각하다. 

▲ 국내 일간지 자료사진. 사진=윤수현 기자.
▲ 국내 일간지 자료사진. 사진=윤수현 기자.

미디어오늘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인천공항의 2016~2022년(8월 기준) 신문사 정부광고 내역을 조사했다. 신문사가 언론재단에 제출한 광고 증빙자료와 아이서퍼·스크랩마스터 등 종이신문 스크랩 프로그램에서 발행된 지면을 비교 분석했다. 아이서퍼·스크랩마스터는 최종판 지면을 제공한다. 인천공항이 광고를 의뢰할 때 ‘지방판·초판에 광고를 게재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으므로, 증빙자료와 최종판 지면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정부광고 바꿔치기로 볼 수 있다.

광고 바꿔치기가 드러난 신문사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세계일보·문화일보·국민일보·내일신문 등 10개 일간신문, 한국경제·파이낸셜뉴스·매일경제·아시아경제·서울경제·아주경제 등 6개 경제신문,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 등 2개 영자신문이다. 

▲ 정부광고 바꿔치기 광고비 상위 10개 신문사. 자료=심상정 의원실, 정리=윤수현 기자.
▲ 정부광고 바꿔치기 광고비 상위 10개 신문사. 자료=심상정 의원실, 정리=윤수현 기자.

정부광고 바꿔치기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벌어졌다. 건수는 2017년·2018년 각각 32건, 2016년 24건이다. 금액으로는 2018년이 7억68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17년 3억5552만 원, 2016년 3억4980만 원 순이다.

바꿔치기 금액(광고비·수수료 합계)이 3000만 원을 넘는 신문사는 9곳이다. 동아일보가 4억749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조선일보(2억7500만 원), 중앙일보(2억7489만 원), 경향신문(8690만 원), 한국일보(5610만 원), 한국경제(5500만 원), 파이낸셜뉴스(4510만 원), 한겨레(3300만 원), 내일신문(3245만 원) 순이다.

금액이 3000만 원 이하인 신문사는 10곳이다. 세계일보(2860만 원), 매일경제(2739만 원), 코리아헤럴드(2530만 원), 아시아경제(2310만 원), 문화일보(1650만 원), 서울경제(1100만 원)의 바꿔치기 금액은 1000만 원을 넘어섰다. 국민일보·코리아타임스(각 550만 원), 아주경제(330만 원)의 바꿔치기 금액은 비교적 적었다.

▲2017년 5월26일 조선일보 F3면. 왼쪽이 증빙사진, 오른쪽이 실제 지면.
▲2017년 5월26일 조선일보 F3면. 왼쪽이 증빙사진, 오른쪽이 실제 지면.
▲2018년 9월28일 중앙일보 A7면. 왼쪽이 증빙사진, 오른쪽이 실제 지면.
▲2018년 9월28일 중앙일보 A7면. 왼쪽이 증빙사진, 오른쪽이 실제 지면.

인천공항 광고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사기업·부동산 광고가 있었다. 다른 공공기관이나 신문사 관계사 광고가 들어가기도 했다. 일례로 동아일보의 2018년 3월27일 A36면에는 SK이노베이션 광고가, 매일경제의 2017년 12월14일 A5면에는 캐리어에어컨 광고가 있었다. 한국일보의 2016년 4월20일 A5면에는 모회사인 동화기업 광고가 게재됐다.

책임지는 사람 없는 ‘정부광고 바꿔치기’

인천공항은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광고를 바꿔치는 것은 세금 낭비와 다름없다. 인천공항과 언론재단, 신문사 모두가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 인천공항은 광고주로서 신문광고를 확인해야 했다. 인천공항은 정부광고를 의뢰하면서 제2공항 개항 안내,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위 수상 등을 목적으로 명시했다. 신문사가 광고를 바꿔치기하고, 인천공항이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서 정책홍보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심상정 의원실에 ‘광고가 초판에만 실리고 최종판에서 빠지거나, 종합판에 실려야 하는데 지방판에 실리는 등의 사고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측이 아이서퍼·스크랩마스터 등 신문스크랩 서비스를 확인했다면 광고 미게재 사실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정부광고 바꿔치기가 수년 동안 88차례 이뤄진 것이 밝혀지면서 책임소재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인천공항은 올해 1월 정부광고 바꿔치기 논란이 제기됐지만 담당자 인사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의 ‘임직원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지침’에 따르면 △200만원 이상(공소시효 내의 누계금액) 공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경우 △기타 범죄행위를 자행하여 공항공사에 손해를 입힌 자로서 형사고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조치해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윤수현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윤수현 기자.

인천공항의 연간 정부광고계획은 언론홍보팀장·홍보실장·사장이 결재한다. 당시 홍보 담당자들은 현재도 인천공항에서 근무 중이다. 2017년 홍보실장을 역임했던 이 모씨는 현재 인천공항 부사장으로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언론재단의 광고 검수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공공기관이다. 언론재단은 신문사가 제출한 증빙자료를 바탕으로 정부광고를 검수했는데, 신문사가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할 시 속아 넘어갈 위험이 컸다. 언론재단이 증빙자료를 실제 신문과 교차검증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2016년~2018년 당시 정부광고법은 없었지만 △정부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 △정부광고 업무 시행지침 등이 있어 현재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행업무가 이뤄졌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바꿔치기’ 논란을 확인하기 위해 올해 2월 외부업체와 계약을 맺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언론재단은 현재까지도 조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재단 조사 대상 언론사는 12곳에 그쳐 다른 신문사에서 벌어진 광고 바꿔치기는 확인이 어렵고, 조사 대상이 ‘정부광고법 시행 이후 집행된 광고’로 한정되면서 법 시행 이전에 벌어진 광고 바꿔치기는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인천공항과 언론재단은 신문사에 법적조치 하는 것을 확답하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은 이달 초 미디어오늘에 “언론사에 대한 직접 대응은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 역시 1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사의뢰를 해서 (광고 바꿔치기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제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광고주와 언론재단이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광고법상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제재조항도 없는 상황이다. 

심상정 의원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광고비 역시 국민 세금이다.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면 업무태만이자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정부광고를 특정 기관 혹은 특정인을 위한 언론사 관계 맺기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면서 “인천공항공사 내부의 감사 및 결재 라인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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