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0억 원 규모 신문 정부광고 지면에 없어…광고 바꿔치기
LH “언론재단이 준 자료 확인했다”…신문사 관계자는 “광고주와 합의”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직무대행 이정관, 이하 LH)가 신문사에 의뢰한 정부광고 상당수가 바꿔치기 된 것으로 밝혀졌다. 바꿔치기된 LH 광고비 총액은 2년3개월 기간 동안 확인된 것만 50억 원을 넘어선다. LH는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공기업으로, 국민 세금이 신문사로 흘러 들어간 꼴이다. LH는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었다는 입장이지만 ‘광고주와 합의하에 바꿔치기한 것’이라는 신문사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정부광고 바꿔치기’는 신문사가 정부·공공기관 광고를 의뢰받은 후 실제 지면에 다른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뜻한다. 신문사는 한 개 지면을 가지고 두 곳에서 광고비를 챙기게 되며, 정부·공공기관은 정책홍보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 CI.
▲LH 한국토지주택공사 CI.

미디어오늘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LH의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7개월 간의 신문사 정부광고 내역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 등 8개 신문사다. 조사 기간 LH가 8개 신문사에 집행한 정부광고 총액은 73억7928만 원이고, 바꿔치기된 정부광고는 50억2300만 원이다. 총 광고 건수는 353건, 이 중 바꿔치기된 정부광고는 170건(48.15%)이다. LH가 신문사에 집행한 광고 10건 중 5건이 유령 광고인 셈이다.

동아일보의 바꿔치기 액수가 10억8100만 원(한 달 평균 4003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매일경제 8억2800만 원, 조선일보 6억5300만 원, 한국경제 6억4600만 원, 중앙일보 6억1900만 원, 한겨레 4억2900만 원, 경향신문 3억9700만 원, 한국일보 3억7000만 원 순이다. 조사 기간, 대상을 확대한다면 바꿔치기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문사들은 실제 지면과는 다른 증빙자료를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서류작업을 했다. LH 광고가 있는 PDF 파일·신문 지면 촬영 사진을 언론재단에 제출한 것. 언론재단과 LH가 바꿔치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사기에 해당하는 행위다.

▲8개 신문사의 LH 정부광고 바꿔치기 액수. 자료=심상정 의원실, 정리=윤수현 기자.
▲8개 신문사의 LH 정부광고 바꿔치기 액수. 자료=심상정 의원실, 정리=윤수현 기자.

신문사들은 LH 광고 대신 삼성전자·두산·SK·LG·GS·현대자동차·KT·LG유플러스 등 대기업, KB·신한·우리·하나 등 금융그룹, 아파트·오피스텔 등 부동산, 골프장, 건강보조식품 등 광고를 게재했다. 서울특별시·인천국제공항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다른 정부·공공기관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언론재단과 LH는 증빙자료를 교차검증하지 않았다. 증빙자료와 실제 신문을 비교해본다면 바꿔치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독점 대행기관으로 광고비 10%를 수수료로 챙겨가고 광고 대행 업무를 도맡는다.

정부광고 업무편람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증빙자료를 점검·검수해야 한다. 업무편람에는 “인쇄광고의 경우 증빙자료(사진, PDF 파일 등)의 조작여부 점검”이라는 유의사항도 있다. LH 역시 증빙자료를 최종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재단과 LH는 수천만 원 상당의 광고를 대행·집행하면서 기본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언론재단은 바꿔치기된 LH 광고를 대행하고 수수료로 5억 원을 챙겼다.

정부광고 바꿔치기 조사는 신문사가 언론재단에 제출한 광고 증빙자료와 아이서퍼(종이신문 스크랩 프로그램)에서 발행된 지면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이서퍼는 최종판 지면을 제공한다. LH가 신문사에 광고를 의뢰할 때 ‘초판에 광고를 게재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으므로, 증빙자료와 최종판 지면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정부광고 바꿔치기로 볼 수 있다. LH가 지방판 신문에 의뢰한 광고는 총액에서 제외했다.

▲LH 광고 대신 지면에 게재된 신문사 광고.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부동산 분양광고 2건(동아·조선), KB금융그룹(중앙), 서울시(한국), SK(경향), 현대차(한겨레).
▲LH 광고 대신 지면에 게재된 신문사 광고.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부동산 분양광고 2건(동아·조선), KB금융그룹(중앙), 서울시(한국), SK(경향), 현대차(한겨레).

신문사 광고 담당자 “광고주와 합의한 것”

50억 원 대의 정부광고가 바꿔치기 됐지만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다. LH는 언론재단에 화살을 돌렸다. 자신들은 언론재단만 믿었을 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통화에서 “언론재단이 (광고를) 검수해서 자료를 우리에게 준다. 재단에서 준 자료는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재단만 믿고 광고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광고가) 엄청 많은데 그걸 일일이 어떻게 (확인)하겠는가”라고 답했다.

LH 관계자는 “신문사가 LH와 언론재단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건 언론재단에 물어봐라. 우리가 이야기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언론재단 조사 결과가 나오면 광고비 환수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신문사들 역시 LH 광고 바꿔치기 논란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A신문사 광고 담당자는 LH가 광고 바꿔치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 광고 담당자는 통화에서 “광고주 사정으로 서로 합의 하에 (바꿔치기를)한 게 있다”면서 “전 언론사가 그런 기간이 있었다. (초판에만 광고를 실은 경우는) 당연히 광고주와 합의해서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B신문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LH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도 많이 걸려있다. 시정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증빙이 안 됐던 부분에 대해서는 재증빙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신문사들은 “언론재단에 물어봐라”·“미디어오늘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부담스럽다”·“답할 의무가 없다”며 답변을 피했고, 담당자와 통화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언론재단은 “업무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으며 (논란이 제기된 후) 검수 체계를 점검하고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판갈이(광고 바꿔치기)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몰랐으며, 정부광고 집행과정에서 광고주와 매체사 간 별도의 협의내용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 중에 있다. 향후 정부광고 집행내역 조사 결과가 확정되면 광고주 의사를 확인한 후에 가능한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윤수현 기자.
▲사진=윤수현 기자.

신문사와 정부·공공기관의 관행이었던 ‘정부광고 바꿔치기’ 

문제는 정부광고 바꿔치기 관행이 신문업계 전반에 퍼져있다는 점이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18개 신문사가 인천공항 광고 88건을 바꿔치기한 사실을 보도했다. 인천공항에 이어 LH에서도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언론재단은 12개 신문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조사 대상·시기가 제한적이다. 또한 언론재단은 ‘광고주와 신문사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는 이유로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다수 국회의원이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언론재단은 이를 거부했다.

종합일간지 광고담당 임원 C씨는 올해 8월 통화에서 광고 바꿔치기가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공공기관이 다른 언론에 광고를 집행하면 항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신문사에 ‘지면에 광고를 싣지 말아달라’고 요청한다는 것. C씨는 “신문사는 많고 광고 예산은 적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특정 신문사에 광고를 집행한 사실이 드러나면) 번거롭고 힘드니까 편법으로 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공공기관이) 특정 언론사와 짬짜미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 D씨는 경제신문 재직 시절 출입처인 정부기관 홍보담당자로부터 “1판(초판)에 광고를 넣고 그다음 갈아 끼우기로 했다. 광고국하고는 이야기가 다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D씨는 통화에서 “신문 초판에 증빙용으로 광고를 넣고, 이후 다른 광고로 교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D씨는 “당시 데스크는 차장급 기자들에게 ‘타사 지면을 보고 어디서 광고를 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우리가 못 받은 광고가 있다면 가서 이야기하라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기관도 초판에 광고가 나가는 방식을 원하는 것 같다. 당시에는 관행적으로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사해보면 대부분 정부기관에서 다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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