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충격 클 것 같다’ ‘치료받으면 좋겠다’ 등 피해자 상황 우려
KBS “댓글 등 SNS 반응과 재난보도준칙 감안해 뺐다”

이태원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에서 친구를 잃은 피해자를 인터뷰한 뒤 반복해 영상을 내보낸 KBS가 댓글 등에서 인터뷰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자, 해당 영상을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

30일 새벽 KBS ‘뉴스특보’는 ‘이태원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 취재를 하던 A기자가 ‘피해자 지인’을 인터뷰한 영상을 내보냈다. 인터뷰이로 나선 B씨는 “한 번 밀린 게 아니라 매번 다섯 번 계속 밀렸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버텼는데 버티는데 계속 미니까 체중이 막 밀리니까 이렇게 쓰러지면서 압사하게 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인터뷰 도중 자신이 친구를 직접 1시간 30분 동안 CPR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이 통제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전날 밤 발생한 이번 압사사고로 인한 피해를 30일 오전 9시 기준 사망 151명, 부상 82명으로 총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민중의소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이 통제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전날 밤 발생한 이번 압사사고로 인한 피해를 30일 오전 9시 기준 사망 151명, 부상 82명으로 총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민중의소리

A기자도 B씨가 사망자의 친구라는 사실을 인터뷰 도중 인지하면서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에서 A기자는 B씨에게 "친구분은 혹시 사망하신 건가요?"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B씨는 친구를 잃은 ‘피해자 지인’이다. 현장에서 참사를 지켜본 ‘피해자’이기도 하다.

‘한국기자협회’에 만든 ‘재난보도준칙’ ‘피해자 보호’ 조항을 보면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 인터뷰’ 조항을 보면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인터뷰를 원치 않을 경우에는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비밀 촬영이나 녹음 등은 하지 않는다. 인터뷰에 응한다 할지라도 질문 내용과 질문 방법, 인터뷰 시간 등을 세심하게 배려해 피해자의 심리적 육체적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에 누리꾼들은 ‘인터뷰하신 친구 구하려던 분. 꼭 치료받으세요. 당신은 최선을 다했어요.’ ‘친구가 방금 저렇게 사고당했는데 인터뷰도 소식 전달은 되지만 너무 충격이 클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인터뷰하신 시민분들을 포함해서 저날 이태원에 계셨던 분들 꼭 정신과 치료받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날의 기억에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 친구가 눈 앞에서 얼마나 힘들까’ ‘아 친구 CPR 직접 하고 시신까지 확인한 분.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인터뷰 보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안 좋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KBS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에 “댓글 등 SNS 반응과 재난보도준칙을 감안해 (해당 인터뷰 내용을 방송에서) 뺐다”고 밝혔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미디어오늘에 “친구를 구조하려다가 잃게 된 분을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KBS가 처음에는 인터뷰이의 신원이나 상황을 몰랐다 하더라도 나중에 알게 됐으면 인터뷰를 내보내지 않는 게 필요했다”며 “인터뷰한 친구도 피해자다. 친구를 구조하지 못했다는 아픔도 클 텐데, 그 사람의 인터뷰가 계속 나가는 게 어떤 가치가 있나. 반복해서 내보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이어 “(세월호 참사 당시) 피해자의 친구 또는 구조된 사람들에게 언론이 마이크를 들이댔던 것이 문제가 됐다. 피해자 친구들을 인터뷰하려고 안산 지역 학교를 찾아가고 피해자 가족이 오열하고 모습들을 보도했다. 막 구조돼서 온 사람들한테 병실까지 쫓아가서 마이크 들이댔다”며 “고통을 겪은 사람들한테 심경을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이 되어 언론이 반성하고 성찰했다. 그러나 대형 사건 터지면 잊어버리는 것 같다. 무리한 속보 경쟁 위주의 신속성보다 정확한 보도를 하자고 약속했다. 언론이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세월호 당시 보도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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