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이용자, ‘기레기’ 비판 통해 구조적 문제 다층적으로 지적
“이용자가 언론 환경 전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는 점 고려해야”

기자·언론이 비난의 대상이 된 건 오래된 일이다. 언론 신뢰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을 달리고 있으며 ‘기레기’(기자+쓰레기)는 모두가 아는 단어가 됐다. 온라인에서도 기자와 언론을 비판·비난하는 게시물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또 이용자들은 ‘기레기’ 비판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할까.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논문이 나왔다. 언론을 비판·비난하는 온라인 게시물을 분석해 현재 언론이 처한 상황과 개선점을 찾아본 것이다.

▲사진=pixabay.

이상호 고려대 미디어학과 석사, 김성태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달 발행된 언론정보학보에 ‘기레기 멸칭’에 내제된 언론비판 인식 분석’ 논문을 게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기레기’ 관련 게시물을 분석해 이용자들이 언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점을 문제로 꼽는지 알아보겠다는 취지다.

연구진은 ‘기레기’ 관련 게시물을 분석하면 이용자가 원하는 언론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기레기 멸칭은 언론인을 향하는 외형을 갖지만 결국 언론 환경 전체를 향한 메시지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불신의 흔적들 속에 이용자들이 바라는 언론 신뢰의 상이 존재할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은 2020년 5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뽐뿌, 루리웹에 올라온 ‘기레기’ 관련 게시물 600건이다. 게시물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이용자가 언론·보도의 어떤 점을 문제로 봤는지 추출해냈다. 문제점은 객관성(이하 정확성·일관성·균형성), 공익성(이하 적합성·다양성·접근성·), 투명성(이하 설명성·참여성) 등 요소로 구분됐다.

특정 언론사·기자가 아닌 언론계 전체를 비판하는 게시물은 59%였다. 특정 매체를 언급한 경우에는 신문사가 22.7%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방송사 9.8%, 인터넷 언론 7.8%, 기타 0.7% 순으로 조사됐다. 온라인에서 신문사·방송사 등 레거시 미디어가 인터넷 언론보다 더 많은 비판을 받은 것.

이용자들은 ‘기레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언론의 구조적 문제점을 다층적으로 지적해내고 있었다. 이용자들은 객관성·공익성·투명성 등 대부분 요소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기레기 담론의 공격적인 외피에만 집중해선 안 되는 이유”라며 “언론이 이용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태도를 변화시켜야 할 필요를 다시 제기한다. 이용자들은 기사의 내적 완성도뿐 아니라 언론을 구성하는 다층적인 특징들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지적된 신뢰도 요소는 균형성·정확성·적합성이다. 빈번하게 언급된 문제의식은 △언론이 대통령(문재인)을 공격한다 △언론이 야당(국민의힘)을 돕는다 △언론과 검찰이 정치공작을 편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했다 △해석이 왜곡됐다 △취재하지 않는다 등이다. 조사 시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이용자들이) 언론의 지형이 특정 정치세력에게 유리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넘어서서 언론이 정치적 행위를 하는 주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일반인도 조금만 검색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을 놓쳤거나 단순히 SNS만 보고 쓴 기사에 대한 비판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비판도 다수였다. ‘언론의 잘못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 필요하다’, ‘언론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등의 게시물들이 일례다. 연구진은 “언론 자유는 확대됐지만 언론은 명확한 잘못에 대해서도 처벌받지 않는 존재라는 인식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언론이 특권계층이라는 인식”이라고 풀이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이용자들은 ‘기레기’라는 표현을 통해 언론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해내고 있었다. 또한 이용자는 보도 내용뿐 아니라 언론과 권력의 관계, 소수자 배제 현상, 취재 윤리 등 측면도 중점적으로 보고 있었다.

반면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인터넷신문위원회 등 언론 자율규제기구는 ‘취재 및 보도 관행의 외형적 정당성’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율규제기구는 보도의 선정성, 광고성 기사, 무단 인용 등 외형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심의했다. 연구진은 “이용자들은 신문과 인터넷 언론이 얼마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지, 얼마나 정확하게 보도하는지, 취재 및 보도 관행이 얼마나 상식에 부합하는지 등에 관해 주로 지적했다”며 “이용자와 언론(자율규제기구)이 가진 문제의식의 층위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계가 스스로 인정하고 공표하는 문제의식은 매우 좁고 피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등의 언론 신뢰도 구성요소 현황 (사진=언론정보학보) 
▲온라인 커뮤니티,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등의 언론 신뢰도 구성요소 현황 (사진=언론정보학보) 

자율규제기구의 좁고 피상적인 심의가 언론에 대한 고민도 축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구진은 “자율심의기구가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공표하는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라며 “심의가 기계적 분류에 그친다면 결국 언론계 스스로가 발전시키겠다는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언론계 전반에 대한 토론 범위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진은 “기레기 담론을 재생산하는 이용자들은 개별 기사의 문제점뿐 아니라 언론 환경 전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별적인 기사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윤리적인 책임의 당사자인 ‘기자’나 ‘언론사’가 왜 그런 기사를 그런 방식으로 써왔는지 토론하고 평가하는 환경으로의 전환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