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시시비비] 프레임 전쟁에 가려진 노란봉투법의 진실

▲9월14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월14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끝나고 민생법안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안인 일명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노조법 개정을 정기국회 7대 입법과제로 선정하자 정부 여당은 일찌감치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예고했다. 여당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보호법’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공산주의”를 운운했다.

보수언론도 앞다투어 노조법 개정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매일경제 <노조에 면책특권 ‘노란봉투법’ 민주당의 법치 흔들기다>(9월5일), 동아일보 <불법파업 조장하는 노란봉투법이 어떻게 민생법안인가>(9월17일), 조선일보 <노란봉투법은 민노총 구제법…손배소 98%가 민노총 사업장>(9월19일)을 통해 노조법 개정은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악법인데 수혜는 일부 강성노조에게만 돌아간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의석수에서 열세인 여당이 프레임 전쟁에 나서고 보수언론이 동조하는 형국인데 노조법개정운동본부는 ‘손배폭탄방지법’, ‘진짜사장책임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나치 선전부장 괴벨스는 “나에게 한마디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라고 했던가.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투쟁이 합법성을 인정받기는 대단히 어렵다. 특히 하청노동자와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아무리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노조를 결성했다고 해도 노동조건의 유지와 개선을 위해 교섭과 투쟁에 나서면 ‘어떤 식으로든 불법화’되고, 이에 따른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로 조직과 개인의 삶이 파괴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불법파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노조법 개정 논의를 촉발시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과정을 통해 불법파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살펴보자. 법원은 파업이 주체, 목적, 절차, 방법 ‘모두’ 정당해야 하며, 어느 것이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불법으로 규정한다. 노조(주체)가 임금 인상(목적)을 위해 사측과 교섭하고 결렬 시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절차) 집단적 노무거부(방법)로 파업에 돌입할 때 합법파업이 된다는 것인데 임금 인상 투쟁을 한 하청노조는 왜 불법파업의 굴레를 쓴 것인가?

하청노조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을 원상 회복하라는 요구로 교섭을 시작했으나 하청업체 지불 능력이 원청 결정에 따라 정해지는 구조 속에서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요구와 투쟁을 병행했고, 원청은 자신과 무관하다며 구사대를 동원하여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등 상황은 악화됐다. 원청은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슈퍼 갑’ 지위에 있지만, 노조법상 하청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의무를 면제받는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조선산업을 비롯한 산업현장에 존재하는 원청 사용자에 대한 면책특권이며, 교섭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주범이다.

▲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선 노조법 2·3조 개정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진행중이다.
▲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선 노조법 2·3조 개정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진행중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방지법’

한편 사용자 불법파견의 경우 검찰과 법원은 노동자 투쟁과는 정반대 기준으로 판단한다. 2018년 대법원은 파견과 도급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을 경우 합법도급으로 본다는 판결로 하급심에서 승소한 KTX승무원 노동자들에게 비수를 안겼다. 노동자 투쟁은 대부분이 합법이라도 하나만 불법이면 불법화되지만, 사용자의 불법파견은 불법적 요소가 있더라도 도급의 성격이 있으면 책임을 면해주는 것이다.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의 경우 하청노동자들의 계속된 고소에도 검찰은 불기소처분으로 일관하다가 6년 만에 불법파견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검찰은 불법파견 사용자에게는 징역 6개월을 구형한 반면 투쟁한 노조에는 징역 10개월을 구형하는 이중잣대를 보여줬다(대구MBC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측 징역 6개월, 노조는 10개월 구형 논란>(5월20일)). 최근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현대제철의 경우 원청은 직접고용의무를 피하려고 자회사를 설립하여 또 다른 간접고용을 시도하면서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결국 하청노동자들이 사용자는 물론 노동부와 검찰(!)을 상대로 투쟁하여 천신만고 끝에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도 원청은 어떻게든 직접고용을 피하려고 꼼수를 쓰면서 노동 현장은 극심한 혼란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익은 원청이 사유화하면서 책임은 하청에 외주화하는 사용자 면책특권은 오늘날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노란봉투법의 진실은 ‘불법파업방지법’이자 ‘단체교섭촉진법’이고 ‘비정규직방지법’이다. 불법파업이 없는 나라를 원한다면 불법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 <민언련 시시비비>는 신문, 방송, 포털, SNS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의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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