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375호 사설

이태원 참사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제기되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불가항력 사고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경찰의 안전사고 대응이 미비했음을 보여주는 문서와 증언이 나왔고, 압사 가능성을 제기한 112 신고 등을 미뤄봤을 때 핼러윈 축제에서 공권력은 작동하지 않았다.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는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안전사고 대응에 대해 책임회피성 발언을 한 용산구청장부터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 법의 심판에 맡겨야 함은 마땅하다.

공권력과 지방자치단체만 탓할 순 없다. 이태원 참사를 왜 막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을 우리 언론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마스크 없는 대규모 축제라는 말에 들떠 큰 문제의식 없이 스케치 보도를 하지 않았는지 내부적으로 자성할 대목이 있다. 마스크 없는 핼러윈 축제를 코로나 엔데믹 시대로 접어든 상징적인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위 ‘그림’으로 생각하고 이에 혹해 여론을 형성해 경고할 수 있는 언론의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수사관들이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핼러윈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수사관들이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핼러윈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미디어오늘 역시 매년 관행적으로 핼러윈 축제의 모습에 치중해 보도한 것에 촉각을 세우고 비평했어야 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이태원 참사 책임은 공영방송사에도 있다라고 한 것은 정권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주장에 가깝다. 다분히 정치공세적인 박 의원 주장에 억울할 순 있지만 왜 우린 핼러윈 축제의 안전 문제를 경고하지 못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보도 책임자의 태도일 것이다. 전체 언론에 대한 혐오는 경계해야 하지만 언론에 거는 기대하곤 구분돼야 한다.

경찰이 마약 단속 실적을 올리려 했고, 언론이 ‘그림’으로 만들려 했던 의혹도 풀어야 한다. TV조선 기자는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라 경찰의 업소단속 동행취재를 하기위해 밤8시쯤부터 여러 언론사가 나가 있었다”며 “참사 이전인 밤 9시를 전후해서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을 즐기러 온 인파가 몰려들면서 경찰은 당초 예정됐던 이태원 마약단속을 결국 취소한다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참사 초기 몇몇 언론이 참사 원인으로 미확인 정보인 마약을 언급한 이유와도 무관치 않다. 소위 마약 단속 급습 현장이라는 그림을 보여주려고 했던 계획이 있었다고 양심 고백하고 이를 단초로 경찰의 마약 단속 집중이 안전사고 대응 미비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살펴야했다.

현재 이태원 참사 보도는 참사 당시 공권력 대응의 총체적인 문제에 집중돼 있는데 예방 책임 문제로도 확대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말대로 서울 한복판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참사가 벌어진 것에 대해 진상을 폭넓게 규명하는 것이 참사 유가족의 바람일 것이고, 언론은 그 기대에 부응해야할 것이다.

우리 언론이 이태원 참사 보도에 신중함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MBC를 필두로 지상파 방송사가 자극적인 영상을 쓰지 않도록 지침을 정한 것도 재난보도의 발전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태원 참사 보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와 관련해 데스크와 취재기자 사이 괴리가 크다. 일례로 데스크의 유족 취재 지시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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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초반 장례식 앞 유족이 오열하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뻗치기’가 빈번했다. 가족을 잃은 아픔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취지이지만 그 이상 그 이하의 보도도 아니다. 유가족 인터뷰는 철저히 동의 하에 이뤄져야 함에도 한순간 장면을 그림으로 만들기 위해 데스크는 무리한 지시를 하고 취2재기자는 이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참사 현장에 노출돼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 취재 기자에 대한 심리 치료 지침을 매체별로 내놨지만 ‘아무리 참혹한 현장이라도 취재하고 기록하는 것이 기자의 숙명’이라는 데스크의 인식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기존 재난보도 준칙에서 나아가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이 나온 건 그래서 다행이다.

뉴스는 ‘역사의 초고’라는 점에서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불러야할지 각 매체별 결정 내용도 주목된다. MBC의 경우 “특정 지역의 이름을 참사와 연결지어 위험한 지역으로 낙인찍는 부작용을 막고 해당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 또 다른 고통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라며 ‘10·29 참사’로 명명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다른 매체는 지명 호명 낙인 효과가 발생하고 고통을 소환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 중 좁은 골목에서 벌어진 사고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취지로 ‘이태원 참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라고 명기하고 있다.

▲ 지난 11월5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지난 11월5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정부는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명기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이에 우리 언론이 응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다. 이태원 참사 명명(命名) 결정도 치열하게 토론해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도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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