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쁘고 거친 일상을 살아가며 대부분의 시민들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들만 보고 상황을 쉽사리 판단하곤 한다.

지난달 초, 한국철도공사 구로승무사업소가 기관사의 인력부족으로 연차를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안전운행 투쟁을 하며 집단행동에 나섰을 때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기관사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의 겉으로 드러난 현상들을 보도했다.

시민들도 이런 보도 행태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 있는지 몰라도 기관사들이 부득이하게 안전운행 투쟁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출퇴근길을 불편하게 만든다며 일부 시민들은 역무원들에게 거칠게 항의를 하거나 노동조합 사무실에 전화해 날카롭게 불만들을 쏟아내곤 했다.

하지만 만약 자신들의 아버지(어머니)나 남편(부인), 혹은 남자(여자)친구나 남(여)동생이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를 쓰고 싶어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몸이 아파도 마음대로 치료받지도 못하며 연차를 한 번 쓰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줄서서 기다리는 씁쓸한 진풍경을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상황이 그렇다 해도 공공기관의 한 직원이기에 나라와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한없는 봉사와 희생의 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이달 초에 발생한 안타깝고도 슬픈 ‘오봉역 수송원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언론과 시민들은 단순히 보이는 사실만을 보고자하는 인식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사고 다음날 현장을 찾은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애도는 커녕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해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질책하고 말하길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라”며 노동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해외출장 중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올해 3건의 철도 사망사고에 이어 발생한 이번 사망사고를 매우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사고원인 조사 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다”라고 거들었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어명소 제2차관이 11월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봉역 사망사고와 관련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어명소 제2차관이 11월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봉역 사망사고와 관련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들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를 보며 많은 시민들은 단순히 철도노동자가 부주의해서 이런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단순히 보이는 사실 너머에는 여전히 진실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오봉역은 거의 40년 가까운 1984년부터 영업을 시작했지만 시설과 작업환경은 여전히 낙후돼 있다. 작업현장에는 보행통로와 CCTV도 없고, 200~300미터가 되는 화물차량을 두 명의 수송원이 무전을 해 가며 현장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입환작업을 3인 1조로 했는데, 지난 2020년 인력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3개조를 4개조로 늘려 인력이 부족하자 2인 1조로 줄여서 일하다가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인력충원만 되었어도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도 있었건만 오롯이 혼자서 모든 위험을 감내하며 작업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한 안타까운 안전사고였다.

▲ 허병권 철도노조 노동안전실장이 11월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오봉역 사망사고 관련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1월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를 연결·분리하는 과정에서 코레일 소속 30대 직원 A씨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 연합뉴스
▲ 허병권 철도노조 노동안전실장이 11월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오봉역 사망사고 관련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1월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를 연결·분리하는 과정에서 코레일 소속 30대 직원 A씨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 연합뉴스

상황이 이러함에도 원 장관과 국토부는 개인탓, 현장탓, 노조탓만 하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고민하지 않고 코레일 사장을 바꾸면 재발방지가 된다는 식의 망발을 내놓고 있다.

진정으로 바뀌어야 될 것은 원 장관과 국토부의 관행적인 안전무시 태도이며 산재는 위험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기에 이들의 이러한 관행적인 행태와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산재사망 사고의 우려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근무현장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아울러 우리사회가 단순히 보이는 사실 너머 진실로 진실을 찾고자 고민하고 노력할 때 좀 더 상식이 통하고 건강한 세상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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