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MTN·OBS·SBS미디어넷 등 방송사 적발
보도 이후 늑장 대응에 방통위원들도 “유사방송 키웠다”지적

방송통신위원회가 재무설계와 보험상담을 빙자해 특정 보험대리점업체에 시청자 정보를 넘긴 방송사 16곳에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디어오늘이 EBS를 비롯한 10여개 방송 채널에서 불법적 보험방송이 이뤄진다고 보도한지 2년 만인데, 방통위 내부에서도 방통위의 ‘늑장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사 협찬계약 맺고 시청자 정보 넘긴 방송사 16곳

방통위는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보험상담 방송프로그램을 이용해 시청자 정보를 부당하게 유용한 16개 방송사업자에 시정조치 명령과 함께 총 1억31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방송법상 시청자 정보를 부당하게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제재했다.

▲ 보험방송 제작 구조. 방통위 사실조사 보도자료 갈무리
▲ 보험방송 제작 구조. 방통위 사실조사 보도자료 갈무리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난 방송사는 채널A, MTN(머니투데이방송), SBS미디어넷, 한국경제TV, 팍스넷경제TV, 내외경제TV, OBS, TBC, KNN, CJB, JIBS, G1, JTV, UBC, TJB, KBC 등 16곳이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월 이와 같은 보험방송을 내보낸 EBS를 제재했다.

이들 방송사는 보험대리점 등 보험업체와 협찬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상담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대가로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받았다. 또한 방송에서 안내한 방송사 상담전화를 협찬사 등 방송사 외부로 착신전환해 상담과정에서 시청자 개인정보를 보험대리점업체에 넘겼다. 시청자 입장에선 방송사와 상담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론 보험대리점업체가 개인정보를 가져가 상담한 것이다.

▲ KNN '머니톡' 재무설계 및 보험상담 화면 갈무리. KNN '머니톡' 홈페이지에서 '상담신청'을 누르면 뜨는 페이지인데, KNN 홈페이지처럼 보이지만 키움에셋플래너 홈페이지다.
▲ KNN '머니톡' 재무설계 및 보험상담 화면 갈무리. KNN '머니톡' 홈페이지에서 '상담신청'을 누르면 뜨는 페이지인데, KNN 홈페이지처럼 보이지만 키움에셋플래너 홈페이지다.
▲ SBS미디어넷이 방영한 '마스터플랜100세'
▲ SBS미디어넷이 방영한 '마스터플랜100세'

방통위는 “국정감사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보험상담 방송프로그램으로 얻은 시청자 정보가 보험설계사에게 제공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모니터링한 결과, 보험 방송을 송출한 것으로 확인된 20개 방송사업자에 대한 사실조사 결과에 따른 행정조치”라고 설명했다.

방통위원들 “늑장 조사로 유사방송 확대 못 막아”

이날 전체회의에서 방통위의 대응이 ‘늑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20년 미디어오늘이  EBS 머니톡을 비롯한 10여개 방송사에서 유사한 기만적 보험방송이 이뤄진다고 보도했고, 이후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으나 방통위는 즉각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방통위가 주목하지 않는 사이 2021년에도 다수 유사 프로그램들이 제작되면서 시청자 피해가 잇따랐다.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전체회의 자리에서 “강조하고 싶은 게 이 사안은 2020년 10월 미디어오늘 보도로 시작됐다. 이후 국회에서도 문제 삼았는데 실태점검은 1년 지난 2021년 8월에 시작했다”며 “문제가 발생하고 실태점검하고 행정조치 취하는데 2년 남짓 소비되는 긴 과정에서 타 방송사가 이런 유사 방송을 확대하는 것을 막지 못했고 유사 프로가 여기저기서 계속 방영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아무리 (조사) 대상이 넓고 광범위해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 곤란하다”며 “행정의 신속성, 그리고 방송의 불법행위를 조기에 차단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늑장대처 얘기가 나오지 않게 신경 써주십사 특별히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김현 상임위원 역시 “만약 국정감사나 언론 보도를 통하지 않았다면 방송사들이 시청자 무료 상담을 미끼로 제공하고 기망한 행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행위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구체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처해나갈 건지 방안을 마련해 보고해달라”고 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송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건 방송사 스스로 시청자들로부터의 신뢰를 허무는 행위”라며 “방통위도 이런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사전 조치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의 부당 유용 등을 조사해 제재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이 같은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개인정보위 역시 EBS ‘머니톡’에 대해서만 제재를 했고 다른 방송사의 경우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여러 프로그램에 유사한 문제가 있었는데 EBS ‘머니톡’에만 조사를 한 이유에 관해 지난 2월 양청삼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장은 “방통위에서도 조만간 관련 조사를 마무리한다고 들었다. 이를 보면서 추가적으로 해소가 되지 않는다면 관심을 갖고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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