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심사위원·방통위 압수수색…“학계에 낙인 찍힐 것”
미온적 태도 학회들…“학회 존재의미 생존” 비판도 나와
언론정보학회 대책위 설립키로…언론·방송학회 참여요청

‘2020년 TV조선·채널A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17일 방송통신위원회 대변인실, 정책홍보팀, 운영지원과, 방송지원정책과, 정책연구위원실 등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 9월23일 이후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이 같은 고강도 검찰 수사에 “독립성과 의견 다양성이 보장돼야 할 학계가 관료제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수사로 재승인 심사에 참여하는 학자들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승인 심사위원을 추천한 학계가 사법당국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19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 특별토론회 ‘방송재승인 심사 제도와 학계의 전문성·자율성’. 사진=윤수현 기자.
▲19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 특별토론회 ‘방송재승인 심사 제도와 학계의 전문성·자율성’. 사진=윤수현 기자.

검찰의 종편 재승인 수사 “학계에 낙인 찍힐 것”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지난 19일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 ‘방송재승인 심사 제도와 학계의 전문성·자율성’ 토론회에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학계에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무죄 여부를 떠나 학계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홍 교수는 “방통위 활동에 참여하는 학자들에게 위축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이는 재승인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전 감사원은 ‘시민 민원’을 이유로 2020년 TV조선·채널A 재승인에 참여한 심사위원 전원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홍 교수는 “감사원이 재승인 심사위원을 조사한 건 과도했다”며 “이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감사원이 만능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심사위원들이 합숙 심사 과정에서 TV조선을 탈락시킬 목적으로 방통위와 공모해 평가 점수를 수정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김연식 경북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종편 재승인 심사에 참여해본 적 있지만 독립성이 훼손될 경험을 해본 적은 없다. 평가는 학자들이 전문성을 갖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학문적 독립성과 의견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관료제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언론학계 미온적 태도에 “복잡한 심경…학회 존재 의미는 생존”

하종원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학계가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0년 심사에선 한국언론학회(채영길 한국외대 교수), 언론정보학회(정미정 박사)가 재승인 심사위원을 각각 1명씩 추천했다. 하 교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 명은 개인 자격으로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게 아니라 학회가 추천했다”며 “또한 ‘학문공동체’라는 차원에서 추천하지 않은 학회라고 해서 이번 사건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은 스탠스가 얼마나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복잡한 심경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언론정보학회는 9월27일 “향후 정부 의뢰 심사위원 추천을 모두 거부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언론학회는 9월28일 “일련의 상황들을 우려하고 있다”고, 방송학회는 9월29일 “일련의 상황들에 대한 여러 회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종원 교수는 “학회의 존재 의미는 ‘생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알았던 학회 존재가 이렇게 됐나. 다른 학문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면 (타 학문의) 학회는 어떻게 했을까”라고 비판했다.

▲언론 관련 학회 CI.
▲언론 관련 학회 CI.

언론정보학회, 범학회 대책위 설립하기로

학계가 검찰의 재승인 수사를 포함해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공공성 훼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플로어에 있던 이창현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미디어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을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언론정보학회는 19일 저녁 열린 정기총회에서 대책위원회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언론정보학회, 미디어공공성포럼, 한국지역언론학회는 대책위 참여를 결정했다. 또 언론정보학회는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에 대책위 참여를 요청하기로 했다.

안차수 전 언론정보학회장(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각 학회 대표자들이 만나 운영 방안, 대표자 선정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현재 서명 운동은 진행 중이고, 모금 운동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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