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민노총 공짜 사무실 즐비…서울시 지원금 김밥집·통닭집서 사용’
민주노총 서울본부·복지관, 조선일보 보도 전면 반박…“절차상 문제 없다”

조선일보가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강북노동자복지관(이하 복지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강북노동자복지관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본부가 복지관 건물을 공짜로 사용하고 전 민주노총 간부를 특채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본부를 질타했다. 하지만 복지관을 운영하는 사무국과 서울본부 측 입장은 다르다. 조선일보가 복지관 사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했으며, 맥락을 누락시킨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복지관은 노동자를 위한 복지시설로,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근로복지시설을 설치·운영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비영리단체에 복지관 운영을 위탁할 수 있다.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시 노동자복지관은 한국노총이, 강북노동자복지관은 민주노총이 위탁 운영한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이곳에서 노동법 교육 및 상담, 법률지원, 금융복지교육, 문화공연, 한방무료진료, 판소리민요 교육 등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강북노동자복지관 전경. 사진=윤수현 기자.
▲강북노동자복지관 전경. 사진=윤수현 기자.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3일·12일 보도를 통해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복지관을 사실상 점유하고 있다 △서울본부가 복지관 전담팀에 전 민주노총 간부를 채용했다 △서울시 지원금 110만 원이 치킨집·김밥집·편의점에서 사용됐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3일 1면 ‘서울시 세금으로 지은 노동자복지관, 민노총 공짜 사무실 즐비’ 보도에서 “노동자복지관은 지방자치단체 소유 시설이다. 노동자 복지 관련 용도로 쓰라고 만든 것”이라며 “서울혁신파크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민노총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민노총 서울본부는 이 건물을 쓰면서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썼다.

▲11월3일 조선일보 10면 기사 갈무리.
▲11월3일 조선일보 10면 기사 갈무리.

서울시는 전체 공간 중 15%를 위탁 단체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서울본부 관련 사무실 면적 비율은 15.7%다. 조선일보는 “이는 회의실과 세미나실 등은 빼고, 지하 주차장과 창고 등을 전체 면적에 포함시켜 계산한 것”이라며 “복지관 건물을 세 차례 찾아갔는데, 그때마다 회의실은 모두 노조원이 사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12일 12면 ‘강북노동자복지관, 직원 공채한다더니…연봉 7000만 원 자리에 민노총 前 간부 특채’ 보도에서 서울본부가 복지관 사무국 인원 6명을 채용했는데, 민주노총 출신 인사가 연봉 6990만 원의 사무국장으로 채용됐다고 썼다. 이밖에 조선일보는 시청각교육실·회의실 등 공용공간을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대부분 점유하고 있으며, 서울시 지원금이 김밥집·빵집·떡집·편의점·통닭집 등에 사용됐다고 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뒤인 14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복지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지향 국민의힘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5층 건물 중에서 서너층에 민주노총 관련 사무실로 꽉 차 있고, 노동자 복지시설은 없다”고 했다. 같은날 장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복지관을 두고 ‘민주노총의 사유화’, ‘시민 혈세가 민간위탁 명목으로 줄줄 새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복지관 사무국은 ‘악의적 보도’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하늬 서울본부 사무차장은 조선일보의 ‘공짜사무실’ 주장에 대해 “왜 사무실을 공짜로 사용하냐고 묻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며 “서울본부는 복지관 시설을 관리·유지하고 있다. 그 어떤 경우라도 (공간을 위탁·운영하는 단체에) 사업을 하는 대신 임대료를 내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시정 복지관 사무국장은 “사무실 비율을 15% 수준으로 맞추느라고 임원실도 없앴다”며 “사무실을 사용하는 조직은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권익 개선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조합이 대부분이다. 복지관의 목적은 노동자 ‘복지증진’이므로 취지에 어긋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사무국장은 복지관을 만들 당시 서울시와 수차례 사무실 면적 협의를 거친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본부가 ‘전 민노총 간부’를 사무국장으로 채용했다는 비판에 대해 김하늬 사무차장은 “서울시가 특별채용을 해도 문제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차장은 “다양한 사람들을 검토했고, 이시정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노동자 조직화 지원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노동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서울본부의 사업 방향과 일치하는 인사였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초중고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이시정 사무국장은 “조선일보는 날 마치 민주노총 중앙 간부인 것처럼 표현했다. 민주노총이 타깃이니까 그렇게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사무국장은 노동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채용된 것이라면서 “복지관을 운영하기 위해선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삶을 알아야 하고, 정책적 방향도 잡아야 한다. 권역별로 있는 노동센터장을 보면 대부분 노동계 출신 인사”라고 했다.

서울시는 복지관 사무국 인력비 삭감 예산안을 냈다. 사무국 인원은 6명이지만 서울시는 ‘건물 유지보수에 필요한 인력 인건비만 지원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에서 2명 인건비를 삭감했다. 이 예산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 이시정 사무국장과 행정 담당 직원은 해고될 수도 있다.

서울본부가 복지관 내 세미나실·교육실·회의실을 점유하고 있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김하늬 사무차장은 “내부 업무망을 통해 회의실 대관 신청을 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민주노총으로 되어있는 것”이라며 “외부 단체에서 ‘회의실 대관을 하고 싶다’고 하면 전화 받은 사람 이름을 담당자로 등록한다. 실제로는 외부행사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11월12일 조선일보 12면 기사 갈무리.
▲11월12일 조선일보 12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대강당이 69회 사용됐는데 이 중 62회(90%)을 서울본부가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6월28일~9월30일 대강당 이용 현황을 보면 비고란에 ‘내부’라고 적힌 사용 내역이 62회인 건 맞다. 하지만 이 중 18건은 복지관이 개최한 판소리·고법 강의 장소로, 4건은 복지관이 개최한 공연·상영회 장소로 사용됐다. 서울본부, 희망연대본부, 진보대학생넷, 이주노동조합 등이 외부인을 대상으로 개최한 인권강의·인문강의·토론회·사회연대교육·워크숍·청소년 후원만남 등 9건도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시정 사무국장은 서울시 지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적 없다고도 반박했다. 이시정 사무국장은 “프로그램 사업비로 간식비가 나온 것”이라며 “교육을 듣는 수강생에게 간식을 사준 것이다. 직원들이 먹은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공인회계사가 참여하는 서울시 감사에서 문제없음이 확인된 사안”이라고 했다. 복지관이 참고한 ‘회의비 및 여비 기준’을 보면 ‘음료 및 다과비’로 1인당 3000원을 사용할 수 있다.

기사를 쓴 곽래건 조선일보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자주통일선봉대라든지 민노총 총연맹의 사면복권준비대회 같은 행사에 대관해 줬는데, 이건 당연히 민노총 점유”라며 “201호 시청각교육실, 206호 교육실, 302호 회의실은 100% 내부 노조들이 썼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미디어오늘이) 어떻게 해석하시는지 궁금하다. 강당이든 교육실, 회의실이든 민노총이 사실상 점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곽 기자는 서울시 지원금 사용에 대해 “간식비라고 하는데 서울시에선 간담회 비용이라고 한다. 내역 중엔 통닭집에서 5만4000원, 김밥집서 8만원 넘게 결제한 내역도 있다. 논란될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했다. 곽 기자는 “간담회하면서 간식 좀 사먹었다고 하기엔 과해보이고, 애초에 그런 목적의 돈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북노동자복지관에 붙은 조선일보, TV조선 취재거부 안내문. 3일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후 붙었다고 한다. 사진=윤수현 기자.
▲강북노동자복지관에 붙은 조선일보, TV조선 취재거부 안내문. 3일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후 붙었다고 한다. 사진=윤수현 기자.

곽 기자는 민주노총 반론을 듣지 않은 것에 대해 “작년 12월 처음 기사를 쓸 때도 누구인지 공개할 수는 없으나 서울본부 간부와 통화를 했고 그쪽에서 취재를 거부했다”며 “민노총이나 민노총 서울본부가 조선일보에 취재 거부한다는 것은 잘 아실 것 같다. 반론을 받는 게 불가능하고, 대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다각도로 취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곽 기자는 서울본부가 복지관에 찾아가 취재하던 주간지 기자에게 ‘칼로 쑤셔 죽여버리겠다’고 했다면서 “민노총이 반론은 커녕 취재를 거부하고, 오히려 폭력을 쓰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칼로 쑤셔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추정되는 기자는 일요서울 기자로, 일요서울은 10일 복지관을 방문해 관련 발언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첫 보도를 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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