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중 7개 신문 사설, 이태원 유족 목소리 전하고 국정조사 촉구…조선일보는 기자회견 단신 수준으로 전해

▲ 11월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경찰은 지난 11월11일 사고 현장 통제선을 제거했다. ⓒ 연합뉴스
▲ 11월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경찰은 지난 11월11일 사고 현장 통제선을 제거했다. ⓒ 연합뉴스

156명이 희생된 10·29 이태원 참사의 유족들이 22일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진정한 사과 △독립적이고 공정한 피해자 중심의 진상규명 △피해자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요구했다. 재난·산업재해 참사 피해자 단체 등이 함께한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정부의 책임 회피와 희생양 만들기가 우려되는 수사, 참사를 ‘정권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 등의 문제를 짚었다. 주요 신문들에서는 이 목소리를 다루는 무게와 방식의 차이가 확인된다.

23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9개 중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 3개 신문이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기자회견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해당 기자회견을 다뤘다.

각 신문의 목소리를 전하는 사설(社說)의 경우 경향신문, 국민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5개 신문이 정부가 유족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신문, 동아일보는 유족의 기자회견을 중심으로 다루지 않았지만, 여야 정치권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11월23일자 9개 종합일간지 1면 모음
▲11월23일자 9개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중앙일보는 “정부가 그동안 유가족이 납득할 만한 대응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모든 사고 책임자들은 면피에 급급하기만 했다”며 “그렇다 보니 참사를 정쟁에 이용할 빌미까지 줬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 소식에 유가족의 반응이 냉담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일보도 특수본 수사 결과 국가 책임이 드러나면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대통령실을 향해 “피해자 측이 국가배상 청구소송에 나설 때 따르는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행여 국정조사 등 다른 진상규명 절차를 무마하려는 시도로 변질돼선 안 될 것”이라 우려했다.

국민일보는 “기자회견에는 20여명의 유가족이 참석했는데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일부의 목소리로 치부해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유가족들이 소통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조속히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유족 명단과 연락처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거짓말을 하는 등 “유족들에 대한 지원과 의견수렴 등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지적한 한겨레를 비롯해 여러 매체가 이 장관의 그간 언행을 꼬집기도 했다.

▲11월23일 이태원 참사 유족의 목소리를 전하거나 참사 관련 국정조사를 촉구한 7개 신문 사설 제목
▲11월23일 이태원 참사 유족의 목소리를 전하거나 참사 관련 국정조사를 촉구한 7개 신문 사설 제목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서울신문, 동아일보는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 내용이 문제라는 주장을 붙였다. 서울신문은 “국정조사의 최대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진정성이다. 참사가 대통령실 이전 탓이라면서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실을 조사 대상에 집어넣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야3당 국조 계획서에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경호 인력 과다 소요, 마약 범죄 단속 계획에 따른 질서 유지 업무 소홀 등 대통령이나 법무장관을 겨냥한 듯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은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9개 일간지 중 사설을 통해 이태원 참사를 다루지 않은 매체는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 2개 신문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신문 10면에 단 한 건의 기사로 유족 기자회견을 간략히 다루는 데 그쳤다. 다른 신문들이 유족 요구와 정부가 할 역할, 국회에서의 국정조사 논의,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진행 상황 등을 전한 것과 대비된다.

대통령실 출근길문답 중단에 공방 vs 비판 vs 편들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부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이 일자 여러 언론사 중에서도 MBC를 비판한 데 이어, MBC 기자가 윤 대통령에게 언성 높여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중단하기까지 이르렀다. 출근길 문답이 이뤄지던 용산 대통령실 1층 출입구와 기자실 사이에는 목재 가벽이 세워졌다. 대통령실은 19일 출입기자 간사단에 MBC 및 해당 기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간사단은 근거규정이 없어 논의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거듭 ‘자정노력’ ‘언론인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신문·세계일보는 이를 공방으로 다뤘다. 서울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소통을 원활히 하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그런 큰 목적으로 시작을 했는데, MBC부터 그런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바람에 중단된 것”이라는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 여권 주장을 전한 뒤 “더불어민주당은 불통과 폐쇄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실은 MBC 기자의 소란 행위는 명백한 출입 규정 위반이라며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항의 질문도 못 하느냐’며 대통령실의 조치가 과하다는 일각의 비판도 제기된다“고 했다. 

▲11월23일자 한겨레, 중앙일보 기사
▲11월23일자 한겨레, 중앙일보 기사

반면 한겨레는 “대통령실이 (출근길 문답) 재개 여부를 문화방송(MBC)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는 “대통령실이 언급한 ‘언론인들의 협조’는 문화방송의 자체적인 조처나 문화방송에 대한 대통령실 기자단의 징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기자단 소통 실무자인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만큼, 문화방송이나 기자단도 이에 상응하는 조처에 나서야 한다는 기류”라고 전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도어스테핑 중단에도…브리핑·SNS로 ‘소통 총량’ 유지한다’ 기사에서 “대통령실은 대국민 접촉과 언론 브리핑 횟수를 늘리고 SNS를 통해 소통의 총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통령실은 외교 현안과 관련해선 ‘트위터’를 활발히 사용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출근길 문답이 중단된 책임을 MBC에 돌리는 국민의힘 주장을 전하는 한편, 대통령실이 전날 밝힌 한·중 정상회담 관련 성과도 같은 기사에 썼다.

여권 비난을 받고 있는 MBC 기자는 자신에 대한 살해위협 게시글로 인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21일 오전 극우 성향 커뮤니티(일간베스트)에 MBC 기자를 찾아가 특정 흉기로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이에 대한 시민들 신고가 이뤄졌다. 경찰은 해당 기자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와 더불어 위협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소식은 경향신문, 동아일보가 지면으로 다뤘다.

▲11월23일 한국일보 칼럼
▲11월23일 한국일보 칼럼

칼럼, 사설 등이 실리는 오피니언면에는 대통령실 대응의 잘못을 꼬집는 글들이 게재됐다.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한국일보 기고를 통해 “MBC의 보도 내용을 보면 대통령의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다수 국민들은 비속어 논란에 대해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책임을 전적으로 언론에 떠넘기는 대통령의 '몰염치(沒廉恥)'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 검사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법적으로 다른 사람의 잘못과 책임을 추궁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는 인색해 보인다”는 평가다.

김승현 중앙일보 정책디렉터는 ‘도어스티밍을 기다린 건 아닌데 Ⅱ’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지난 7월 같은 제목의 칼럼에서 윤 대통령이 도어 ‘스테핑’(stepping)이 아닌 도어 ‘스티밍’(steaming·몹시 화가 난)을 한다고 지적한 것의 연장선이다. 그는 “‘악의적으로 동맹 관계를 이간질하는 보도에 대한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이라는 명분은 ‘표현의 자유 침해’ ‘언론 탄압’ 등 헌법적 반격에 직면했다. ‘슬리퍼를 신은 채 샤우팅 하는 게 언론의 자유냐’는 지적도 있지만, 그걸 인내하지 못하고 응징하려는 권력의 태도가 헌법 가치에 더 위협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도어스테핑은 가림막에 가려졌고 그 너머 용산 집무실은 자칫 청와대보다 더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아이러니의 근본 원인을 서둘러 점검하는 게 헌법 수호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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