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연합회, 15시간 현장 상황 교차 검증해 기록
“대통령실, 사실을 논란으로…객관적 언론 사료 필요”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후 회의장을 나오면서 주변에 한 말이다. 

국내에선 ‘○○○’에 들어가는 윤 대통령 발언이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이를 맨 처음 보도한 MBC는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을 달아 보도했고, 이어 주요 방송사들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영상을 게시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를 발언한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를 발언한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주요 방송사 보도에 침묵을 고수하던 대통령실은 15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했고, MBC에는 보도 경위를 캐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국민의힘은 ‘허위 자막’을 달았다며 MBC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MBC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방송기자연합회가 발행하는 격월간지 ‘방송기자’ 11·12월호는 윤 대통령 발언부터 대통령실 반박이 나오기까지 15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세하게 기록했다.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기초로 4개 방송사 취재 기자들을 교차 검증한 기록물이다. 대통령실이 MBC 보도를 문제 삼은 만큼 MBC 보도와 기자들에 대한 교차 검증 작업은 제외했다. 미디어오늘은 방송기자연합회의 동의를 구해 전문을 게재한다. 

[문제의 발언부터 ‘날리면’ 해명까지]

 

NY(뉴욕 현지 시간) 9월21일 오후 4시~
· 뉴욕 현지 시간 지난 9월21일 오후 4시,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일정이 갑자기 생김
· 이 행사의 풀 취재*를 위해 TV조선 취재기자, MBC 촬영기자가 풀 기자로 4시15분 쯤 현장에 도착
· 관심이 집중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회동 장면을 보기 위해 기자들이 인제스트 된 촬영 원본을 확인하기 시작

*풀 취재 언론사 3, 40개를 대신해 1, 2개 언론사가 대표 취재하고 이를 공유하는 출입처 취재 방식. 따라서 이 취재 결과물은 풀기자의 특정 소속사 소유가 아닌 언론사 공동의 취재 결과물이 됨
*인제스트 그림 현지의 촬영 원본 송출이 각 사로 완료된 뒤에야 국내의 시스템에 접속해 확인 가능. 그림이 ‘인제스트’ 된 이후에야 기자들은 시스템에 접속해 촬영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음

 

KR(한국 시간) 9월22일 오전 6시30분~
· 한국 시간 아침 6시30분(현지 시간 9월21일 오후 4시30분) 부터 송출 시작, 한 시간 뒤인 7시30분 쯤 서울 송출 완료
· 한국 시간 오전 8시 이전, 현지에서의 영상 확인 완료
· 기자들은 두 정상의 만남 시간을 휴대폰으로 측정하며 확인했고, 확인 결과 ‘48초 한미 환담’으로 기사가 나가게 됐음
· 영상 확인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있다는 사실이 기자실에서 돌면서 이 부분에 대한 영상 확인 시작
· 당시 기자들*은 ‘X팔려’와 ‘이 XX’라는 두 단어를 촬영 원본에서 선명하게 들었다고 말함

*순방 기자들은 프레스센터인 기자실 한 공간에 함께 모여 있기 때문에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음

· 여러 기자가 들어보면서 관련 내용이 서울로 보고됐음. 신문기자들도 요청해 와 영상 확인
· 기자실이 웅성웅성하니까 기자실 담당 대외협력실장예전 청와대 춘추관장에 해당이 와서 무슨 일이냐고 질문
· 이 때 대통령실에서 별도로 엠바고를 요청하지는 않았음
· 다만 ‘대통령 발언 내용’에 대해 대통령실의 ‘간곡한’ 요청 있었음
공식 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외교상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내용
· 대통령실에서는 방송 간사를 통해 가능하면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언론사에 전화도 돌린 것*으로 일부 기자들은 파악. 기자들은 논의 뒤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대통령실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함

* 문제의 발언에 관해 확인해달라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실이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은 했으나 이는 공식적인 보도 자제 요구는 아니었다고 함. 다만 내용을 질문한 기자 몇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기사화 안 해주면 안 되겠냐’ 정도 말은 한 것으로 기자들은 기억, 당시 대통령실에서는 순방 일정으로 너무 바빠 해당 발언에 대해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고 함

 

KR 9월22일 오전 9시39분~

· 대통령실 풀 취재 규칙은 풀 취재 기자가 초안을 공유하면, 이후 워딩 등을 대통령실에서 교차 검증하고, 검증한 최종본을 대통령실이 다시 올려주는 방식. 최종본이 올라온 이후엔 최종본의 내용은 전부 보도할 수 있음
· 이에 따른 엠바고 해제, 최종본 공유 시간은 한국 시간 오전 9시39분. 이때부터 보도 가능해짐
· 일부 기자들은 문제의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이 뭐냐고 질문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XX’ ‘X팔려’ 등이 맞느냐는 식의 워딩 확인은 하지 않았음. 너무 선명하게 들렸기 때문.
· 이후에도 대통령실에서는 입장을 바로 내놓지 않았음
· 최종본이 나오기 전(암묵적 엠바고 해제 시점인 오전 9시39분) 받은 글(지라시)이 이미 돌기 시작했음.
대통령의 워딩에 대한 내용이었고 관련한 영상도 이미 돌고 있었음. 모두 다 최종본이 올라오기 전에 벌어진 일
· 이후 오전 10시7분 MBC 유튜브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처음으로 보도함
· MBC 보도를 시작으로 다른 언론사들도 문제의 발언 ‘이XX’ ‘X팔려’라며 보도
· 방송사들은 저마다의 검증 작업을 거쳐 문제의 발언을 적시한 영상과 자막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을 유튜브와 뉴스로 보도
·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계속 미뤘음. 현지 시각 저녁 6~7시쯤 기사가 나왔는데, 브리핑은 이후 몇 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졌음

 

KR 9월22일 오후 1시10분~

· 이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적 발언을 문제 삼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이게 외교 성과에 지장 주는 거 같아서 유감’이라고 말함
· 이 외에 보도 내용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이 없었으므로 기자들은 ‘이XX’ ‘X팔려’ ‘바이든’ 등의 내용이 들어간 언론사의 자막에는 문제가 없음을 대통령실도 시인했다고 받아들임.
· 사적 발언인데 이를 보도한 것은 외교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이해.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바이든’이라는 부분도 대통령실이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음
· 당시 대통령실의 입장은 이런 식으로 정리돼 기사화됐음

 

KR 9월22일 오후 10시35분~

· 이후 김은혜 홍보수석이 현지 시각 새벽 2시쯤 추가 백브리핑을 통해 바이든과의 회동 성과 등을 강조했음
· 현지 시각 오전 9시 반 쯤, 캐나다로 떠나기 위해 공항 가는 버스를 탄다고 집결하라고 했는데, 갑자기 버스 출발 10분 전에 김은혜 수석이 다시 브리핑
· 여기에서 다시 한번 들어봐 달라며,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다, ‘왜곡이다’라는 대통령실의 반박성 해명 나옴
· 기자들은 사건 발생 15시간 뒤 나온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상당히 황당해하며 놀랐다고 함
· 이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무엇이 왜곡인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면 ‘이XX’ 발언에 대한 입장은 뭔지 질문. 이에 김은혜 수석은 국민이 느끼시기에 불편한 표현을 썼다면 마음 무겁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
· 14시간 동안 전문 업체 등에 영상을 분석했다는 설명이 이어졌고, 비속어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 우리 야당에 사용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힘
· 이후 대통령 귀국 뒤에는 문제의 발언 내용이 ‘자막 조작’이라고 주장하기 시작

 

KR 9월26일
· 9월26일 아침,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발언
· 9월26일 오후 6시12분, 대통령실은 MBC에 공문을 보내 ‘음성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떤 근거로 특정했는지 밝히라’며, ‘발언 취지와 사실 확인을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답변하라’고 요구

▲ 방송기자연합회가 발행하는 격월간지 ‘방송기자’ 11·12월호.
▲ 방송기자연합회가 발행하는 격월간지 ‘방송기자’ 11·12월호.

‘15시간’ 기록에 대해 권희진 ‘방송기자’ 편집위원장(MBC 기자)은 24일 통화에서 “‘방송기자’ 편집회의 과정에서 특기할 만한 사건이라고 판단, 기록과 검증에 나서게 됐다”며 “대통령실은 한참이 지나 발언을 부인하며 ‘사실’을 ‘논란’으로 몰아갔다. 일정 부분 효과를 본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논란’보다 중요한 게 ‘사실’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언론 사료로서 객관적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윤 대통령 발언 당시 어떤 일이 있었고, 또 어떤 분위기였는지, 현장 기자들은 어떤 판단을 했는지 기록하고 검증했다”며 “다만 현재 MBC는 사건 당사자로 프레임화한 면이 있기 때문에 MBC 보도나 MBC 기자들 의견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MBC를 제외한 방송사와 취재진을 취재하여 크로스 체크를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3월 창립한 방송기자연합회는 방송 보도 발전을 위한 현직 방송기자들의 직능단체다. 9개 방송사 기자들 모임으로 시작한 이 단체는 현재 62개사 기자들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현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양만희 SBS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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