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막 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가장 큰 국제회의임에도 대통령 불참에 보도량 적었던 언론
선진국 지원의 ‘돈’만 남아…기후변화 심각성은 가려졌다

기후위기 심각성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통해 속속 드러났지만 경제지를 비롯한 다수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수준’ 지표가 2년 연속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지면에서 찾기 힘들었다. 기후 관련 가장 큰 국제회의인 COP27을 상세하게 보도한 외신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9일 발표한 ‘기후변화 보도에 대한 수용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후반에서 60대까지의 한국 국민 2000명 중 응답자의 84.7%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변했고 67.8%는 “언론의 기후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동시에 73.1%가 ‘보도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언론 뉴스룸 내 기후변화 이슈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었다.

환경단체 농성 사진으로 COP27 개막 알린 한국경제

지난 6일(현지시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7)가 이집트에서 열리자 대부분의 아침신문이 7일 해당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 ‘기후재난이 일상 된 세계 해법 찾을까’에서 “‘기후재난’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지구촌을 휩쓴 해에 열리는 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지구의 미래를 위한 시간 세계기후총회 현장’ 섹션을 구분하며 1면 상단에 기사를 배치했다.

▲ 7일자 한국경제 10면.
▲ 7일자 한국경제 10면.

하지만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는 7일 지면에서 COP27을 보도하지 않았다. 주요 9개 아침신문 중 COP27을 언급하지 않은 신문은 이 3개가 유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COP27에 참석하지 않아 현장 사진도 드물었다.

한국경제는 환경단체의 농성 사진으로 COP27 개막을 전했다. ‘“탄소배출 반대” 활주로까지 점거’ 사진에서 한국경제는 “이에(COP27 개막) 앞서 5일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네덜란드 스히폴공항 활주로에 대기 중인 전세기 앞에 모여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COP27 개막 소식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 금전적 보상에 집중한 매일경제 21일자 기사.
▲ 금전적 보상에 집중한 매일경제 21일자 기사.
▲ 9일자 매일경제 10면 사진.
▲ 9일자 매일경제 10면 사진.

COP27에선 ‘기후 리더십 실종’, ‘북극해빙 기후재난’, ‘지구평균 온도상승’ 등 많은 키워드가 쏟아졌다. 하지만 다수 매체는 ‘돈’에 집중했다. 동아일보·중앙일보·조선일보와 매일경제·서울경제·한국경제의 COP27 관련 보도 36건 중 기후변화 심각성에 대한 기사는 3건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기사는 선진국의 ‘기후변화 피해 보상’, ‘녹색항로 경쟁’ 등 경제적 관점과 각국 정상의 만남 등 외교적 시각이 줄을 이었다.

▲ 15일자 한겨레 1면.
▲ 15일자 한겨레 1면.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순위는 2년 연속 ‘꼴찌’ 수준이다. 국제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지난 15일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63위 중 6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60위)에 이어 2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문 것이다. 하지만 해당 소식을 지면에 전한 신문은 9개 일간지 중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등 4개 신문밖에 없었다.

기후변화 심각성 상세히 전하는 외신들

반면 외신은 COP27에서 드러난 기후위기 심각성을 상세하게 다뤘다. 한국 경제지들과 달리 영미권 경제매체(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는 COP27을 ‘특집’으로 보도했다.

▲ 7일자 WSJ COP27: Ukraine War, Energy Crisis Overshadow Climate Talks 기사.
▲ 7일자 WSJ COP27: Ukraine War, Energy Crisis Overshadow Climate Talks 기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기사에서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8년은 기록된 기간 이전의 모든 해보다 더 따뜻했다”며 “WMO는 또한 1993년 위성 측정이 시작된 이후 해수면 상승률이 두 배가 되었다고 보고했다. 유럽의 빙하는 2022년에 기록적인 해빙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린란드의 빙상은 9월 처음으로 눈이 아닌 강우를 경험했다”고 했다.

WSJ는 해당 기사에서 해수면 상승, 잦아지는 해안 범람, 폭풍 해일, 저지대 섬 주민들의 강제이주 등을 선진국의 ‘금전적 보상’보다 더 앞에 다뤘다. 기후변화 이슈를 뒤에 다루는 경향이 있는 한국 경제지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외에도 3가지 주요 온실가스의 농도 수치와 지난 여름 발생한 가뭄, 에너지가격 상승, 유럽 전역의 기온은 199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마다 약 섭씨 0.5도(화씨 0.9도) 상승했다는 유럽 보고서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이슈들을 기사에 종합적으로 담았다.

블룸버그는 COP27이 개막하기 전인 10월부터 특집 기사를 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19일 ‘COP27에서의 손실과 보상’ 기사에서 “온실가스 오염 문제는 기후변화의 책임이 가장 적은 나라들에게 가장 나쁜 기후 영향을 주고 있다”며 “파키스탄은 온실가스 배출에 1% 기여하지만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4일에도 블룸버그는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최근의 경기침체 우려가 기후변화 이슈를 후순위로 미룰 수 있게 한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해 약속하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번 기후회의가 성공에 이를 확률은 4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 블룸버그가 제공하는 탄소시계. 사진=블룸버그 갈무리
▲ 블룸버그가 제공하는 탄소시계. 사진=블룸버그 갈무리

블룸버그는 ‘그린’ 파트를 따로 두고, 탄소시계를 별도 그래픽으로 제공하는 등 기후변화 이슈를 중요하게 보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COP27 관련 보도에서도 ‘우라늄 채굴로 오염된 이집트 담수’, ‘청소년 환경운동가’, ‘가봉의 탄소 배출권 요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이집트 현장 취재한 세계일보…경향, 한겨레도 다각도 조명

한국에선 경향신문, 세계일보, 한겨레가 COP27을 다각도로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COP27이 열리는 이집트 현장을 취재했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30건 이상의 연속 보도를 내며 ‘어젠다키핑’을 했다.

▲ 8일자 경향신문 8면 기사.
▲ 8일자 경향신문 8면 기사.

경향신문은 8일 ‘콩고 분지의 열대우림, 지킬 의무는 선진국에도 있다’ 기사에서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국가별 순위를 제공하며 아직 산업화가 덜 된 아프리카의 개발 욕구와 기후변화 사이의 딜레마를 상세하게 전했다.

북극 해빙이 30년 뒤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전했다. 경향신문은 9일 지면에서 “더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 제한을) 1.5도 아래로 유지할 수 없듯 (북극해에) 얼음이 없는 여름을 피할 길이 없다”며 국제 지구빙하권기후이니셔티브(ICCI)의 보고서 저자를 인용했다. 이어 “현재 지구 표면 온도는 2100년까지 산업화 전과 비교해 2.8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7일자 한겨레 8면 기사.
▲ 7일자 한겨레 8면 기사.

한겨레는 7일 1750~2020년 대륙별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 그래픽을 한 면 전체에 실었고 8일 ‘가장 더웠던 8년…해수면 상승세, 1990년의 2배’ 기사에서 “WMO는 올해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 기온보다 1.15℃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며 “남극의 빙하 규모는 장기 평균치보다 100만㎢ 가량 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한겨레는 탄자니아 청소년, 베를린 환경 활동가, 몽골 가축의 떼죽음 등 다양한 보도를 보였다.

▲ 16일자 세계일보 12면 기사.
▲ 16일자 세계일보 12면 기사.

세계일보는 COP27에 대해 10개가 넘는 기사를 보도했다. 세게일보는 10일 기사에서 “기후변화로 이번 세기 아프리카 국가들의 GDP 성장률이 최대 64%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직접 COP27 현장을 방문한 김승환 세계일보 기자는 16일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높아져 방파제로 버티는 이집트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았다. 김 기자는 기사에서 “이번 세기 내 해수면 1m 상승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지만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