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 TV조선 희생자·유가족 모두 ‘흐림 처리’, 한국경제 무보도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후 처음으로 유가족이 공개 입장을 밝혔습니다. 11월2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는데요.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마친 후 6명의 유가족은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심경과 입장에 대해 밝혔습니다.

‘10·29 참사’ 대응 테스크포스(TF)팀장인 윤복남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진상·책임 규명 △피해자 참여 보장 △피해자 소통 보장 및 인도적 조치 △온전한 추모를 위한 시설 마련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습니다. 언론도 희생자 유가족의 첫 입장 발표인 만큼 적극 보도에 나섰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유가족 첫 기자회견을 전한 언론보도를 살펴봤습니다.

희생자 유가족 인터뷰 나선 KBS

▲ 11월22일, 10·29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을 보도한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의 보도량과 ‘흐림 처리’ 비교.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11월22일, 10·29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을 보도한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의 보도량과 ‘흐림 처리’ 비교. 표=민주언론시민연합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보도한 11월22일 지상파 3사·종편 4사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봤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이 처음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자리인 만큼 그 의미는 남다른데요. 저녁종합뉴스 중 KBS는 유일하게 기자회견 소식을 첫 보도로 전하고, 유가족을 직접 인터뷰하며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MBC·SBS·TV조선·채널A·MBN은 각 1건씩 보도했고, JTBC는 <박성태 다시보기-‘진심 어린’ 사과 있었나… 유족들의 눈물>을 통해 앵커의 시선으로 짧게 보도했습니다.

KBS <첫 기자회견… 사과·책임 규명 촉구>(백인성 기자)는 “아들, 딸 사진을 품에 안고 기자회견에 나선 부모님들은 젊은이들이 왜 길에서 죽어갔고, 그때 국가는 어디서 뭘 했냐며 그동안 눌러왔던 슬픔과 안타까움을 토해냈”다고 전하며 “평범하고 건실했던 청년들의 애끊는 사연, 유족들의 억눌러왔던 슬픔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회견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고 회견 분위기를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이어 <고 이지한 씨 어머니에게 듣는다>에서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희생자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를 스튜디오로 초청해 유가족 입장을 직접 들었습니다. 조미은 씨는 고 이지한씨의 사망에 대해 정부가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답함을 토로하며 사과하지 않는 정부와 악성 댓글에 상처받은 마음을 털어놓고,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추모할 수 있는 공간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습니다.

공개된 기자회견인데 ‘흐림 처리’한 방송사

적극 보도한 KBS와 짧게 단건으로 보도한 JTBC를 제외하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보도한 저녁종합뉴스의 기사 내용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두드러진 차이점이 있는데요. 바로 유가족과 희생자의 ‘흐림 처리’입니다.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 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 저녁종합뉴스 ‘흐림 처리’ 비교.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 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 저녁종합뉴스 ‘흐림 처리’ 비교.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기자회견에 나선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알리기 위해 영정사진과 환하게 웃는 희생자의 생존 사진을 준비해왔습니다. 유가족이 직접 준비해 온 사연을 읽자, 같이 온 가족들은 뒤에서 사진을 보여주며 희생자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 내 공개한 사진은 언론에 의해 감춰졌습니다.

희생자와 유가족 모두 공개한 저녁종합뉴스는 ‘MBC·채널A·MBN’ 뿐이며, KBS와 SBS는 희생자 사진을 감췄습니다. JTBC <박성태 다시보기>는 첫 화면에서 희생자의 사진을 감췄지만, 이후 앵커 멘트 도중엔 공개했고, TV조선은 희생자와 유가족 모두를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 11월22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 유가족·희생자 모두 흐림 처리한 TV조선
▲ 11월22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 유가족·희생자 모두 흐림 처리한 TV조선

‘흐림 처리’에 대해 언론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신상 보호를 위해서였다고 할 수 있지만, 공적 자리에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희생자를 알리기 원했던 유가족 의도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입니다.

사진만 전한 매일경제, 무보도한 한국경제

▲ 11월23일, 10·29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을 보도한 신문 지면 보도량과 ‘흐림 처리’ 비교.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11월23일, 10·29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을 보도한 신문 지면 보도량과 ‘흐림 처리’ 비교.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문제는 저녁종합뉴스뿐이 아니었습니다. 다음날 소식을 전한 신문 지면에서도 ‘흐림 처리’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중앙일보는 <이태원 참사 유족들 첫 회견 “정부 진정한 사과, 책임 규명을”>(최서인·이창훈 기자)에 포함된 사진 기사에서 희생자 모습을 ‘흐림 처리’했습니다. 또한 매일경제는 기사 없이 사진만 보도했고, 한국경제는 사진조차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목소리를 낸 첫 기자회견이었지만, 경제지엔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나 봅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 톱 사진으로 유가족의 기자회견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신문사 별로 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루는 경중이 크게 차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정부 간접 살인” 유족 절규, 국조·책임자 처벌로 답해야>를 통해서 유가족의 아픔에 대해 전하며 “이번 참사는 정부와 당국자들의 총체적 무능과 무사안일이 빚은 ‘간접 살인’이”라 강하게 비판하며 “슬픔에 빠져 있던 유족들이 참사 24일 만에 나”섰으니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진상 규명에 유족의 참여를 보장하고, 국회도 국정조사에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라 요구하며 “참사의 진실 규명에 성역은 있을 수 없”고 “그 출발점이 윤 대통령의 사과와 이 장관 및 윤 청장 해임”이라 못 박았습니다.

▲ 11월22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을 톱으로 보도한 경향신문
▲ 11월22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을 톱으로 보도한 경향신문

한겨레도 <사설-고통 깨고 나선 참사 유족 목소리, 정부·정치가 답해야>에서 “가족을 잃은 고통 속에서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하는 유족들의 아픔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고 위로하며 “유족들에 대한 지원과 의견수렴”에 무관심한 정부를 질책했습니다. 이어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진상 규명부터 추모와 기억을 위한 모든 과정에서 유족들의 뜻을 우선”하고 유족의 요구에 적극 호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민변 “모자이크 불필요” 공지했다

공개된 기자회견을 두고 ‘흐림 처리’한 언론 보도에 대해 비판도 등장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유족이 공개한 이태원 희생자, ‘흐림’으로 가린 KBS·YTN>(11월23일 신상호 기자)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희생자 사진과 이름 등을 공개한 가운데, 공영방송인 KBS와 한전KDN 등 공공기관이 대주주인 YTN이 희생자 사진을 보이지 않게 흐림 처리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KBS 관계자가 “유가족에게 일일이 영정 사진 공개에 대한 동의를 얻지 못”했고 공개 시 “명예훼손이나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서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며, YTN 관계자도 “신중하게 화면을 처리하기로 결정한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화면을 블러 처리”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민변 측이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유가족 얼굴과 영정사진에 모자이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러 차례 공지했으며, 사진 및 영상 기자들도 이를 인지했는데도 KBS와 YTN이 “유족들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며 유족들이 공개한 희생자 사진을 모두 흐림 처리”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언론의 제멋대로 ‘흐림 처리’,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진이나 영상에 ‘흐림 처리’하는 이유는 선정성·폭력성을 감추거나 개인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희생자를 알리기 위해 유가족이 고이 준비한 영정사진을 ‘흐림 처리’해 보도하는 것은 본래 목적에도 맞지 않은 언론의 과도한 자기검열일 뿐입니다. 아직도 온라인상에는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을 ‘흐림 처리’ 없이 그대로 보도한 영상과 사진 보도가 남아있습니다. 참혹했던 현장의 모습은 그대로 보도하면서 공개를 원하는 유가족의 사진에는 ‘흐림 처리’하는 언론의 이중적인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한 달이 되어갑니다. 참사 당시, 언론은 절제하지 못한 채 선정적이며 부정확하고 부적절한 보도를 남발했고, 언론계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바라보며 언론이 과연 제대로 성찰하고 참사 보도에 임할 준비가 되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언론의 진정한 자성이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1월2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2022년 11월2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 미디어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제휴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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