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한 경제사와 재벌의 양면성 보여주며 바이럴
‘재벌집 막내아들’인 이유 “다시 태어나도 차별 여전”
원작이 탄탄한 콘텐츠, 원작 차별화 리스크도 커져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지난 25일 16화로 막을 내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전국 26.9%, 수도권 30.1%(닐슨 코리아·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올해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로 인기 드라마를 넘어 ‘신드롬’이라 불려도 무리가 없다는 평이다. 재벌가나 부유층 소재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특별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재벌집 막내아들을 특별하게 만든 것일까.

디테일한 경제사와 재벌 양면성 보여주며 ‘바이럴’ 만들어

우선 탄탄한 원작 웹소설의 존재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 웹소설은 이미 인기를 누려왔다. 원작은 ‘회귀물’이라는 인기 장르와 디테일한 경제사까지 아울렀다. 드라마도 이 특징을 그대로 살렸다. 회귀물이라는 장르를 활용해 1980~1990년대 한국 역사를 보여주며 드라마 주조연을 실제 인물과 비교하는 재미를 더했다. IMF는 물론이고 금 모으기 운동, 기아자동차를 모티브로 한 자동차 인수합병 사태, KAL 858편 폭파 사건, 닷컴버블, 상암DMC 개발, 2002 월드컵, 9·11테러, 서태지 은퇴와 복귀 등은 개별 사건으로도 할 이야기가 넘치는 소재들이다. 

또 하나 재벌 묘사에 있어 탐욕적 모습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뛰어나고 영민한 캐릭터를 제시하며 균형감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성민 배우가 연기한 ‘진양철’ 캐릭터나 송중기 배우가 연기한 ‘진도준’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순양’의 회장 진양철 대표는 영화 관련 일을 하는 넷째아들에게 “그게 돈이 되느냐. 순양에 돈이 되느냐. 돈도 안 되고 순양에 도움도 안 되고. 왜 니가 내 아들이고?”라면서 그를 쫓아낸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나갈 때 “손님 나간다. 소금 뿌려라”(2화)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전에는 내 주머니 돈을 노리는 놈이 군인 한 놈이었다면, 이제 민간인 세 놈이 늘었다. 그게 민주화다”(2화)와 같은 대사가 보여주듯 그에게 최고의 가치는 돈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드라마 전반에 나타나는 진양철의 뛰어난 전략과 진도준의 계략 및 공조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지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감초 캐릭터로 인기를 얻은 재벌가 셋째 딸의 남편이자 진양철의 사위 최창제(배우 김도현)도 마찬가지다. 검사 출신으로 재벌가에 입성하지만 처가의 무시를 받다가 ‘재벌가 잡는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를 활용해 정치권 진출에 성공한다. 법무부 장관에 오르는 최창제는 “현대 사회는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투명한 정치와 보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도약할 것을 요구합니다. 법무부와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전력을 다할 것을 국민 여러분들께 약속드립니다. 대선자금 수사에 여와 야는 따로 없습니다. 성역 또한 없습니다. 오직 진실을 향한 공정과 정의만이 있을 것입니다”(15화) 같은 연설로 인기를 끈다. 재벌가 사위가 재벌 잡는 정치인이 된 모순, 그러한 모순에도 열광하는 대중을 보며 씁쓸하면서도 현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한 일간지의 경제전문 기자는 “재벌에는 양면적인 모습이 있다.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그 과정에서 탈법과 불법을 오가며 도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드라마는 이같은 양면적인 재벌의 모습을 잘 드러냈다”며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살인교사’를 하는 등 실제보다 부풀려진 모습도 있었지만, 실제로 한 재벌가에서 경영권 다툼을 하다가 가족 간 칼부림이 나는 등 비슷한 사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용승계를 위한 탈법과 불법 역시 여러 재벌가에서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드라마제목 ‘재벌집 막내아들’인 이유, “다시 태어나도 차별”

현실에 기반한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것이 인기를 끈 핵심 장치다. KBS는 지난 18일 드라마 대사를 이용해 금융 취약 계층의 뉴스를 전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진도준의 “저 사람들한테 두 달은 고모(백화점 사장) 두 달과 달라요. 고모한테는 겨우 옷차림이나 바뀔 시간이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 두 달 동안 매일 매일 더 끔찍한 속도로 가난해질 겁니다. 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으니까”라는 대사를 서두에 배치하고 금리 인상 이후 금융 취약 계층들이 더 많은 이자를 내면서 대출을 해야 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관련기사: KBS: 송중기가 때린 한국 현실…“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으니까”]

▲지난 18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대사를 이용해 금융 취약계층의 이야기를 전달한 KBS 뉴스. 
▲지난 18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대사를 이용해 금융 취약계층의 이야기를 전달한 KBS 뉴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드라마는 1980~1990년 경제사를 보여주는데 시청자들은 그 캐릭터들의 실제 인물이 누구인지 찾으려 한다”며 “드라마가 인기를 넘어 신드롬이 되려면 사람들이 그 드라마를 보면서 할 말이 많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그런 재료 제공이 굉장히 많았다”고 분석했다.

‘수저 계급론’과 같은 사회적 담론을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 전개도 인기 요인이었다. 정 평론가는 “진도준(송준기)은 분명 재벌집 자식이지만 순양 안에서 펼쳐지는 장자 승계라는 원칙 아래에선 상대적 약자가 된다. 또 그의 전생인 ‘윤현우’는 서민으로서 이미 수저 계급론을 알고 있는 캐릭터다. 서민으로 태어나면 서민으로 살 수밖에 없고 재벌로 태어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재벌로 살 수밖에 없다는 계급론만 생각하다가 재벌집 아들로 태어났는데 그 안에서도 ‘장자’와 ‘장자가 아닌 자’라는 계급으로 나뉘는 것”이라며 “드라마 제목이 ‘재벌집 아들’이 아니라 ‘재벌집 막내아들’인 이유가 그것이라고 본다. 자리가 바뀌어도 그 차별은 공고하며 주인공이 차별을 깨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재벌가 승계 구도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굉장히 익숙한 공식이지만 그들 안에서 펼쳐지는 경쟁, 핍박하는 삶들, 갈등, 인간적 모습이 보이지 않는 폭로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컸다”며 “진양철 캐릭터와 진도준 캐릭터의 공조와 갈등에서 일종의 균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원작이 탄탄한 콘텐츠, 원작과의 차별화 리스크 커져

이미 완성도가 높은 웹소설을 배경으로, 탄탄한 연출의 영상을 만들었기에 재벌집 막내아들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다만 웹소설을 원작으로 할 때 단점도 그대로 드러냈다. 스토리 전개, 특히 결말에서 원작을 따르지 않을 시 커지는 위험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원작 결말과 다르고 마지막화는 다소 개연성이 떨어져 시청자 혹평이 쏟아졌다.

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27일 재벌집 막내아들이 종영 직전까지 방송 TV화제성 드라마 부문 6주 연속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드라마 시청률은 계속 상승했지만 12월 4주차 조사에서 드라마가 전주 대비 1.7% 감소한 점수를 기록하면서 2주 연속 화제성이 소폭 하락하는 추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는 “상승세를 보이던 시청률과 달리 화제성은 주춤했다”며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 전개에 대한 네티즌 반응에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원작과 다른 전개를 보인 후반부와 개연성이 떨어진 마지막화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홈페이지 갈무리. 
▲JTBC '재벌집 막내아들'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영화나 드라마가 원작 콘텐츠를 각색해 연출할 때 ‘원작 파괴’ 논란이 뒤따르는 현상을 재벌집 막내아들도 피할 순 없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최근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를 분석한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나다 도요시 저)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저자는 “요즘은 영상화하면서 대사를 바꾸면 그것이 적절한 각색의 범위 내여도 원작 팬이 ‘원작 파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며 “그런 우려를 없애려면 처음부터 ‘원작 그대로’ 가는 것이 무난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던 미야지 마사유키 감독의 인터뷰를 전하는 데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옛날처럼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하지 않고, 장르만 바꾼다. 틀에 끼워 맞추거나 겉보기만 정리해주는 식이다.” “감독에게는 독자적인 원작 해석이나 사상성이 요구되지 않고, 연출적인 변화도 용납되지 않는다. 오히려 원작을 가급적 그대로 옮기도록 요구받는다” (91p)
[관련 기사: ‘빨리 감기’ 필수인 세대 왜 ‘회귀물’에 열광하나?]

원천 스토리에 기반해 드라마·영화를 만들 경우 캐릭터 설정과 결말 등을 원작대로 따라야 하는지 논쟁거리를 남긴 것이다.

실화소재 스토리 기획사 ‘팩트스토리’(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원작 르포 기획사)의 고나무 대표는 “현업 제작자로서 드라마를 평론할 위치에 있진 않지만, 원론적으로 원천 스토리 기반 드라마나 영화가 스토리 원작 텍스트의 캐릭터와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야 더 좋거나 성공한 드라마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 대표는 “텍스트 콘텐츠와 영상은 완전히 다른 장르다. 국내외에 원작 느낌을 그대로 따라갔다가 상업적으로 실패한 드라마와 영화도 숱하게 존재한다”며 “반대로 ‘샤이닝’의 원작자 스티븐 킹과 영화감독 큐브릭의 대립, ‘파친코’ 드라마 제작진과 이민진 작가의 의견 충돌 등 드라마가 원작과 상당히 달랐으나 비평적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드라마·영화도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는 “드라마가 원작 결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드라마적 재미와 설득력이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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