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적은 이란” 발언 파장… ‘수습불가·외교참사’ 비판 이어져
여당 참여 없이 반쪽으로 끝난 이태원 국조, 국민 “여권 정치적 책임 피하지 말라”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월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월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규정해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UAE와 이란은 최근 관계를 회복 중인 상황인데, 국제정세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사실과 맞지 않은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수습불가 외교”(한겨레), “외교참사”(경향신문), “대 이란 외교에 악재”(한국일보) 등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UAE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면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기 때문에 우리와 UAE는 매우 유사한 입장”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북한을 주적으로 꼽아왔다. 이란을 이와 동급으로 엮은 것이다.

▲1월18일자 아침신문 1면 갈무리.

문제는 UAE와 이란이 최근 외교관계를 복원했다는 점이다. 이란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18일 1면 ‘대통령 ‘가벼운 입’ 또…외교 리스크’ 보도에서 “중동 국가들과 미국 등 서방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민감한 문제에 대한 발언이어서 상당한 외교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UAE가 한국과 형제 국가라고 설명해 한국과 이란은 적이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1월18일자 경향신문 사설.
▲1월18일자 경향신문 사설.

이어 경향신문은 사설 ‘“UAE 적은 이란”, 외교참사라 해도 할 말이 없다’를 통해 “최근 들어 한국 대통령의 발언에 외국이 이런 강도로 비판한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의 외교 언동에 유감을 표하며, 정부의 신속한 대처를 촉구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란이 UAE와의 관계를 이간질시키려는 것이냐고 따져도 할 말이 없다”며 “우려스러운 것은 윤 대통령의 말실수가 잦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비외교적인 언사와 행동이 반복되는데 참모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1월18일자 동아일보 6면 기사.
▲1월18일자 동아일보 6면 기사.

동아일보는 6면 ‘이란 “尹 ‘UAE 적은 이란’ 발언 심각히 본다”… 대통령실 “韓-이란 관계와 무관” 진화 나서’에서 이란과 야당의 반응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란 정부가 윤 대통령을 겨냥해 ‘참견하기 좋아한다(meddlesome)’고 반발했다”며 “이란 국영방송인 프레스TV는 ‘한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의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란과 한국의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외교관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동아일보는 ‘“UAE 적은 이란” 尹 발언, 갈등 번지지 않게 서둘러 진화해야’ 사설에서 “직설적 단순화법이 또다시 도마에 오른 것이다. 외교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신중하고 절제된 언사가 아쉽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이란 외교부는 이번에 ‘한국 정부의 최근 스탠스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혀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 대(對)이란 정책 변화 가능성에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위기”라면서 “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 측의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는 한편 외교부가 밝힌 대로 ‘이란과의 관계 발전을 위한 변함없는 의지’를 거듭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월18일자 동아일보, 한국일보 사설.
▲1월18일자 동아일보,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대통령 “이란, UAE 적” 발언, 외교적 파장 없게’ 사설을 내고 “윤 대통령 발언은 실언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당장 대이란 외교에 악재”라며 “UAE가 이란을 안보상 최대 위협으로 여기는 건 맞지만, 양국은 예나 지금이나 경제 교류가 활발한 실리적 관계다. 또 최근 중동에선 미국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 변화와 맞물려 역내 갈등 해소 외교가 활발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의 말실수가 UAE 투자 300억 달러(약 37조 원) 유치라는 성과를 가리지 않도록 외교당국은 이란 등을 상대로 신속히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며 “아울러 정상외교에서 실언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통령 보좌에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월18일자 한겨레 사설.
▲1월18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UAE의 적은 이란”, 윤 대통령의 끝없는 ‘외교 설화’’ 사설을 통해 “복잡한 중동 정세에 무지한 비외교적 발언이 풍파를 일으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의 양자 관계에 대해 당사국이 아닌 한국 정상이 비외교적 언사로 개입한 것”이라며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이자 무역 상대국이기도 한 이란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쏟아온 노력도 윤 대통령의 경솔한 발언 탓에 헛심 쓴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소송을 제기한 것을 거론하면서 “대통령의 외교 설화에 따른 국익 손실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라고 강조했다.

▲2022년 11월7일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사진=김도연 기자.
▲2022년 11월7일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사진=김도연 기자.

여당 없이 끝난 이태원 국정조사…“‘반쪽’ 마무리”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55일 만에 활동을 종료했다. 보고서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윗선에 참사 책임이 있으며, 이 장관과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등 8명을 고발하는 내용이 있다. 국민의힘이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면서 사실상 반쪽짜리 결론이 났다.

이에 대해 세계일보는 사설 ‘정쟁으로 변질돼 상처만 남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조사가 남긴 것이라곤 한결같이 책임을 회피하는 공직자들의 후안무치한 모습과 위증 논란이다. 예산안 심사 문제 등으로 정국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내실 있는 조사가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도 결과적으로 유가족의 상처만 덧나게 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검찰 수사가 남아 있지만 ‘윗선의 책임’이 규명되지 않는 한 특검 요구는 거세질 것”이라며 “경찰이 밝혀내지 못한 부분은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1월18일자 세계일보, 국민일보 사설.
▲1월18일자 세계일보,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반쪽’ 마무리 이태원 국조, 여권 정치적 책임 피하지 말라’ 사설을 내고 “진상 및 책임 소재 규명이란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고도 여야가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으니 부끄러운 결과다. 사망자만 159명인 참사를 놓고도 여야가 ‘정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여당이 국정조사에 성실히 나서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았다. 국민일보는 “한 차례 기간을 연장했지만 참사 관련 기관의 자료 제출 부실, 증인들의 책임 회피에 여당 위원들의 무성의한 태도로 겉돌았다”며 “이 장관이 참사 수습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등에 태만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여당 위원들은 보고서에 기재하는 데 반대했다. 여당과 야당의 주장을 병기하자는 제안까지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월18일자 경향신문 사설.
▲1월18일자 경향신문 사설.

특검을 통해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사설 ‘이상민 경질 못하고 끝난 이태원 국조, 특검이라도 해야’에서 “경찰 수사도, 국회 국정조사도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된 만큼, 특별검사를 도입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나, 정권과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검찰이 공명정대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족들이 희망하는,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태 전 회장 입국…조선 “이재명, 무관하다면 입증해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해외 도피 8개월 만인 17일 한국에 입국했다. 김 전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는 사설 ‘김성태 수사, 경제사범 봐주기 이번엔 근절 계기로’에서 “경고음이 있기 마련인데 과거 경제사범이었던 그에게 면죄부로 일관했던 사법시스템의 책임이 크다”며 “광물 개발 사업권을 받기 위해 김 전 회장이 북측 인사에게 200만 달러 이상을 전달한 배경도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은 정경 유착의 실체를 밝히는 동시에, 김 전 회장의 2,000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도 빈틈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1월18일 한국일보, 조선일보 사설.
▲1월18일 한국일보,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李·金 서로 “모른다”는데 金 비서실장은 “아는 사이”’에서 김성태 전 회장 비서가 다른 사건 재판에서 이재명 대표와 김 전 회장이 ‘가까운 관계’라고 증언한 점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쌍방울은 대북 사업을 염두에 두고 이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2018년과 이듬해 경기도와 아태협이 공동 개최한 남북 교류 행사 비용 수억원을 지원했다”며 “이 대표 주변 인물 상당수도 쌍방울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쌍방울과 무관하다면 국민 앞에 분명하게 입증해야 하고, 검찰도 정확한 증거로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기자의 반성 “선배에 대한 야속함, 낭패감”

여성국 중앙일보 IT산업부 기자는 칼럼 ‘꺾일 수 있다는 마음’에서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출신 김만배 씨의 언론인 금전거래 사건을 조명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SNS에서 자신의 문해력을 비판한 기사를 두고 “김만배와 금전 거래한 마당에 삼일이건 사흘이건 당신들이 기사 쓸 자격이 있을까?”라고 한 것에 대해 여 기자는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을 이 래퍼의 조롱이 착잡하게 다가온 건 왜일까. 이전에는 반박할 가치가 없다고 느꼈다면, 이번에는 반박할 언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1월18일자 중앙일보 칼럼.
▲1월18일자 중앙일보 칼럼.

여성국 기자는 “언론은 죄가 되지 않아도 공인들의 윤리적 문제, 이해충돌을 지적한다. 재판 전 수사단계에서 취재한 의미 있는 사실은 실체적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기에 보도가치가 있다”며 “불미스러운 일로 쓸쓸히 퇴장한 선배 언론인들은 그런 가르침을 준 이들”이라고 했다. 여 기자는 “믿고 따르던 선배에 대한 야속함, 낭패감 등이 뒤섞인다”며 “언론사들의 사과 이후 분위기는 어떤 면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악당 볼드모트 언급을 꺼리는 것과 닮았다”고 했다. 언론계가 회피하지 않고 복기해야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월18일자 조선일보 10면.
▲1월18일자 조선일보 10면.

조선일보는 10면 ‘김만배, 천화동인 10억원 엔터 사업에도 투자했다’ 기사를 통해 화천대유 자금이 엔터 사업에 흘러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천화동인 1호는 2021년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콘텐츠 사업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업체는 MBC 계열사 채널에서 방송 예정인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천화동인은 10억 원의 제작 비용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조선일보는 “A사와 계약 후 천화동인 1호는 2021년 7월 2억원, 같은 해 8월 8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A사 계좌에 이체했다고 한다”고 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사진=김도연 기자.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사진=김도연 기자.

강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민주당 사과부터”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 ‘‘공영방송 전쟁’의 종전선언을 위하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한마디로 말해서 ‘민주당스럽다’는 게 나의 판단”이라고 총평했다. 강 교수는 “민주당은 이 개정안을 들이밀기 전에 문재인 정권 출범 전 당론으로 채택한 ‘공영방송 장악 금지법’을 무산시킨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이걸 없던 일로 날려버린 장본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17년 8월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생뚱맞은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법 개정을 무산시키고 말았다”고 되돌아봤다.

▲1월18일자 경향신문 칼럼.
▲1월18일자 경향신문 칼럼.

강준만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권 당시 정부여당이 ‘방송장악’을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지 않았다면서 “선의를 인정받으려면 우선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요구가 결코 무리는 아닐 게다”라고 했다.

강 교수는 “언론노조, 방송 유관단체, 관련 학계는 양쪽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 한쪽은 적극 찬성하고 다른 한쪽은 적극 반대하는 개정안을 다수결과 여론몰이로 밀어붙여보겠다는 민주당의 행태에 지지를 보내는 건 옳지 않다”며 “‘공영방송 전쟁’의 종전선언은 주요 갈등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다.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불허’ 등과 같은 윤 정권의 어리석은 일련의 행태엔 침을 뱉더라도 입법에 대해선 좀 더 냉정해지자.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이 좀 더 정의롭고 합리적인 것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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