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실언 못 막고 수습 못하는 시스템이 진짜 문제

예상컨대, 윤석열 대통령의 ‘이란은 적’ 발언을 놓고 실언(失言)이라 규정하고 여러 정치지도자의 실언 퍼레이드를 조명하는 뉴스가 쏟아질 것이다. 정치지도자 실언은 정치 뉴스의 단골이다. 윤 대통령 실언에 대한 파급력과 함께 여러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대통령의 실언이 일정 패턴을 갖고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언이 나오는 시스템의 오작동을 살펴봐야되는 시점에 단순히 ‘정치지도자 실언’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만 다뤄지면 곤란하다.

윤석열 대통령 실언을 보고 ‘창피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불안하다’라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면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다음에 어떤 실언을 하게 될지 마음 졸이며 보는 상황에 온 국민이 내몰리는 건 불행한 일이라는 얘기다. 정치지도자 메시지에 무게가 실리지 않으면서 그 후과(後果)는 메시지 관리 실패 책임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대통령 실언은 대통령실이 자초한 면이 크다. 바이든-날리면 사태 당시 대통령실이 해당 보도 매체에 대한 날선 반응을 보이면서 스텝이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발언 진위는 가리지 못한 채 실언 여부는 미궁 속에 빠져버렸다. 온 국민 듣기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쏟아지는데도 오로지 언론을 향한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하는데만 급급했다. 대통령 실언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고, 적대적 언론관만 노출시켰다. 대통령 메시지 관리 시스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월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월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이번 ‘이란의 적’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 반응도 ‘일을 키우지 마라’는 식이다. 명백한 실언까지도 인정하지 않은 대통령 이미지를 만들어 일을 키우고 있는 건 대통령실이다.

특히 여권 내에서 내놓은 대통령 실언에 대한 해명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실언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대통령 본인의 말 스타일, 그리고 그런 스타일을 관리하지 못하는 참모진의 책임은 없는지 두루 살피는 작업이 필요한데 엉뚱한 소리가 난무한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한 말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은 YTN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이게 국내 정치에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세처럼 더 문제가 불거지게 되는 순간 오히려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공산이 큽니다. 일단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살펴보게 되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UAE의 적은, 하고 한 템포를 좀 쉽니다.”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저도 대통령과 후보 시절 꽤 오랜 시간을 같이 있어서 윤석열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서 같이 지켜보게 되면 이야기를 하다가 거기에 대해서 잠깐 멈칫하고 그다음에 발언에 대한 정정의 메시지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적은이라고 했던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위협적인 국가라고 에둘러서 정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꼭 UAE의 적은 이란이다라고 규정 짓듯이 이야기를 하게 되면 오히려 이란에게 보내게 되는 대한민국과의 더 안 좋은, 부정적인 메시지들만 양산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1월18일 YTN뉴스 갈무리. 사진=YTN 유튜브
▲ 1월18일 YTN뉴스 갈무리. 사진=YTN 유튜브

이런 인식 수준이라면 대통령 실언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한템포 쉬고나면 실언이 아니라니’라는 조롱을 받을 지경에 이른 것을 보면 김병민 위원의 말 자체가 실언이다.

바이든-날리면 사태 때 대통령 실언을 수습하는 역량이 부족하거나 무리했다라고 본 여론이 적지 않다. ‘이란 적’이라는 발언을 ‘이런 적’이라고 잘못 들었다고 해명하는 건 아닌지 비꼬는 글은 그래서 날카로운 비평에 가깝다.

계속되는 대통령 실언이 윤석열 정부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어떤 참모가 됐든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한다. 메시지 관리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전 발언 내용을 조율하는 등 기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창피하고 불안한 마음이 국민의 몫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