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간첩단 첫 보도서 민주노총 겨냥, 민주노총 압색때 국정원과 같이 진입
민주노총 “수구언론 중심 실시간 중계하는 국정원 의도 무엇”

‘5·16 쿠데타(혁명)공약’의 제1항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는다’는 조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좌익 혐의를 씻어내기 위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작품이다. 그는 ‘반공’이라는 군사정부의 쿠데타(혁명)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중앙정보부를 만들었고, 현대사에서 중정은 대공수사 명목의 간첩사건을 조작해온 인권탄압 기관으로 기록됐다. 

중정은 사라졌지만 간첩조작과 보수정권을 위한 각종 기획은 사라지지 않았다. 후신인 안전기획부와 국가정보원도 큰 틀에서 보수정권을 위해 국내정치에 개입했고, 21세기 들어서도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이 벌어지는 등 달라지지 않았다. 국정원 개혁 명목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곧 경찰로 이관될 예정인 가운데 다시 보수정권이 들어섰다. 국정원은 지난해 진행했던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새해 초 조선일보에 흘렸다.

“민노총·시민단체 앞세워 투쟁하라”

지난 9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보수언론에 흘린 의도가 드러나는 제목이다. 윤석열 정부가 정권 초부터 민주노총을 비난하며 지지율을 올리고 있었고, 시민단체 지원 폭을 크게 줄여 “윤석열 정부, 시민단체 밥줄 끊나”라는 제목의 기사도 등장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평가처럼 “낚시를 하더라도 조용히 해야 물고기가 도망가지 않는데 간첩수사를 온 동네 소문내면서” 하고 있다. 

▲ 9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9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 보도 이후 여러 보수매체를 통해 국정원 등 윤석열 정부 사정기관의 수사 내용이 흘러나왔다. 보수매체는 오랜만에 등장한 간첩 수사 단독 보도로 주목을 끌었고, 국민의힘은 이를 활용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간첩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북한 노동당 문화교류국 소속 김명성이라는 공작원의 지시를 받은 국내 지하조직이 진보당과 민주노총, 지역으로는 제주, 창원뿐 아니라 수도권에도 자리잡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선일보 등 보수매체와 국민의힘, 국정원의 주장은 한목소리로 수렴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민주노총과 진보진영, 시민단체들까지 싸잡아 북의 지령을 받아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시대착오적이며 반국가적인 곳으로 만드는 여론전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반격의 화력은 강하지 않다. 윤건영 의원이 “간첩수사는 잡범수사가 아니다.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물증과 윗선을 확인해서 일망타진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이런 사실을 엄연히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얘기하는 건 무식한 건지 아니면 정략적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최근 보도된 간첩 사건도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들여다보고 수사하던 사건”이라고 반박한 것 말고 제1야당은 침묵하고 있다. 

일부 진보매체에서 진보당과 민주노총, 국가보안법에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단체의 반박을 일부 전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다수 매체에선 국정원 대공수사권 유지 논조에 힘을 싣고 있다. 

18일 오전 9시6분 조선일보는 “국정원, 민노총·보건의료노조 압수수색… 간첩단 사건 수사”란 기사에서 국정원과 경찰이 이날 서울 정동 민주노총과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다고 알렸다. 또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국정원의 압수수색 소식을 알렸다. 

조선일보는 이날 오전 10시57분 ‘국정원, 민노총·보건의료노조· 등 10곳 압수수색… “北과 회합 혐의”’란 기사를 통해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앞선 기사와 다른 취재기자 2명이 작성했다. 이날 오전 11시43분 ‘민노총 “국정원 개××들” “우리가 만만하냐”… 압수수색 1시간 막고 욕설’이란 기사를 또 다른 취재기자 2명과 사진기자가 함께 보도했다. 무리한 압수수색이라며 항의하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거친 언사를 그대로 옮겨 민주노총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부각하는 기사다.  

▲ 국가정보원. 사진=국정원 페이스북
▲ 국가정보원. 사진=국정원 페이스북

이는 9일자 첫 기사에서 민주노총을 겨냥한 이후 이어진 일관된 논조다. 조선일보는 ‘민노총, 압수수색 취재 중인 본지 기자 폭언하며 쫓아내’란 기사를 오후 3시4분 출고했다. 국정원과 보수언론이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등을 악마화해, 1961년 반공 국시의 기조를 2023년 국정원에서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해당 기사에 보면 “이날 오전 9시5분쯤 본지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국정원과 경찰 수사관들 사진을 찍어 조선닷컴을 통해 보도했다”고 했다. 국정원과 조선일보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뜻이다. 9시6분 첫 보도가 나온 것을 보면 조선일보가 국정원에서 사전에 정보를 듣고 미리 기사작성까지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 18일 민주노총 압수수색 모습. 사진=민주노총 페이스북
▲ 18일 민주노총 압수수색 모습. 사진=민주노총 페이스북

이날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최근 제주와 경남지역에서 진행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를 서슴지 않더니 급기야 오늘 체포영장의 집행도 아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수백의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동원도 모자라 민주노총 사무실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심지어 에어매트리스까지 등장시키며 이를 수구언론을 중심으로 ‘간첩단’ 운운 실시간으로 중계해 대는 국정원의 의도는 무엇인가”라고 국정원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조 때리기로 지지율의 일시적 반등이 다시 꺾이는 상황에서 UAE 방문 시 이란을 UAE의 주적으로 표현해 빚어진 외교 참사, 10.29 참사 국정조사가 여당인 국민의힘의 방해로 인해 제대로 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야당만 참여해 채택한 국정조사 보고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 여당 당대표 선출을 둘러싼 대통령의 개입에 대한 내홍 등 오늘과 내일 언론에 가득할 모든 사안이 사라졌다”라며 “우연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은 오늘의 야만적 행태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을 음해하고 고립시키려는 윤석열 정권의 폭거에 맞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때를 만난 듯 준동하는 국정원을 포함한 수구공안세력의 의도를 폭로하고, 여전히 구시대의 낡은 사고에 사로잡혀 사람의 생각과 자유를 억압하는 희대의 악법 국가보안법 철폐와 함께 노동자와 시민의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 사수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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