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정국·국정원개혁 퇴행에 정의당·진보당·녹색당 정치권, 시민사회단체들 일부 언론사들 비판 사설
조선일보 “민주노총 내부에 북 지하조직 들어앉아…공안 탄압인지는 수사·재판 통해 가려져”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지난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과 영등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광주 모처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회 각계에서 성명이 나오면서 공안정국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언론사에서도 사설을 내고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과도한 수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당은 이날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압수수색 대상이 특정 개인이고, 그 장소가 노동자들의 자주적 대표조직인 노총임을 감안할 때 사전협의 등도 없이 곧바로 체포작전 하듯이 대대적인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라며 “서울시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 최근까지도 공안사건을 조작하고, 그럼에도 사과와 반성 한 마디 없는 국정원의 전력을 봤을 때, 민주노총 내에 간첩혐의자가 있다는 국정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신뢰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진보당은 이날 “이번 희생양은 민주노총”이라며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야단법석을 떨며 ‘그림’을 만들었고, 언론에도 계속해서 피의사실을 흘리며 ‘여론전’부터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색깔론·조작·공안탄압 전면화의 신호탄으로 시대 착오적인 퇴행일 뿐”이라며 국정원 해체를 주장했다. 

▲ 국정원의 압수수색 모습. 동아일보 19일자 정치면 사진기사
▲ 국정원의 압수수색 모습. 동아일보 19일자 정치면 사진기사

 

거대양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녹색당은 이날 “국내뿐 아니라 유엔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했으나 폐지에 대한 논의는 커녕 오히려 폭력과 무능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려는 윤석열 정권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며 “여당으로 있었을 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제1 야당 민주당도, 이제는 결심하여 직접 국가보안법 폐지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윤석열 정권이나 민주당이나 다를 바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사회 각계에서도 압수수색 비판 의견을 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제주와 경남지역에서 진행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를 서슴지 않더니 급기야 오늘 체포영장의 집행도 아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수백의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동원도 모자라 민주노총 사무실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심지어 에어매트리스까지 등장시키며 이를 수구언론을 중심으로 ‘간첩단’ 운운 실시간으로 중계해 대는 국정원의 의도는 무엇인가”라고 국정원을 비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이날 성명에서 “해당 간부를 체포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자리 하나 압수수색하는 것에 300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사무실 입구를 봉쇄한 것은 국정원과 수구적폐언론이 ‘짜인 각본’에 따라 연출한 ‘압수수색 쇼’”라며 “정권이 지지율 폭락과 민중투쟁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사실과 반민주악법 국가보안법이 하루도 더 존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만 분명해질 뿐”이라고 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82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 정권에서 말 잔치에 그쳤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포함한 국정원 개혁과 공안기관에 대한 견제를 촉구한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계가 앞으로만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70년대에나 있을 법한 전국적인 국정원 압수수색에 분노하며, 인권시민사회는 공안통치에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19일 조간에선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가 관련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사설 “민주노총 압색 국정원, 그래도 대공수사 이전 역행 안 된다”에서 “국정원이 정보 수집·수사를 독점해 얻는 효율성보다 정치 개입과 인권을 유린한 폐해도 컸기에 경찰과 역할을 분담시킨 것”이라며 “대공수사권 이관은 국민과 약속한 대의와 일정에 따라 차질없이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사설 “‘수사권 지키기’ 의심 사는 국정원 민주노총 압수수색”에서 대공수사권 이관이라는 “국정원 개혁을 뒤집는 퇴행”이라며 이번 압수수색의 의도를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국정원 민주노총 압수수색, 공안몰이 논란 없도록”에서 “이번 수사를 두고 정부의 ‘노조 적대시’ 정책에 공안수사가 동원되고 있다거나, 국정원이 내년부터 경찰로 이관되는 대공수사권을 지키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현실을 정부 당국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 19일자 조선일보 사설
▲ 19일자 조선일보 사설

 

반면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민노총 내부에 북한 지하조직이 들어앉은 게 사실인가”에서 “법원은 혐의자 4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발부해 줬다. 혐의가 소명된다는 뜻이다”라며 “과거 간첩 사건 관련자들도 처음에는 ‘공안 탄압’이라고 주장했다”고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이어 “민노총 내부 북한 지하조직이 적발된 것인지, 공안 탄압인지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일 경찰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 노조가 특정 인물 채용을 강요하거나 채용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 국정원 민주노총 압수수색에 한몸처럼 움직였던 조선일보]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