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제정을 위한 버라이어티 퀴즈쇼 ‘노란봉투를 열어라!’ 제작발표회

세 아이의 엄마 배춘환씨는 쌍용차 노조가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난 후 2013년 ‘시사IN’에 노란봉투에 담긴 돈 4만7000원을 보냈다. “해고 노동자에게 47억 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 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시사인 기사 갈무리) 편지가 소개되자 많은 독자들은 4만7000원을 담은 봉투를 보냈고, 시사IN은 ‘아름다운재단’에 모금을 맡겼다. 

그렇게 ‘노란봉투법’이 첫발을 뗐다. 노동자가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당하지 않게 하려는 취지였다. 19대 국회 때인 2015년 ‘노란봉투법’ 발의로 이어졌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올해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끝나고 470억 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됐고, 시민들은 다시 노란봉투법에 주목했다.  

시민의 용기로 시작된 노란봉투법 입법을 위해 시사IN은 다시 시민들과 함께했다. 시민들이 제작, 기획부터 문제 출제와 풀기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노란봉투를 열어라!’ 퀴즈쇼는 ‘노동 문제는 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만의 문제로만 여겨질까. 문화적인 관점에서 쉽고 재밌게 다가가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문제 출제 기간을 거친 후 5월13일 ‘도전골든벨’ 형식의 ‘노란봉투법 퀴즈쇼’가 열린다. 

▲ 노란봉투법 퀴즈쇼 포스터. 
▲ 노란봉투법 퀴즈쇼 포스터.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윤한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퀴즈쇼를 연출한 소감을 밝히며 “노동예능의 시작, 노동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표현했다. ‘문제를 내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내가 노동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만, 노동은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제작진들이 ‘퀴즈쇼’라는 형식을 선택한 이유다.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시민단체 ‘손잡고’와 시사IN이 공동 주최, 문화예술인들의 프로젝트 그룹 ‘노란봉투를 열어라’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공연예술노동자들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맛보기 퀴즈쇼를 통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겪는 노동 문제들과 관련된 문제를 출제하고,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 19일 제작발표회에서 퍼포먼스 중인 공연예술노동자들. 사진=윤유경 기자.
▲ 19일 제작발표회에서 퍼포먼스 중인 공연예술노동자들. 사진=윤유경 기자.
▲19일 제작발표회에서 퍼포먼스 중인 공연예술노동자들. 사진=윤유경 기자.
▲19일 제작발표회에서 퍼포먼스 중인 공연예술노동자들. 사진=윤유경 기자.

시민출제위원으로부터 문제를 받은 후, 예상 문제집을 사전에 배포한다. 약 2주간의 시험공부 기간 후 퀴즈쇼가 열린다. 어린이부터 노인, 이주노동자 등 한국에서 살고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 온라인으로 사전신청 접수가 가능하다. 퀴즈쇼 콘텐츠팀 정소은 독립기획자는 “평소 노동이라는 문제는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거나, 언론의 왜곡보도 영향을 받아 노동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갖고있는 분들을 만나 뵙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민 여러분에게 퀴즈 한 문제씩, 모두 천 문제를 모으는 게 꿈”이라며 “퀴즈쇼에 참가하신 시민들이 1번부터 마지막 문제까지 풀다보면 ‘노동’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이 이전과는 달라져 있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게 우리 퀴즈쇼가 그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19일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 19일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퀴즈쇼의 첫 번째 문제는 배춘환씨가 직접 출제했다. (시사IN 기사 갈무리)

Q: 〈시사IN〉 제326호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석만님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파업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김석만님은 4년 만에 복직을 했지만 ‘법정 채무금’으로 50%를 공제하고 130만원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그보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4년 동안 전국을 돌며 일하던 아빠를 그리워하며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일기에 쓴 다음과 같은 글귀입니다. 아들은 일기에 뭐라고 썼을까요?

(답은 기사 마지막에서 볼 수 있다)

퀴즈쇼 제작진들은 ‘노란봉투법 장학금’도 마련했다. 장학금에 담겨 있는 의미는 ‘예측할 수 있는 내일과 계획할 수 있는 미래’다. 정소은 독립기획자는 “우리 모두가 노동자들이니까, 노동에 대해 사유하고 성찰하는 과정 속에서 내일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박래군 손잡고 대표는 “내가 생각하는 노동조합은 시민들의 삶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노조마저 없으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비롯한 많은 권리들을 어떻게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시민들이 우리가 하는 퀴즈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면 정부의 노동탄압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리고 바꿔 가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19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래군 손잡고 대표. 사진=윤유경 기자.
▲ 19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래군 손잡고 대표. 사진=윤유경 기자.

퀴즈쇼의 일정과 시민들이 출제한 예상 문제는 ‘퀴즈쇼 노란봉투를 열어라’ 홈페이지(noranbongto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온라인 OR코드를 통해 가볍게 접할 수 있는 미니 퀴즈쇼도 참여해볼 수 있다. 

배춘환씨가 출제한 문제의 답은 “A: 아빠가 없어서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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